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은 스리쿼터 투구 스타일로 최근 최고 구속 155km/h를 찍은 엄청난 구위를 선보였다(사진=스포츠춘추)
김서현은 스리쿼터 투구 스타일로 최근 최고 구속 155km/h를 찍은 엄청난 구위를 선보였다(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서초동]

고(故) 최동원 전 감독을 떠오르게 하는 금테 안경과 훤칠한 신장, 그리고 타고난 구속과 나다른 배짱까지. 어떻게 보면 투수를 하기 위해 태어난 만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다. 이 묘사의 주인공은 바로 서울고등학교 투수 김서현이다. 

김서현은 2022년 덕수고등학교 투수 심준석과 함께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스리쿼터 유형의 파이어볼러 유망주인 김서현은 최근 공식 경기에서 최고 구속 155km/h를 찍고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1차 지명 제도가 다시 폐지된 첫 해에 김서현은 심준석과 함께 전체 1순위 지명을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 

김서현은 150km/h를 훌쩍 넘는 구속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투수기도 하다. 하지만, 김서현 본인의 자세는 명확하다. ‘메이저리그 간보기’가 아닌 KBO리그 무대 도전이 먼저라는 자세다. 스포츠춘추가 김서현을 직접 만나 신인 지명을 앞둔 속내를 들어봤다. 

 

벌써 '최고 155km/h' 김서현의 놀라운 구속 페이스 "예상보다 더 빨리 올라왔다." 

서울고등학교 투수 김서현은 덕수고등학교 심준석과 함께 2023년 신인 TOP 2로 꼽히는 선수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서울고등학교 투수 김서현은 덕수고등학교 심준석과 함께 2023년 신인 TOP 2로 꼽히는 선수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김서현 선수가 낀 금테 안경을 보니 최동원 전 감독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알레르기가 있어서기도 한데 평소 안경 끼는 걸 정말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도 최동원 전 감독님의 투구 영상을 봤는데 정말 대단한 투수였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투수 가운데 한 분이고요. 영화 ‘퍼펙트 게임’에 나오는 배우 조승우를 닮았단 얘기도 듣습니다(웃음). 

2022년 공식 경기 기록이 7경기 등판 1패 평균자책 1.71 24탈삼진 10사사구로 빼어난 편입니다. 소위 말하는 ‘고3병’은 전혀 안 느껴집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게 없는 듯싶습니다(웃음). 지금 주목받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좋은 투구 흐름도 제가 할 야구에만 집중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공식 경기에서 최고 구속 155km/h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만족스러운 구속 아닌가요. 

솔직히 시즌 초반엔 152km/h 정도만 나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55km/h가 나왔다는 얘길 듣고 너무 빨리 구속이 올라온 듯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구속이 잘 나와서 나쁠 건 없으니까 기분은 좋습니다. 

언제부터 야구를 시작했습니까. 

야구공을 5살 때부터 만지기 시작했는데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겨울부터입니다. 형이 야구를 하고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따라서 야구를 하게 된 것도 있어요. 부모님께서도 야구를 하라고 선뜻 허락해주셨습니다. 아버지가 두산 베어스 팬이시라 어릴 때 잠실구장도 몇 번 가봤고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시상식에 참석하러 키움 히어로즈 경기도 가끔씩 갔습니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투수였나요. 

야구를 시작할 때는 야수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구속이 빠르다고 해서 투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족들의 신장이 큰 편이라 저도 어느덧 188cm까지 자랐는데요. 학창 시절 내내 신장이 컸던 편이라 투수로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씩 1루수도 봤고요.

중학교 시절에 이미 구속 140km/h가 나왔던 게 큰 화제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구속 140km/h가 찍혔는데 그때부터 제가 계속 야구를 해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중학교 때는 남들보다 특별하다는 생각이 조금 있었는데 고등학교로 올라오면서 다른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듯싶어요. 또래들보다 더 높은 쪽도 더 낮은 쪽도 아니고 딱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선수라는 느낌인 거죠. 

투구 자세가 스리쿼터에 가깝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투구 자세로 정착했습니까.

초등학교 때는 완전히 오버스로 투구 자세였다가 중학교 때부터 점점 팔 각도가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편안하게 던질 수 있는 투구 자세를 하다 보니까 지금 스리쿼터 느낌까지 온 듯싶어요. 스리쿼터 투구 스타일이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진 않습니다. 

변화구 구종은 어떤 걸 구사합니까. 

커브와 스플리터를 주로 사용하는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간간이 던지는 편입니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스플리터고요. 우타자와 좌타자 상관없이 스플리터를 자신감 있게 던지고 있습니다. 

'ML 간보기' 없는 김서현 "첫 번째 목표는 무조건 KBO리그 전체  1순위 지명"

고교 최대어 심준석과 김서현(사진=스포츠춘추 DB)
2022년 고교 최대어로 꼽히는 덕수고 투수 심준석(사진 왼쪽부터)과 서울고 투수 김서현(사진=스포츠춘추 DB)

이제 신인 지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심준석 선수와 김서현 선수가 고3 최대어 TOP2로 꼽히는 가운데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까. 김서현 선수를 향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도 쏟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KBO리그로 먼저 갔다가 기회가 오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할 생각이 확고합니다. 무조건 2023년 신인 지명 전체 1순위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물론 프로 무대에 간다는 자체가 저에게 너무 감사한 일일 겁니다. 어떤 팀을 가든 가장 열심히 하고 눈에 띄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1차 지명이 폐지된 가운데 전체 1순위가 된다면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순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제일 첫 번째로 이름이 불린다면 정말 신기할 듯싶습니다. 제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진다면 밖에 다니기 무서울 듯싶기도 하고요(웃음). 만약 제가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로 간다면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으셨던 학교 선배인 강백호(KT WIZ) 선수와 한 번 붙어보고 싶습니다. 원체 잘 치고 힘이 좋으시니까 저도 한 번 힘으로 밀어붙여서 승부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께도 전체 1순위 지명은 큰 효도가 될 듯싶습니다. 

야구를 지금까지 시켜주시고 뒷바라지해준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초등학교 때 어깨가 아파서 내야수만 하고 있었을 때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야구를 한 번 해보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온 듯싶어요. 그 말 한 마디에 제가 지금 이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신인 지명 때 좋은 결과로 꼭 효도해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선발과 불펜 가운데 어떤 방향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까. 

제가 선발 투수 역할을 자주 안 하다 보니까 투구수가 많아지면 볼넷이 많아지는 단점이 있는 듯싶습니다. 그래서 선발 투수 역할을 자원하기도 했는데 확실히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는 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에요. 만약 프로에 간다면 선발 투수로도 도전하고 싶지만, 마무리 투수나 셋업맨 역할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교 선배인 정우영(LG 트윈스) 투수와 같은 활약을 하고 싶죠. 

마지막으로 야구팬들과 구단 스카우트들에게 자신이 어떤 투수라고 매력을 어필하고 싶습니까.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해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것보다 투수에게는 위기관리 능력과 더불어 수비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자신감을 느끼고요. 마운드 위에 섰을 때 상대를 압도하는 기운이 풍기는 투수가 되겠습니다. 저를 데려가신다면 절대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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