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 해설위원이 성매매 혐의와 관련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사진=스포츠춘추)
이용철 해설위원이 성매매 혐의와 관련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2019년 8월 26일, 그날 이후 제 인생은 끝났습니다.”

이용철 야구 해설위원은 2019년 이후 3년간 고통과 후회 속에 살았다. 야구인으로 평생 쌓아 올린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인 J 씨로부터 성매매 고발을 당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실명 보도되면서 하루아침에 성매매범으로 낙인찍혔다.

그날로 이 위원은 모든 방송에서 물러났고, 야구 관련 활동에서 죄다 제외됐다. 해설위원으로서 더 발전할 필요성을 느껴 모교 대학원에서 학위까지 취득한 상태였지만, 모두 소용없는 일이 됐다. 이름과 사진이 온갖 언론에 도배된 뒤라, 얼굴을 들고 어딜 갈 수도 없었다.

이 위원이 싸움을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검찰, 법원은 이 위원의 손을 들어줬다.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J 씨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도 이 위원이 이겼다. 처음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온 무고죄도 법원에 낸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조만간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에겐 상처뿐인 승리다. 허위 고발과 언론 보도로 그가 입은 피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이미 방송 일이 끊긴 지 3년째다. 

처음 이 위원의 의혹을 보도한 지상파 방송사는 원문 기사 상단에 조그맣게 ‘이 고발 사건과 관련해, 이용철 위원은 2019년 12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에 알립니다’라고만 적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사후 결과를 표시하는 언론도 대한민국에선 매우 드문 게 냉정한 현실이다.

기자와 만난 이 위원은 해명 전에 머리부터 숙였다. 야구계와 팬들에게 사과하며, 자신이 인생을 잘못 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반성했다. 다음은 이 위원이 고통과 번뇌 속에 보낸 지난 3년의 기록이다.

주식 권유와 상장폐지…민사소송 이어지며 갈등 시작

이용철 위원은 방송사 간판 해설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사진=KBSN)
이용철 위원은 방송사 간판 해설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사진=KBSN)

지인 J 씨와 어떻게 만난 건가.

2015년인가 2016년이었을 거다. 당시 지인 중에 프로야구팀 연간 회원이 있었다.  그 지인 소개로 J씨와 만났다. J 씨는 포털사이트에 이름 석 자 치면 바로 나오는 유명 ‘일타강사’였다. 첫 만남 이후 양쪽 가족이 알 만큼 가깝게 지냈다. 

그런 J 씨와 주식투자 문제로 민사소송을 벌였다.

그 친구 만나기 전까지 난 주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도 몰랐다. 그러다 그 친구가 ‘형님도 이제 돈 좀 버셔야죠.’ ‘잘못되면 제가 책임질게요’라면서 계속 강하게 권해 모 회사 주식을 샀다. 그런데 몇 달인가 지나서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내게 권해서 산 그 주식이 상장폐지가 된 거다. 

상장폐지 소식을 전하자 J 씨가 뭐라고 하던가.

'이게 뭐냐'고 했더니 다른 주식을 사라고 추천했다. ‘형님, 이걸로 만회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자기도 샀다고 두세 종류 주식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 주식을 사서 또 큰 손해를 봤다. 그때부터는 연락도 잘 안 받고 날 피하기 시작했다. 

J 씨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이겼다.

J 씨가 내게 써준 차용증이 있었다. '2018년 9월 30일 전후로 돌려준다'는 내용의 차용증이었다. '주식으로 손해가 커서 난처하다'고 하소연했더니 자기가 먼저 선뜻 차용증을 써서 건네줬다. 

차용증에 명시된 날짜에 돈은 받았나.

정해진 날짜가 됐는데도 아무 얘기가 없었다. 몇 번을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라'고 했더니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헐, 그럼 법대로 하세요’라고 쓰여있는데.

안 되겠다 싶어 채무불이행 민사소송을 걸었고, 2019년 3월 내가 승소했다. 원래는 8개월에 걸쳐 나눠 갚고, 소송 비용은 각자 해결하라는 게 1차 조정 내용이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거부해서 나중에는 법정 이자까지 다 J씨가 물어내라는 판결이 나왔다.

경찰 고발만으로 나온 실명 보도 “8월 26일 그날 이후 내 인생은 끝났다”

이용철 해설위원 경찰 조사를 보도한 모 지상파 방송사의 기사. 2019년 8월 26일 작성돼 2021년 9월 30일 수정됐다.
이용철 해설위원 경찰 조사를 보도한 모 지상파 방송사의 기사. 2019년 8월 26일 작성돼 2021년 9월 30일 수정됐다.

J 씨 입장에선 투자의 최종 책임이 이 위원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J 씨도 이 위원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꼈을 듯싶다.

판결이 나온 다음 J 씨가 문자를 보내왔다.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내 사회적 평판을 완전히 떨어뜨리겠다면서 경찰서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실제로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고발 건이 있으니 서울 강남경찰서에 방문해 달라'는 전화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갔더니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고 하더라. 고발 소리만 들어도 황당한데 고발자가 두 명이라고 해서 더 황당했다.

J 씨 말고 다른 고발인이 있었나.

A라는 다른 고발자가 또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경찰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름도 기억 안 나고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고발이 가능하냐고 따졌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J 씨까지 여러 사람이 모인 술자리에 늦게 합류해서 잠깐 인사를 나눴던 사람이더라. 그 사람도 학원 강사라고 했다.

아.

전혀 터무니없는 고발이라 신경도 안 썼다. 원래는 변호사도 선임 안 했다. 고발당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변호사가 필요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방송 해설과 대학원 논문 등으로 한창 바쁠 때라, 내 일만 하기도 벅찼다. 그런데 어느 날 방송국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았더니 모 시사주간지 기자라고 했다. 강남경찰서에 출입하다 성매매 건으로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가슴이 철렁했겠다. 

기자와 한참 통화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게 됐고, 이래서 앙심을 품고 허위 고발을 한 거라고 설명했다. 그 건에 관해 물어보면 얼마든지 설명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뒤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모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 이후 수많은 매체가 이 방송사 보도를 인용 보도했다. 언론사 대부분은 추가 취재없이 모 지상파 방송사 보도를 그대로 인용했다
모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 이후 수많은 매체가 이 방송사 보도를 인용 보도했다. 언론사 대부분은 추가 취재없이 모 지상파 방송사 보도를 그대로 인용했다

정작 관련 내용을 보도한 건 모 지상파 방송사다. 그 방송사에서 ‘이용철 해설위원이 성매매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아직도 그 날짜를 기억한다. 2019년 8월 26일 월요일이다. 전날까지 대전 중계방송을 마치고 새벽에 귀가해서 아침에 깨어났는데 전화통에 불이 나 있었다. 부재중 전화번호로 걸었더니 지상파 방송사 기자라면서 성매매 고발 건에 대해 물었다. 여차여차해서 생긴 일이라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통화가 끝나고 불과 몇 분 뒤에 ‘이용철 프로야구 해설위원, 성매매 혐의로 경찰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당시 해당 보도를 접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우선 해당 보도는 성폭력을 다룬 내용이 아니었다. 성매매였다. 두 번째 이 위원의 행위로 인한 피해자와 피해 정도, 피해 정황이 대강이라도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었다. 세 번째 이 위원은 유명인이지, 공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론 성매매처럼 사회적 평판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에 넘겨지거나 검찰 송치 정도는 돼야 보도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고, 보도하더라도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경찰 고발만 이뤄진 상태에서 실명과 사진까지 포함한 보도가 나왔다. 굉장히 보기 드문 사례였다.

솔직히 내 인생은 8월 26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확정되지 않은 혐의가 내 사진과 함께 실명으로 보도돼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큰 고통을 겪었다. 사람들이 왜 자살하는지 알게 될 정도의 고통이었다. 극단적 선택을 몇 번이나...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바닥이 가깝게 느껴졌다.

결국 성매매 혐의는 그해 12월 4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송치했고, 검찰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초 보도가 됐을 때, 해당 기자에게 연락을 취했나.

내 해명을 듣고 싶다며 그렇게 연락을 취했던 기자가 내가 전화를 거니 받지 않았다. 그저 문자만 보내왔다.

문자?

'저희가 쓰지 않아도 여러 언론사에서 해당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보도될 내용이었다'고 했다. 정상적인 언론사이고, 정상적인 기자라면 어느 언론사가 '먼저 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언론사가 '더 정확하게 취재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어느 언론사가 먼저 쓰는 게 도대체 나와 무슨 관계인가. 무엇보다.

음.

그 기자는 정확하게 '해당 사실'이라고 표현했다. 해당 사실? 무엇이 해당 사실인가? 한쪽의 일방적인 고발이 과연 '사실'인가? 고발 그 자체가 곧 '사실'이라면 경찰이 왜 필요하고, 검찰은 왜 있고, 법원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만약 언론이 사실 여부를 확정 짓는 최종기관이라면 그 기자는 내게 판결까지 내렸어야 했다. 그 기자의 문자를 받고서 더 충격이었던 건.

네.

'진행 상황 계속해서 체크해서 무혐의 결과가 나오면 응당하게 후속기사로 쓰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람이 살인자입니다'라고 세상 모든 사람에게 외친 후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을 때 '이 사람은 살인자가 아닙니다'라는 후속 기사를 써주겠다고 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기자에게 '감사합니다. 기자님. 정말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하나.

….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정상적인 기자라면 그 기자가 말한 '체크'는 보도 후가 아니라 보도하기 전에 모두 이뤄졌어야 했다. 그게 기본 아닌가? 그런데 뭐? '무혐의 결과가 나오면 응당하게 후속기사로 쓰겠다'고? 언론사라면, 기자라면 사람들이 첫 기사만 보고, 후속기사엔 관심조차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 않나. 실제로 이 방송사 보도 내용을 수백개의 언론이 받아썼지만, 정작 내가 무혐의 받았다는 기사는 몇개 언론사밖에 없었다. 나는 묻고 싶다. 이것이 언론인가? 이것이 보도인가? 만약 그것이 언론이고, 그것이 보도라면, 오늘은 나지만, 내일은 당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모 지상파 방송사 기자가 보도 후, 이용철 위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모 지상파 방송사 기자가 보도 후, 이용철 위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사건이 터진 직후 모든 방송 활동이 중단됐다. 이듬해부터 방송 해설위원 명단에서도 빠졌다. 

황당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중 하나는 J 씨와 함께 나를 고발한 A 씨였다. 대질신문을 앞두고 변호인을 선임하고, 명예훼손과 무고로 맞고소를 준비했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저 아무개인데 만나 뵙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A 씨였나.

그렇다. 다짜고짜 죄송하다며 고발 취하하러 경찰서에 가는 길이라고 하더라. 경찰서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2층에 앉아 기다리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잘못했습니다’ 하지 뭔가.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는 하기 싫었는데 반강제로 같이 고발장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더라. 한 사람이 고발하면 증거능력이 약하니까 고발자를 두 명으로 했던 거다. A 씨는 나중에 잘못을 인정하고 검찰 조사 때도 사실대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정작 재판에 넘겨진 건 이 위원이 아닌 J 씨였다. J 씨는 2021년 5월 28일 명예훼손으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 됐다. 하지만 무고죄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결론이 나왔다. 

정말 사실에 입각한 증거와 주변 증언을 낱낱이 모아서 고소했는데도 무고죄는 무혐의가 나왔다. 항고까지 했는데도 제대도 된 조사 없이 기각됐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 선택지로 대검찰청과 법원 재정신청 가운데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 변호사와 상의해서 재정신청을 택했다. 

보통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변호인이 마지막 증거를 모아 제출한 뒤,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다. 다행히 법원에서 받아주셨다. 재정신청 통과로 무고죄도 재판을 통해 시비를 가릴 수 있게 됐다. 조만간 J 씨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유 불문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

이용철 해설위원(사진=KBSN)
이용철 해설위원(사진=KBSN)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 게 많겠다.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미 입장문과 신문 기고를 통해 언급했지만 다시 한번 야구계 선후배, 방송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무엇이 죄송한가.

이유가 어찌 됐든 불미스러운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 사람을 잘못 본 것도 내 실수다.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인생에서 야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나갈 생각이다.

억울한가.

억울하긴...힘들고 괴롭다. 믿고 신뢰했던 사람들이었기에 더더욱 여전히 힘들다.  식구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모든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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