삼성은 올겨울 뷰캐넌에 170만 달러, 피렐라에 120만 달러를 제안해 재계약을 맺은 뒤 새 외국인 투수 수아레즈와 1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총 390만 달러라는 거액을 외국인 선수 구성에 투자한 삼성이다(사진=삼성)
삼성은 올겨울 뷰캐넌에 170만 달러, 피렐라에 120만 달러를 제안해 재계약을 맺은 뒤 새 외국인 투수 수아레즈와 1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총 390만 달러라는 거액을 외국인 선수 구성에 투자한 삼성이다(사진=삼성)

[스포츠춘추]

올겨울 외국인 시장을 두고 KBO리그 구단들은 꽤나 골머리를 앓았다. 2년 연속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외국인 선수 풀이 확 줄어든 데다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까지 이뤄지면서 메이저리그 로스터 40인 내 이적이 불가능해진 까닭이었다. 

거기에 일본프로야구(NBP) 구단들과의 머니 싸움에서도 밀린 KBO리그 구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웃돈을 얹어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새 얼굴을 데려오기보단 일본 무대에서 방출된 선수 위주로 영입이 이뤄진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A 구단 관계자는 “40인 로스터 안에 있는 선수들을 못 데려오니까 영입할 만한 선수 풀이 확 줄어들더라. 거기에 일본 구단들이 시즌 종료 뒤 일찌감치 기존 100만 달러급 선수들을 더 많은 돈으로 선점해 데려갔다. 결국, 40인 로스터 외 FA 자원이나 만년 트리플A급 자원 혹은 일본 무대에서 방출된 자원들을 위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예전과 비교해 눈높이를 확 낮춰야 했다”라고 전했다. 

결국, 구단들은 100만 달러 상한선에 맞춰 웃돈을 부르는 외국인 선수 에이전시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불과 2021시즌 중반만 해도 60~70만 달러로 충분히 영입이 가능했던 수준의 선수를 100만 달러 풀 베팅으로 데려와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B 구단 관계자는 “시즌 중간 대체 외국인 선수로 비교적 수월하게 데려올 수 있었던 리스트 후보들이 다 처음부터 100만 달러를 부르더라. 하지만, 그 선수들마저 안 데려온다면 후보군이 더 좁아지기에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외국인 투수 구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100만 달러 상한선에 400만 달러 샐러리캡까지? "이중 규제로 비효율적인 투자 우려" -

두산은 KBO리그 MVP 미란다와 총액 190만 달러로 재계약을 맺었다(사진=스포츠춘추)
두산은 KBO리그 MVP 미란다와 총액 190만 달러로 재계약을 맺었다(사진=스포츠춘추)

외국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기존 외국인 투수와의 재계약에 꽤나 큰 금액을 내민 장면도 나왔다. NC 다이노스는 드류 루친스키에 200만 달러, 두산 베어스는 아리엘 미란다에 190만 달러, 삼성 라이온즈는 데이비드 뷰캐넌에 170만 달러, LG 트윈스는 케이시 켈리에 15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C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시장에서 수준급 투수들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외국인 투수와의 재계약에 집중해야 했다. 아무래도 선수 측도 구단이 ‘을’인 걸 알기에 더 배짱을 부리는 분위기가 있더라. 장기 레이스에서 외국인 투수의 중요성이 원체 크기에 우리 구단에 선수 측 요구에 대부분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신규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상한제에 변화를 줘야 한단 현장 목소리도 커진다. KBO는 2023년에 맞춰 외국인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한다. 2023년부터는 연봉, 옵션, 이적료 등을 모두 포함해 한 해 외국인 선수 3명에 지출하는 금액이 총 400만 달러를 넘으면 안 된다. 하지만, 신규 외국인 선수 영입 100만 달러 상한제는 계속 유지한다. 
 
이를 두고 이중 규제라는 시선도 분명히 있다. 신규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KBO리그 구단들이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선 100만 달러 상한제를 없앤 샐러리캡 제도 도입이 필요하단 뜻이다.
 
D 구단 관계자는 “100만 달러 상한제 때문에 70~80만 달러 수준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오히려 100만 달러를 꽉 채운 조건을 요구하고 이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흘러간다. 오히려 400만 달러 샐러리캡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선택과 집중으로 더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목소릴 높였다.

-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까지 앞둔 KBO, 외국인 선수 영입 방향 다양성 추구해야 -

KIA는 잠재력에 집중해 젊은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를 75만 달러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영입했다(사진=KIA)
KIA는 잠재력에 집중해 젊은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를 75만 달러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영입했다(사진=KIA)

400만 달러 내에서 100만 달러 상한제 제한 없이 외국인 선수 구성에 돈을 쓸 수 있다면 구단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진다. 기존 외국인 선수를 200만 달러에 가까운 재계약으로 눌러 앉히는 것에 더 집중한 뒤 100만 달러가 조금 더 넘는 돈으로 수준급 선수, 100만 달러에 못 미치더라도 가능성이 돋보이는 선수로 영입해 효율적인 지출이 이뤄질 수 있다. 

세 명 모두 새 얼굴을 구할 때도 400만 달러 샐러리캡에 맞춰 가장 원하는 수준급 선수를 가장 큰 비중의 금액으로 영입한 뒤 나머지 선수 2명을 남은 금액 비중을 고려한 맞춤형 영입으로 데려올 수 있다. 

거기에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도 변수다. 팀당 투수 1명, 타자 1명씩 각 30만 달러 이내로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기에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 구성 전략의 다양성이 더 필요하다. 이처럼 외국인 시장 경쟁 심화와 물가 상승률, 경기력 향상 등을 위해선 외국인 영입 규정 유연화는 필수가 됐다. 

앞선 D 구단 관계자는 “100만 달러 상한선은 향후 물가 상승률이나 외국인 시장 변동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다. 게다가 400만 달러 샐러리캡도 향후 몇 년 뒤 부족해 보일 수도 있지 않나. 이왕 구단이 거액을 투자할 거면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와 리그 질을 높이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중복 규제는 이도 저도 아닌 결과만을 낳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