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운 심판위원장이 스프링캠프 순회 스트라이크 존 설명회에 참가해 변화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KIA)
허운 심판위원장이 스프링캠프 순회 스트라이크 존 설명회에 참가해 변화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KIA)

[스포츠춘추]

2022년 KBO리그 스프링캠프 화두 가운데 하나는 스트라이크 존 변화다. KBO는 2022시즌 스트라이크 존 변화를 발표했다. 다소 빡빡하게 판정했던 스트라이크 존 상하·좌우를 기존 명시된 규정에 맞도록 여유 있게 보겠단 뜻이다. 

KBO 허운 심판위원장도 스트라이크 존 변화를 두고 진두지휘하고 있다. 심판들은 1월 겨울 휴가도 반납하고 피칭 머신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존 변화 적응에 나섰다. 최근엔 허운 위원장과 일부 심판진이 전 구단을 돌면서 스트라이크 존 변화 설명회를 개최했다. 감독, 코치진과 선수단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스트라이크 존 변화 방향성을 듣는 자리였다. 

2월 11일엔 아홉 번째 순서로 KIA 타이거즈 함평 스프링캠프에서 스트라이크 존 설명회가 개최됐다. 허 위원장은 스트라이크 존 변화를 두고 “스트라이크 존 규정상 홈플레이트 좌·우 선을 걸치는 공도 스트라이크다. 또 스트라이크 존 상·하 규격도 타자 개인 신장마다 다르게 판정해야 한다. 또 규정과는 별개로 그간 하이존 스트라이크를 거의 안 잡아주는 경향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규정대로 스트라이크 존을 정상화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최근 현장과 소통하면서 스트라이크 존 변화와 관련한 긍정적인 시선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11일 만난 허 위원장은 “내일(12일) 키움 히어로즈 스프링캠프로 찾아가 설명회를 마치면 모든 구단을 다 돌게 된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현장의 반응이다. 설명회를 들은 모든 구단 감독님이 스트라이크 존 변화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시더라. 또 선수들도 투수와 타자 가릴 것 없이 스트라이크 존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더 공격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흐름을 만들 수 있단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 투수진에선 하이 존 활용에 관심, 야수진은 적극적인 스윙 훈련 방향성에 초점 -

2022년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된다. 경기력 및 스피드 업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사진=스포츠춘추)
2022년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된다. 경기력 및 스피드 업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사진=스포츠춘추)

현장에선 스트라이크 존 변화로 과거와 비교해 확실히 투수 우위의 흐름이 생길 거란 의견이 많다. ‘투수 전문가’ KT WIZ 이강철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 변화가 이뤄진다면 하이 패스트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유리함을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들도 덕을 많이 볼 거다. 아무래도 타자들은 높은 쪽에 들어오는 변화구 판정에 대한 걱정이 많더라. 결국, 하이 존 판정이 관건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KT 투수 고영표도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분명히 투수 관점에선 큰 호재다. 나도 하이 패스트볼과 함께 변화구 커맨드를 더 폭넓게 가져갈 수 있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무기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KT 투수 소형준 역시 “내 공은 주로 수평적인 움직임을 통해 범타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이번 스트라이크 존 변화로 각 큰 커브를 활용해 상·하 존도 적절히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함박웃음이 나오는 투수들과 달리 타자들은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KT 내야수 박병호는 “스트라이크 존 변화는 직접 경험해봐야 와 닿지 않을까 싶다. 상하 존이 넓어지면 타자 관점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KT 내야수 황재균도 “스트라이크 존이 바뀐다고 하는데 부딪혀 봐야 알지 않을까. 어느 정도 늘어났는지를 직접 겪어보고 대처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스트라이크 존 변화가 타자들의 적극적인 승부를 이끌어낼 거란 시선도 분명히 있었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은 “넓어지는 스트라이크 존에 곧바로 대처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공을 잘 고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높은 스트라이크 존은 내가 좋아하는 코스다. 더 적극적으로 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두산 외야수 김인태는 “항상 타석에서 적극적인 승부를 위해 노력하는데 올 시즌엔 나뿐만 아니라 다른 타자들도 스프링캠프 연습 때부터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보면서 치려고 신경 쓰더라. 존이 높아진다고 하니까 웬만한 높은 공도 방망이를 내려고 한다. 확실히 존을 넓게 보면서 한다면 적극적인 스윙이 나오면서 빠른 승부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 S존 변화 뒷걸음질은 없어야, "현장과 언론, 그리고 팬분들까지 다 도와주시길" -

허운 심판위원장이 KIA 선수단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정상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KIA)
허운 심판위원장이 KIA 선수단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정상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KIA)

무엇보다 스트라이크 존 변화를 두고 현장에서 가장 바라는 건 ‘뒷걸음질하지 않기’다. 과거 스트라이크 존 변화 과정에서 시즌 도중 다시 원래 스트라이크 존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이다. 허운 위원장도 이를 가장 신경 쓰는 눈치였다.

허 위원장은 “설명회에서 다들 스트라이크 존 변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과거와 같이 다시 예전 스트라이크 존으로 시즌 중간 돌아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단 의견이 많았다. 다시 뒷걸음하는 일이 없기 위해선 결국 심판뿐만 아니라 구단과 현장, 그리고 언론과 팬 여러분까지 함께 도와주셔야 한다. 시즌 초반 현장에서 마찰을 피할 수는 없을 거다. 다만, 더 박진감 넘치고 공격적인 야구를 위해선 스트라이크 존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해주시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12일 키움 히어로즈 스프링캠프를 끝으로 스트라이크 존 설명회를 마친 심판진은 이제 2월 셋째 주부터 구단 스프링캠프를 순회하면서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직접 선수들의 불펜 투구에서 보여주는 적응 기간을 보낼 계획이다. 감독 및 코치진과 선수단도 이 시간을 통해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을 직접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허 위원장은 “스프링캠프 불펜 투구와 각 구단 연습경기, 그리고 시범경기까지 최대한 많은 스트라이크 존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패스트볼보단 각이 큰 변화구를 두고 스트라이크 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직접 겪으면서 고민해야 할 시간도 될 거다. 심판위원들도 각자 잘 준비해서 시즌에 임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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