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나선 유한준(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기자회견에 나선 유한준(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수원]

“유한준 다시 선수 했으면 좋겠다. 취소 못 하나요?”

이강철 감독이 씁쓸한 미소와 함께 건넨 농담에는 부상병동 KT 위즈의 힘겨운 현실이 반영됐다. 5월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 열리는 ‘네버엔딩’ 유한준 은퇴식을 앞두고 KT는 주축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 개막부터 부상의 연속이었다. 간판타자 강백호가 발가락 골절로 이탈하고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까지 빠지면서 중심타자 두 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웠다. 이강철 감독은 “3번, 5번 없이 시작하게 될줄은 몰랐다”고 자조하듯 말했다.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도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고, 12일에는 불펜 필승조 박시영이 경기중 오른팔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13일 수원 키움전에선 주전 야수인 박병호, 심우준, 조용호가 경기 도중 교체되는 상황까지 마주했다. 경기 후반 야수가 동난 KT는 투수 안영명을 대주자로 쓰려다 심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 걸린 ‘유한준 은퇴기자회견’ 플래카드를 본 이 감독은 “유한준이 다시 선수를 했으면 좋겠다. 취소 못하나?”라며 쓴웃음을 지은 뒤 “취소 회견이라고 쓰면 될 것 같은데…”라는 농담으로 팀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다행히 전날 부상으로 교체된 야수 대부분은 경기 출전이 가능한 상황. 배정대(중)-김민혁(좌)-황재균(3)-박병호(지)-장성우(포)-오윤석(1)-박경수(2)-신본기(유)-홍현빈(우)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다. 박병호는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심우준, 조용호는 경기 후반 교체 출전한다. 

이 감독은 “심우준, 조용호는 괜찮은데 뒤에서 쓰려고 한다. 앞에서 먼저 빠져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박병호에 대해선 “더 큰 부상이 오지 않게 하려고 하는데, 본인이 지명타자 정도는 가능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유한준은 항상 삼진보다는 쳐서 해결하는 타자였다. 3번, 5번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다 보니 유한준 생각이 난다”고 떠올린 이 감독은 “꾸준하게 야구를 잘해왔고 야구 외에도 여러 가지로 잘했기에 은퇴식을 할 수 있다. KT에 와서 좋은 마무리를 하면서 은퇴하게 됐는데 앞날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축복했다.

이 감독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선수 때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내년에 국외 연수도 갈텐데 그런 과정을 통해 자기수양을 잘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할 거다. 좋은 시작을 하기를 항상 바라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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