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는 1월 말 유정민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재계약 불발 과정을 두고 나온 서울시교육청의 유보 결정에 유 감독의 향후 거취는 아직 미궁 속이다(사진=스포츠춘추)
서울고는 1월 말 유정민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재계약 불발 과정을 두고 나온 서울시교육청의 유보 결정에 유 감독의 향후 거취는 아직 미궁 속이다(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서울고등학교 야구부(교장 박노근)는 최근 한 매체 보도에 따른 야구부 후원인 A 씨의 월권 의혹에 시달렸다. 야구부에 거액의 후원을 한 A 씨가 감독 및 코치 교체 요구, 경기 개입 및 폭언 등으로 ‘갑질’을 했단 의혹이었다. 

서울고는 1월 27일 야구부 유정민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감독 교체를 원했다고 알려진 A 씨의 뜻대로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서울고 야구부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섰다. 야구부 아이들을 유정민 감독에게 계속 맡기고 싶단 학부모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 유정민 감독 재계약 불발에 들고 일어난 학부모들 "학교 측이 재계약 평가 과정 공개 거부" -

유정민 감독 체제 아래 서울고는 전국대회 성적이란 단편적인 성과보다는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한 선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건강한 야구부로 발전했다. 2021년 데뷔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남긴 두산 내야수 안재석(사진 왼쪽)도 서울고 출신이다(사진=스포츠춘추)
유정민 감독 체제 아래 서울고는 전국대회 성적이란 단편적인 성과보다는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한 선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건강한 야구부로 발전했다. 2021년 데뷔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남긴 두산 내야수 안재석(사진 왼쪽)도 서울고 출신이다(사진=스포츠춘추)

서울고 야구부 학부모 대표 B 씨는 스포츠춘추에 “최근 1년 동안 학교 측에선 감독님이 코치 한 분이라도 제대로 채용할 수 있게 돕지 않고 방해만 일삼았다.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가 갔다.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 중인 야구부에서 그 수익자 비용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쓰이지 않는 의혹들도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야구부 1, 2, 3학년 전체 학부모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곤 모두 감독님 재계약에 찬성한단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고는 유정민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을 위해 재계약 평가 점수를 일부러 낮게 부여했단 의혹에도 휩싸였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재계약 평가 점수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개인정보 관련 내용임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B 씨는 “재계약을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항목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성폭행이나 폭행, 폭언 등과 같은 중대한 재계약 하자 사항이 없다면 근무 태만 등 항목 평가에서 60점 미만 점수 부여로 재계약 불발을 만들 수 있다. 우리 학부모들이 평소에 본 감독님은 근무 태만 등으로 재계약이 불발될 분이 전혀 아니다. 학교 측은 재계약 회의 자체를 비공개로 돌려서 학부모들의 참관을 막았다. 재계약 평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개인정보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라고 주장했다.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던 서울고는 돌연 그 결정을 유보했다. 학교 측의 자의적인 결정이 아닌 서울시교육청의 유보 통보가 있었던 까닭이다. 

B 씨는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 측의 감독 재계약 불가 결정과 관련해 이를 유보하라는 통보를 학교에 보낸 것으로 들었다. 우선 감독님이 2월 말 전지훈련까지 팀을 지휘하면서 학교 측이 재계약 관련 심의를 다시 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임을 파악했다. 우리 야구부 학부모들은 감독님 재계약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단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 유정민 감독 "당혹스러웠던 재계약 불발 통보, 또 특정 개인 의도대로 흘러갈까 우려스러워." -

서울고 야구부 훈련장 전경. 야구부는 특정 개인 소유물이 아닌 오로지 학생들을 위한 성장터가 돼야 한다(사진=스포츠춘추) 
서울고 야구부 훈련장 전경. 야구부는 특정 개인 소유물이 아닌 오로지 학생들을 위한 성장터가 돼야 한다(사진=스포츠춘추) 

재계약 불발 당사자인 유정민 감독도 최근 1년 넘게 속앓이를 해왔다. 후원인 A 씨의 압박 아래 짧은 기간 1학년 전담 감독으로 강등되는 굴욕도 겪어야 했다. 학부모들의 반대로 다시 야구부 총감독 자리로 돌아왔지만, 유 감독은 A 씨가 원하는 야구부 운영 방향과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계속 느껴야 했다. 

유 감독은 스포츠춘추에 “1년여 전부터 나를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압박감이 느껴졌던 건 사실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어쨌든 나는 잘못한 게 없었기에 떳떳했다.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마음에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계속 조심했는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하니까 당혹스러운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유 감독은 학교 측의 재계약 불가 관련 유보 결정이 나온 뒤 학생선수들을 데리고 고흥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다. 유 감독은 “2월 말 이후 학교 측이나 교육청이 결정 내릴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싶다. 우려스러운 건 이번 재계약 불발 결정도 그렇고 야구부장을 중심으로 학교 전체가 특정 개인 뜻대로 또 움직이지 않겠냐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보태주시는 학부모들께는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춘추는 유정민 감독 재계약 불발 통보 논란과 관련한 서울고 측의 생각을 듣기 위해 야구부장 담당 교사와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야구부장을 맡아왔던 교사 C 씨는 전근을 이유로 “어떤 말씀을 드릴 위치가 아니다. 새로 오신 야구부장 교사분과 통화해 달라”라고 답변했다. 새롭게 서울고 야구부장을 맡은 교사 D 씨도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곧바로 통화를 끊었다. 

서울고 야구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후원인 A 씨와 관련한 서울고 야구부 문제의 핵심 인물은 전 야구부장인 C 씨다. 모든 야구부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던 C 씨인데 전근을 이유로 마치 도망가듯 떠난 셈이다. 이제 서울고 측이 야구부를 향한 외부 개입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함께 가길 원하는 감독을 제 발로 차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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