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카펜터(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라이언 카펜터(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고척]

한화 이글스 라이언 카펜터는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투수였다. 수비 실책으로 내준 비자책점이 15점으로 최다 2위(1위 최원태 16점)였고, 타선의 득점지원은 3.89점으로 규정이닝 투수 꼴찌였다. 수비 도움도 타선 도움도 못 받은 카펜터는 평균자책 3.97의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에도 리그 최다패 투수(12패)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에는 지독한 불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시범경기 키움 히어로즈 전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카펜터는 이날 4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최고 147km/h 위력적인 속구도 좋았고, 야수들도 필요할 때 호수비로 카펜터를 도왔다. 야수들은 타석에서도 활발한 공격으로 카펜터에게 힘을 실어줬다.

1회 시작부터 수비 도움을 받았다. 1대 0으로 앞선 1회말, 이용규가 날린 3유간 안타성 타구를 3루수 김태연이 몸을 날려 잡아냈다. 제일 까다로운 타자를 처리한 카펜터는 2사 1루에서 야시엘 푸이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실점 없이 1회를 마쳤다.

2회에도 1사후 몸에 맞는 볼로 주자를 허용했지만, 김주형을 3루쪽 병살타로 잡고 무실점. 3회에도 볼넷 1개만 내주고 삼진 2개를 잡으며 무실점을 이어갔다. 여기서도 선두 김준완의 까다로운 타구를 김태연이 감각적인 글러브질로 잡아내 아웃으로 만들었다. 4회에도 올라온 카펜터는 세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잡고 이날의 임무를 완수했다.

두 차례 호수비로 카펜터를 지원한 김태연은 타석에서도 맹활약했다. 3회 우전안타에 이어 5회에는 5대 0으로 달아나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한화는 김태연 외에도 이성원이 솔로포를 터뜨리는 등 12안타로 8점을 뽑아내며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한화의 8대 1 승리, 3연패 뒤 연승을 달린 한화는 시범경기 3승 3패로 균형을 맞췄다.

취재진과 만난 카펜터는 이날 투구내용에 만족감을 보였다. 카펜터는 “지난 경기보다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만족스럽다. 볼넷과 주자 진루를 적게 허용한 게 만족스럽다. 이번 시즌 리듬과 템포를 중점적으로 신경쓰고 있는데, 그 부분에서 지난 경기보다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올해 한화야구의 키포인트로 “수비 실수와 볼넷 줄이기”를 들었다. 지난해 대등한 승부를 펼치다 수비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볼넷 남발로 승기를 넘겨준 경기가 많았다는 지적. 지난해 수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카펜터도 “감독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수베로 감독의 바람대로 이날 한화는 여러 차례 좋은 수비로 상대 흐름을 끊고 실점을 미연에 방지했다. 수베로 감독도 “카펜터가 선발투수 역할을 잘해줬다. 경기 초반 앞서 나갔는데 그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수비에서 깔끔한 플레이를 해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카펜터는 “올해 개인적으로 볼넷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지난해 5승밖에 거두지 못했는데, 볼넷만 줄이면 더 많은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 시즌 달라진 모습을 다짐했다.

남은 시범경기 과제로는 “메카닉 측면에서 만족스럽고 좋은 느낌을 시즌까지 유지하려고 한다. 리듬과 템포에 신경쓰면서 지금의 좋은 느낌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