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인드래프트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국외파 트리오(사진=스포츠춘추)
2019 신인드래프트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국외파 트리오(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2019 KBO 신인드래프트는 국외 유턴파 선수들의 무대였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열린 공개 트라이아웃에 미국 무대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국외파 선수가 대거 참가해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이대은과 이학주 가운데 누가 2차 1순위로 이름이 불릴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됐다.

드래프트 결과 1라운드에서만 3명의 국외파 선수가 지명받았다. 2라운드 하재훈, 5라운드 김성민(야수)까지 총 5명의 국외 유턴파가 선택받았다. 당시만 해도 하나같이 ‘즉시전력감’ 소리를 들었다. 이대은을 뽑은 KT, 이학주를 뽑은 삼성, 윤정현을 뽑은 넥센(현 키움) 스카우트는 이구동성으로 “내년 바로 1군에서 보게 될 것”이라 장담했다.

특히 이대은을 향해선 ‘데뷔 첫해 10승 가능’ ‘토종 에이스감’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이미 2년간 경찰야구단에서 에이스로 활약했고, 2015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도 활약했기에 기대하는 건 당연했다. ‘탈KBO급’ 수비력을 자랑하는 2순위 이학주 역시 바로 삼성 주전 유격수를 꿰찰 것으로 예상됐다. 

국외 유턴파 잔혹사, 2015년 이후 성공사례는 KT 김재윤이 유일

KT 이대은은 조기 은퇴를 선택했다(사진=스포츠춘추 DB)
KT 이대은은 조기 은퇴를 선택했다(사진=스포츠춘추 DB)

그러나 실제 프로 무대에서 결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대은은 선발 실패 후 마무리로 전향했고, 마무리로도 좀처럼 자리를 못 잡다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후반 돌아와서 보여준 투구는 나쁘지 않았지만,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선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그리고 연봉 협상 중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때”라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대은의 한 측근은 “이대은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잃은 지가 좀 됐다. 주위에 ‘야구가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은퇴 후 진로를 꼭 방송 활동으로 한정 짓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 유튜브 활동이나 예전부터 흥미를 보였던 디자이너로서도 활동할 예정”이라 전했다.

이학주도 데뷔 첫 시즌을 제외하고는 좋은 뉴스가 들린 지 오래됐다. 윤정현은 1군 무대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시즌 막판 올라와 가능성을 보였다. 그나마 가장 성공한 선수는 하재훈. 첫해 마무리로 36세이브를 거두며 오랜만에 국외파 성공사례가 되는가 했지만 이후 부상으로 고생했다. 올해부터는 외야수로 전향해 불확실한 도전에 나선다.

국외 유턴파 가운데 KBO리그 1군 무대에 완벽하게 정착한 선수는 2015년 데뷔한 KT 김재윤(2차 특별 13순위)이 마지막이다. 매년 40경기 이상 등판하며 구력을 쌓은 김재윤은 지난 시즌 32세이브 평균자책 2.42를 기록하며 KT 통합우승의 주역이 됐다.

김재윤 이후로는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다. 2016년 데뷔한 남태혁, 정수민, 나경민은 모두 1군 무대에서 사라졌다. 남태혁은 SSG에서 나온 뒤 인천에서 김경호와 야구 아카데미를 차렸고 정수민도 SSG에서 방출당하고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했다. 나경민은 롯데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세 차례 20홈런을 날린 삼성 김동엽도 아직 완전히 1군에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2017년 데뷔한 한화 김진영은 불펜투수로 뛰다 개인 사정으로 은퇴했다. 청룡기 MVP 출신 키움 김성민은 지난 시즌 처음 좋은 활약을 했지만 시즌 뒤 입대했다. NC가 미래 안방마님으로 기대했던 신진호는 은퇴 후 아마추어 코치로 일하는 중이고, 남윤성도 1군 6경기 등판에 그쳤다. 

2018년 데뷔한 키움 김선기, 2020년 데뷔한 LG 손호영도 1군 주전과는 거리가 멀다. 2020년 입단한 키움 문찬종은 2년간 1군 18경기만 출전하고 현역 은퇴했다. 올해부터 퓨처스팀 코치로 일할 예정이다. ‘국외 유턴파 잔혹사’라고 할 만한 결과다.

이대은, 이학주, 김선기처럼 지명 당시 성공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마저 실패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국외 유턴파 선수들 대부분이 전성기가 지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한국에 돌아온다. 국외파 2년 유예기간과 군복무 공백으로 예전 기량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전했다. 

미국야구와는 다른 한국야구의 야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에서 거의 ‘앙팡 테리블’ 취급을 받는 이학주가 이런 예다. 삼성 선수단 사정에 정통한 야구인은 “삼성 허삼영 감독은 선수단의 단합과 질서, 선수의 태도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이학주는 자유분방하고 감정이 그대로 표정이나 행동에 드러나는 스타일”이라며 “이학주의 몇몇 행동이나 보이는 모습이 국내 지도자들과 맞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국외 유턴파 선수들의 기량으로 KBO리그에서 성공하기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앞의 구단 관계자는 “최근 국내로 돌아온 선수 중에 트리플 A 이상의 높은 레벨까지 올라가 본 선수가 드물다. 최근에는 현역 빅리거 출신 외국인 선수도 KBO리그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블 A, 싱글 A 레벨에서 뛰다 돌아온 실력으로는 KBO리그에서 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년 유예조항, 계약금 X, 최저연봉…국외파 옥죄는 족쇄, 재검토할 때 됐다

2021년 마흔살 나이에 KBO리그로 돌아온 추신수(사진=스포츠춘추 DB)
2021년 마흔살 나이에 KBO리그로 돌아온 추신수(사진=스포츠춘추 DB)

어렵게 KBO리그 적응에 성공하더라도 국외 유턴파를 겨냥한 이중 삼중의 페널티가 앞을 가로막는다. 

현 규정상 국외 유턴파 선수는 외국 구단에서 퇴단한 뒤 2년 유예기간을 거쳐야 한국 무대에 복귀할 수 있다. 국내 팀과 계약해도 계약금은 받을 수 없고, 신인 선수들과 동일한 최저연봉을 받으며 출발한다. 데뷔 시기가 30세 전후의 늦은 나이라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미국 무대에서 쓴 맛을 보고 돌아온 유턴파 선수들에게는 가혹한 환경이다. 아무리 잘해도 큰돈을 만질 가능성이 없다면 동기부여가 되기 어렵다. 

국외파 2년 유예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나왔다. 무분별한 국외진출을 막고 국내야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도 일리는 있지만, 이제는 2000년대 초반처럼 무더기 국외진출 시대는 지났다. 류현진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 프로야구를 거친 뒤 국외진출이 대세가 됐다. 드래프트 참가 신청제가 도입돼 유망주 선수가 미국 진출을 미끼로 높은 계약금을 요구할 가능성도 사라졌다. 

국외파 2년 유예조항이 모든 선수에게 공정하게 적용된 것도 아니다. 2007년 KBO는 ‘해외파 특별 드래프트’를 열고 여기서 뽑힌 선수들에겐 2년 유예조항을 면제했다. 최희섭, 송승준, 이승학, 채태인 등 A급 국외파 선수들을 구제하기 위해 특혜를 준 것이다. 이때 지명받은 김병현, 추신수도 KBO리그 복귀 이후 유예기간 없이 곧장 1군에 합류할 수 있었다. 

2016년에는 군복무가 해결되지 않은 이대은을 구제하기 위해 ‘이대은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국외무대에서 돌아온 선수는 퓨처스리그에서 뛸 수 없다는 조항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를 예외로 해 이대은을 구제했다. 박찬호가 국내에 돌아올 때는 박찬호 특별법이 적용됐다. 야구계는 야구 잘하는 스타 선수를 구제할 용도로 계속해서 예외를 만들어 왔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개인 생각을 전제로 “예전에는 국외파 선수에 페널티를 주는 데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안 그래도 다들 선수가 없고 스타가 없다며 아우성 아닌가. 한창 기량을 발휘할 나이의 선수들을 지나치게 옥죄는 건 선수에게도 프로야구에도 득이 될 게 없다고 본다”는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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