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김진성(사진=LG)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김진성(사진=LG)

[스포츠춘추=잠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여는 첫 문장이다.

야구도 다르지 않다. 잘 나가는 팀들을 보면 대개 비슷하다. 프런트와 현장이 힘을 합해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고참부터 신인까지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주전부터 백업까지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면 행복한 팀이 된다. 반면 안 되는 팀은 저마다 온갖 이유로 엉망진창이다. 

“투수코치 ‘미안하다’ 한 마디에 감동…정말로 선수들을 존중하고 아껴준다”

김진성은 LG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즐겁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진성은 LG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즐겁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요즘 6연승으로 상승세인 LG 트윈스는 ‘행복한 팀’의 대표주자 격이다. 12일 잠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적생 김진성으로부터 LG가 잘 나가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김진성은 “감독님, 코치님들이 선수들을 정말로 존중하고 아낀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 잘하고 싶고 팀을 위해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고 팀 분위기를 자랑했다.

김진성은 코칭스태프의 말 한마디에 감동받았던 경험을 전했다. 그는 “한번은 불펜에서 몸만 풀고 경기에는 나가지 못한 적이 있었다”면서 “불펜투수라면 늘상 겪는 일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김광삼 투수코치님이 오시더니 ‘몸만 풀게 해서 미안하다. 고생했다’고 하시지 뭔가. 10년 넘게 선수 생활하면서 처음 들어본 말이라 깜짝 놀랐고 감사했다”고 했다.

“LG 코치님들이 선수들을 선수 이전에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신다. 사소한 말 한마디도 애정이 느껴지니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구단의 선수단 지원도 정말 좋다. 선수들을 배려해서 최적화된 지원을 해주니까 마음 편히 야구만 할 수 있다.” 김진성의 말이다.

사실 LG 유니폼을 입기 전에는 LG 팀 분위기에 대한 막연한 편견도 있었다. 막상 LG에 와서 보니 그런 편견은 깨끗이 사라졌다. 김진성은 “밖에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르더라”면서 “이호준 타격코치님도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데, LG 선수들만큼 운동 열심히 하고 야구 생각만 하는 선수들이 없다. 자유분방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선수단도 체계가 잘 잡혀 있다”고 했다.

김진성은 “김현수 선수가 리더 역할을 정말 잘한다. 김현수 선수의 영향이 크다”면서 “고참 선수부터 모범을 보이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운동하니 후배들도 자연히 따라가게 된다. 제일 야구 잘하는 선수도 저렇게 하는데 다른 선수들이 안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정우영, 고우석, 이정용 등 후배들을 보면서도 많이 배운다”는 김진성은 “불펜 투수들은 팀워크가 중요한데 LG 불펜은 이런 문화가 잘 형성돼 있다”고 했다. LG 불펜진은 경쟁 의식보다는 동료애로 똘똘 뭉쳐 있다. 먼저 나온 투수는 뒤에 나오는 투수를 믿고, 뒤에 올라오는 투수는 앞의 투수가 만든 위기를 어떻게든 막아주려고 하는 분위기다. 평균자책 1위(2.15) 최강 불펜을 만든 원동력이다. 

나이 37세에 되찾은 전성기 구속…“LG라서 행복합니다”

LG에 합류한 베테랑 김진성(사진=LG)
LG에 합류한 베테랑 김진성(사진=LG)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김진성은 선수 커리어를 마감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창단멤버로 함께한 NC 다이노스에서 하루아침에 방출당해 무적 신세가 됐다. 다른 구단도 대부분 젊은 투수 위주로 선수단을 꾸리는 분위기라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모 구단은 “김진성의 투구 데이터 분석 결과 다음 시즌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뽑아놓고도 실제 계약은 하지 않았다.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절망의 끝에서 김진성의 손을 잡아준 팀이 LG 트윈스였다. 김진성은 LG 차명석 단장의 전화 한 통에 다시 일어섰다. “테스트는 무슨 테스트야. 너 김진성이다”라는 말에 잃었던 자존감을 되찾았다.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겨울을 보냈고, 4월 한 달간 11경기 평균자책 2.45의 호투로 LG의 믿음에 응답했다. 이기는 상황, 동점 상황, 지고 있는 상황, 경기 후반이든 초반이든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잠실구장 효과일까. 김진성은 “공이 작년보다 좋아졌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그는 “전에는 4, 5월에 속구 구속이 빨라봐야 142, 3km/h 정도 나왔다. 여름이 돼야 140km/h 중반대가 나오곤 했다. 올해는 벌써부터 146, 7km/h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올 시즌 김진성의 최고구속은 148km/h, 평균은 143.6km/h로 NC 마무리 시절인 2014년(143.4km/h)보다도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30대 후반 노장에게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김진성은 “처음 LG에 왔을 때 이천 2군에서 김경태 코치님과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힘쓰는 밸런스를 잃은 상태였는데 김 코치님 덕분에 잃어버린 감각을 조금씩 찾았다. 내게 맞는 힘쓰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그대로 하다 보니 전성기 때보다 빠른 스피드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1군에 올라와서는 투수코치님들 도움을 받아 슬라이더를 개선했다. 슬라이더가 전보다 더 빨라지고 좋아졌다”고 전했다. 투구후 몸 관리 방법도 변화를 줬다. “작년까지는 던지고 나면 아이싱을 했는데 LG에선 아이싱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 김용일 코치가 이끄는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은 4월 한달간 다소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던지고도 좋은 구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4월 한달간 2020년 한국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호투를 펼친 김진성은 5월 들어 잠시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역할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팀을 위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버림받은 노장은 행복한 가정 LG에서 다시 야구의 기쁨을 되찾았다. 행복한 팀은 선수들도 행복하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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