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파이어볼러 유망주 신지후(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화의 파이어볼러 유망주 신지후(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대전]

“처음에 소문을 들었을 땐 놀랐죠. 나중엔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한화 이글스 영건 신지후는 최근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소문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이 “신지후가 수도권 팀으로 트레이드된다”는 루머를 퍼뜨리면서 생긴 일이다. 신지후의 미래가치와 한화 구단의 방향성을 생각하면 전혀 실현 가능성 없는 얘기임에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가 적지 않았다.

소문의 당사자는 어떤 반응이었을까. 13일 대전에서 만난 신지후는 “웨이트 트레이닝하러 야구장에 나왔다가 그 얘길 들었다. 갑자기 형들과 코치님들이 와서 ‘너 트레이드되냐’고 하기에 그때 처음 알았다. 전혀 금시초문인 얘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처음에는 놀랐고, 다음에는 왜 그런 얘기가 돌까 궁금증이 생겼다. 한참 생각해 봤는데, 트레이드 될 일은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구단에서도 아무 얘기가 없다”며 사실무근 루머임을 강조했다. 인터넷에 나도는 ‘썰’은 전혀 믿을 게 못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해프닝이다.

잃어버린 투구 밸런스-강속구 찾기 프로젝트 “너무 조급했었다, 지금은 계속 좋아지는 과정”

지난해 1군 데뷔전을 치른 신지후(사진=스포츠춘추 DB)
지난해 1군 데뷔전을 치른 신지후(사진=스포츠춘추 DB)

2019년 신지후의 등장은 한화 팬들에게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한화 야구단과 같은 피를 공유하는 북일고 출신, 여기다 왕년의 한화 주전포수 신경현(북일고 코치)의 아들로 ‘베이스볼 블러드’가 흐르는 선수. 키 198cm의 탈KBO급 신체조건과 최고 153km/h의 광속구까지.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신지후는 마치 스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선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입단 첫해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에 발목 잡혔다. 캠프 시작하자마자 햄스트링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고 어깨, 발목을 차례로 다쳐 7월까지 재활로 보냈다. 뒤늦게 2군 등판을 시작했지만 퓨처스 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2년차인 지난해엔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퓨처스 18경기에 등판해 40.2이닝을 던졌고 8월에는 1군 데뷔전도 치렀다. 신지후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다 치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프지 말자’가 목표였는데 그거 하나는 이뤘다. 다만 좀 더 잘했으면 1군에서 더 많이 등판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특히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7월 이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6월까지 첫 7경기 평균자책 7.22로 고전했던 신지후는 7월 이후 11경기 가운데 7경기에서 자책점 없는 호투를 펼쳤다. 

그는 “선발로는 1회부터 6회까지 계속 강하게 던지기 어렵다. 구속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며 “최원호 2군 감독님께서 ‘불펜에서 짧게 던지면서 그 이닝에 전력을 쏟아부어 던져라’고 주문하셨다. 긴 이닝을 생각하지 않고 던지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8월 18일 삼성 라이온즈 상대 1군 데뷔전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신지후는  “마운드에 섰을 때는 생각만큼 떨리지는 않았다. 경기장에 관중도 없었고, 첫 타자가 2군에서 한번 맞대결했던 김상수 선배님이라 떨지 않고 경기했다”고 떠올렸다. “나도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1군에서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는 계기가 됐다.” 신지후의 말이다.

1군용 투수로 올라서려면 오락가락하는 투구 밸런스부터 잡아야 한다. 입단 첫해 부상과 재활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한창 좋았을 때의 투구 감을 잊었다. 신지후는 “프로에서 2년보다 고교 3학년 때가 훨씬 잘 던졌던 것 같다. 그때의 폼을 다시 찾기 위해 이것저것 해봤는데 쉽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밸런스가 일정하지 않다 보니 볼 스피드도 경기마다 편차가 심하다.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자체 청백전에서 최고 148km/h를 던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박수를 받았던 신지후는 1군 등판 2경기에서 평균 142km/h를 기록했다. 그는 “구속이 잘 나올 때는 148, 150km/h도 나오는데 안 나올 때는 140km/h 초반대”라고 말했다.

잃어버린 밸런스와 구속을 찾기 위해 신지후는 안간힘을 썼다. 그는 “완전히 틀을 바꿔보기도 하고, 던질 때 글러브만 살짝 아래로 내리거나 세트 포지션으로 던지는 시도도 해봤다”면서 “처음엔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 하루 이틀 해보고 안 되면 바꾸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바꾸는 식이었다”고 털어놨다. 

신지후는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는 과정”이라며 “최원호 감독님께서 ‘네가 가장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폼으로 던져보라’고 맡겨 주신다. 컨트롤에 신경 쓰지 말고, 볼넷 서너 개를 줘도 좋으니까 힘을 제일 잘 쓸 수 있는 폼으로 강하게 던지라고 주문하신다”고 했다. “결코 만족해선 안 되겠지만, 이대로 꾸준하게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신지후가 오랜만에 보는 미소와 함께 들려준 말이다.

거창한 목표 대신 단계별 세부 목표 “하나씩 이루다 보면 더 큰 목표에 도달할 것”

신지후는 올 시즌 1군 안착을 목표로 부지런히 몸을 만들고 훈련하는 중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신지후는 올 시즌 1군 안착을 목표로 부지런히 몸을 만들고 훈련하는 중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올해 한화에는 신지후와 같은 북일고 출신 파이어볼러 양경모가 입단한다. 지난해 비공식 경기에서 최고 150km/h를 던진 양경모는 신인 2차 4라운드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입단하자마자 부상한 것도 신지후와 판박이다.

2년 선배 신지후는 후배가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그는 “경모에게 절대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부상으로 쉬는 동안 동기들이 1군에 올라가거나 2군에서 잘 던지는 모습을 보면 급해질 수 있다. 그러면 몸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무리해서 또 다칠 수 있다. 결코 무리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양경모 외에 1차지명 문동주, 2차 1라운드 박준영도 150km/h대 강속구를 던지는 신인 투수. 여기에 1차지명 출신 신지후까지 제 모습을 찾는다면 평균구속 최하위팀 한화가 ‘파이어볼러 왕국’을 세우는 것도 꿈이 아니다. 신지후는 “어느 순간 팀에 공 빠른 선수들이 많아졌다”면서 “같은 팀 동료지만 한편으로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치열해진 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지후는 주 4일 대전야구장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평일 중에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야구장에 나온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이 주신 스케쥴에 따라 웨이트 트레이닝과 캐치볼 훈련을 소화한다”고 했다.

큰 키에 비해 다소 부족한 힘을 보완하기 위해 몸무게도 늘렸다. 신지후는 “지난 시즌 힘이 부족한 걸 느꼈다. 남보다 키가 크다 보니, 내 몸을 잘 컨트롤하려면 더 많은 힘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몸무게를 늘리고 웨이트에 신경쓰려 한다”면서 “지금까지 5kg 정도 무게를 늘렸는데, 더 늘릴까도 생각 중”이라 설명했다.

신지후는 올 시즌 소망으로 신인왕이나 풀타임 1군 같은 거창한 목표를 말하지 않았다. “첫 번째 목표는 다치지 않는 것이다. 일단 다치면 1군이든 2군이든 아예 공을 못 던진다”고 강조한 그는 “그 외에는 큰 목표보다 단계별로 세부적인 목표를 정해놨다”고 강조했다.

“만약 ‘마무리로 10세이브를 하겠다’ 이런 식의 목표만 세우고, 거기까지 가기 위한 단계별 목표가 없으면 생각대로 안 됐을 때 금방 지치게 된다. 그보단 세부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하나씩 이뤄가는 게 좋다. 가령 ‘타자와 피하지 않고 승부하겠다’ 같은 목표를 세웠다면, 경기 결과와 별개로 목표대로 던졌다면 수긍할 수 있다. 이런 목표들을 하나하나 계속 이뤄가다 보면, 언젠가는 더 큰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의젓해진 신지후의 말을 들으면서, 언젠가 그가 1군 마운드에서 150km/h대 강속구를 뿌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신지후도 그날을 고대한다. “열심히 던지다 보면, 어느 순간 고교 때 던지던 그 느낌이 나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게 기대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