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김진규(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김진규(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츠춘추]

1월 15일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년 첫 A매치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한국은 ‘유럽의 복병’ 아이슬란드를 5-1로 이겼다. 한국은 유럽국가를 상대로 거둔 최다점수 차 승리 기록을 경신했다. 아이슬란드전 이전까진 2002년 5월 16일 부산에서 치른 스코틀랜드와의 친선경기(4-1)가 유럽팀을 상대로 한 최다점수 차 승리였다. 

한국과 아이슬란드 모두 정상 전력은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닌 까닭에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빠졌다. 한국은 재활 중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을 비롯해 황의조(지롱댕 드 보르도), 황인범(루빈 카잔), 이재성(마인츠 05), 김민재(페네르바체 SK) 등이 제외됐다. 

K리거가 빛났다. 한국은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를 제외한 26명의 선수를 K리거로 구성한 바 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진규(부산 아이파크), 엄지성(광주 FC)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조규성(김천상무), 백승호(전북 현대)는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팀의 대승에 이바지했다. 

한국 붙박이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경쟁자로 떠오른 조규성은 “다섯 번째 A매치에서 첫 골을 터뜨렸다”“이 득점이 2022년 한국의 첫 A매치 승리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가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 훈련장에서 강조한 걸 내보이고자 했다. 공을 오랜 시간 소유하면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팀이 계속해서 승전고를 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그라운드 안에서 누구보다 많이 뛰겠다. 어떤 선수와 부딪히든 밀리지 않고 주변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겠다. 몰도바전에서도 몇 분을 뛰든 온 힘을 다하겠다.” 조규성의 얘기다. 

손흥민·황의조·황희찬 등 유럽 리그 중심 공격진? 송민규·조규성 ‘K리거도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사진=스포츠춘추)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사진=스포츠춘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명확하다. 어떤 팀을 만나든 오랜 시간 공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다. 전방에선 짧고 빠른 패스를 주고받으며 득점을 노리고자 한다. 

벤투 감독의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건 유럽 리거다. 손흥민, 황의조, 황인범, 이재성, 김민재 등은 대표팀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다. 두 차례 월드컵(2014·2018)을 경험한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울산 현대), 정우영(알 사드 SC) 등도 벤투 감독의 굳건한 신뢰를 받는다. 

벤투 감독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준다.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건 기본이다. 이후 대표팀 훈련에서 팀이 추구하는 축구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 주전급 선수로 올라선 게 황희찬, 송민규(전북 현대)다. 황희찬은 독일 분데스리가 RB 라이프치히에 몸담은 2021년 여름까진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황희찬은 8월 30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임대 이적 후 달라졌다. 꾸준한 경기 출전으로 빠르게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EPL에서 4골을 터뜨리며 자신감도 붙었다. 

그런 황희찬의 경쟁자가 송민규다. 송민규는 K리그1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2021년 6월 9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스리랑카와의 대결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6월 13일 2차 예선 레바논전과 9월 2일 최종예선 1차전 이라크와의 대결에선 황희찬을 밀어내고 주전 자릴 꿰찼다. 송민규는 한국이 치른 최종예선 6경기 가운데 5경기에 출전했다. 2022년 1월 15일 아이슬란드전에서도 송민규는 주전 공격수로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조규성은 2021년 9월 7일 최종예선 2차전 레바논과의 대결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이후 최종예선 3경기에 더 출전했다. 11월 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1-0)과 17일 이라크 원정(3-0)에선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겨 결장한 황의조의 공백을 확실히 메웠다. 대표팀 붙박이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FC 안양 김형열 전 감독은 “(조)규성이는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와 제일 늦게 돌아가는 선수”라며 “1골을 넣으면 2골을 터뜨리지 못해 아쉬워하며 땀 흘리는 선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규성이와 황의조의 스타일은 확실히 다르다. 규성이는 황의조보다 더 넓은 범위를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소유하는 데도 능하다. 공중볼 장악력도 갖췄다. 다만 골 결정력이나 경험에선 황의조가 앞선다. 대표팀에서 몇 분을 뛰든 자기 강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규성이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처럼 제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황의조의 대체자가 아닌 경쟁자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조규성의 프로 데뷔 시즌(2019)을 지도했던 김 감독의 얘기다. 

벤투 축구 이해한 K리거, 손흥민만큼 신뢰받는 ‘중원 3인방’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백승호(사진 가운데)(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백승호(사진 가운데)(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손흥민, 황의조 못지않게 신뢰받는 선수들이 있다. 중원을 구성하는 정우영, 황인범, 이재성이다. 2021년 10월 12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란 원정(1-1)부턴 이 세 명이 중원을 구성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부상이나 체력 등에 문제가 없다면 정우영, 황인범, 이재성에게 중원을 맡긴다. 

다른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손준호(산둥 루넝)는 최종예선 1차전 이라크와의 대결(0-0)에서 명단에서 제외된 정우영을 대체했다. 당시 정우영은 귀국길 비행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최종예선 2차전 레바논과의 대결에선 이동경(울산 현대)이 황인범, 이재성과 중원을 구성했다. 최종예선 3차전 시리아와의 대결에선 손흥민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정우영, 황인범이 3선에 포진한 가운데 이재성은 후반 10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선 새 얼굴이 떠오르고 있다. 김진규, 백승호다. 둘은 아이슬란드전에 선발 출전해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의 5-1 대승에 앞장섰다. 

김진규는 2015년 18살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재능이다. 김진규는 부산 아이파크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 시즌(2015) K리그1 15경기(승강 플레이오프 포함)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2 32경기(7골 2도움)에 출전한 2018시즌부턴 팀 간판선수로 자릴 잡았다. K리그 통산 기록은 134경기 출전 18골 11도움. 

김진규는 연령별 대표(U-20·23)도 두루 거쳤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멕시코와의 8강전 포함 본선 3경기에 출전했다. 

김진규는 1월 15일 아이슬란드전을 마친 뒤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A매치 데뷔전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매치를 경험한 선수들은 확실히 여유가 있었다. 훈련장에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한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했다. 

백승호도 다시 한 번 대표팀 주전 경쟁에 도전한다. 백승호는 2019년 10월 10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스리랑카와의 대결(8-0)을 마친 뒤 한동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백승호가 벤투 감독의 재부름을 받고 그라운드에 나선 건 2021년 11월 17일 최종예선 6차전 이라크와의 경기(3-0)였다.

2022년 1월 15일 아이슬란드전에선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백승호가 A매치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건 5경기 만이다. 

백승호는 공·수 능력을 겸비한 중원 자원이다. 축구계는 백승호를 황인범, 정우영과의 경쟁이 가능한 선수로 평가한다. 

백승호는 “2021년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조급해하지 않고 내 역할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벤투 감독님이 중원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세세하게 짚어준다. 감독님은 ‘최대한 쉽게 해라. 수비가 없으면 치고 나가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1월 21일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몰도바와의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25일 레바논 베이루트로 이동해 27일 최종예선 7차전 레바논과의 대결을 벌인다. 2월 1일엔 최종예선 8차전 시리아전이 기다린다. 최종예선에선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 황인범, 이재성, 김민재의 합류가 결정 났다. 중원 핵심 정우영도 24일 터키에서 대표팀에 합류한다. 

부상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손흥민, 황희찬의 합류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 황희찬은 팀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부상 회복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본 뒤에 대표팀 발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 리거가 대표팀 경쟁에서 한 발 앞서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K리그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K리거도 태극마크를 달고 빼어난 경기력을 보인다. 대표팀 주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두 차례 평가전 포함 훈련을 마친 대표팀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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