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스프링캠프 당시의 이대은(사진=스포츠춘추)
2019년 스프링캠프 당시의 이대은(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KT 위즈 이대은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2016년 ‘이대은 특별법’ 2018년엔 ‘이대은 리그’의 주인공이었던 국외파 기대주의 KBO리그 커리어가 불과 세 시즌만에 끝났다. 

KT는 1월 13일 “투수 이대은이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1989년생으로 이제 만 33세의 나이, 올 시즌 1군 전력 구상에도 포함됐던 투수의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에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KT 관계자는 “몸 상태엔 전혀 이상이 없다. 이강철 감독도 이대은을 올 시즌 주권과 함께 불펜 핵심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대은은 구단을 통해 “KBO에서 시작한 첫 시즌 이후 지금까지 부상으로 팬들과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개인적으로는 팀 우승에 보탬이 되지 못해 죄송했다”면서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과 상의 끝에 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대은이 말한 ‘새로운 삶’은 연예계 진출일 가능성이 높다. KT 관계자는 “이대은이 최근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꽤 평가가 괜찮았다고 한다. 본인도 방송 출연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도 “방송가에서 이대은에게 러브콜을 보낸 곳이 여럿 있다고 들었다. 잘 생긴 외모와 래퍼 트루디의 남편이라는 점 등에서 화제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3년 동안 아쉬운 결과를 남긴 이대은(사진=스포츠춘추 DB)
3년 동안 아쉬운 결과를 남긴 이대은(사진=스포츠춘추 DB)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선수를 억지로 붙잡아둘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이대은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이대은의 KBO리그 입성을 지원했던 야구계와 이대은에게 2차 1라운드 지명권을 투자했던 KT로서는 예상 못 한 은퇴 선언이 황당할 뿐이다.

2016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그해 KBO는 이사회를 통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WBSC 프리미어 12,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우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하여 KBO 퓨처스리그에서 출장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이대은 개인을 위해 만든 특별 규정으로 ‘이대은 특별법’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이 결정 덕분에 이대은은 국외파 유예기간인 2년간 현역 군복무 대신 경찰야구단에서 야구를 하며 보낼 수 있었고, 2019 신인드래프트 참가 자격도 얻었다. 2015 프리미어12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덕분에 주어진 특혜였다.

2018년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트 때는 ‘이대은 리그’란 말이 나올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2차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받은 KT는 이학주, 노시환 등 야수 유망주를 제쳐놓고 이대은을 선택했다.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 미국과 일본을 거친 풍부한 경험에 스타성까지 겸비한 이대은이 ‘토종 에이스’로 활약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화려한 등장과 달리 이대은은 3년 동안 단 한 번도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 첫해엔 선발로 실패한 뒤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고, 2020년엔 마무리로 출발했다가 얼마 못 가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난 시즌엔 팔꿈치 수술 여파로 후반기부터 합류했다.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썩 인상적인 활약도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때는 엔트리엔 포함됐지만 1경기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야구보다는 연예인과의 결혼 소식으로 더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시즌 뒤 연봉협상을 한창 진행하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한때 KBO리그를 요란하게 흔들었던 기대주의 퇴장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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