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대표팀 추일승 신임 감독(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한국 농구 대표팀 추일승 신임 감독(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스포츠춘추]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가슴이 벅차요. 영광스럽습니다.” 한국 농구 대표팀 추일승 신임 감독은 벅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추 감독은 5월 19일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추 감독은 한국농구연맹(KBL)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지도자다. 부산 코리아텐데 맥스텐, 부산 KTF 매직윙스(이상 수원 KT 소닉붐의 전신),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데이원자산운용의 전신) 등을 맡아 797경기를 소화했다.

1997년 출범한 KBL에서 추 감독보다 경험이 많은 지도자는 유재학, 전창진, 김 진, 유도훈 등 4명뿐이다. 

추 감독은 2020년 2월 19일 오리온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도 농구를 멀리하지 않았다. '농구 박사'란 별명에 걸맞게 농구 공부에 열중했다. KBL은 물론이고 미국 프로농구(NBA), 유로 리그 등을 끊임없이 챙겨봤다. 

2021년 7월엔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 시빅 센터에서 열린 2021 더 바스켓볼 토너먼트(TBT)에 참여했다. 외국인 선수로만 구성된 ‘Forces of Seoul’의 사령탑으로 미국 전역이 주목하는 대회에 도전했다. 이후엔 SPOTV 농구 해설위원으로 KBL 현장을 쉼 없이 누볐다.

스포츠춘추가 추 감독의 얘기를 들어봤다. 


국가대표팀 추일승 신임 감독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추일승 감독의 별명은 '농구 박사'다. 그와 함께한 코치, 선수, 프런트가 농구 공부를 멈추지 않는 추 감독에게 붙여준 별명이다(사진=KBL)
추일승 감독의 별명은 '농구 박사'다. 그와 함께한 코치, 선수, 프런트가 농구 공부를 멈추지 않는 추 감독에게 붙여준 별명이다(사진=KBL)

한국 농구 대표팀을 이끌게 됐습니다. 

가슴이 벅찹니다. 영광이에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건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입니다. 그 꿈을 이제야 이루었습니다. 농구 인생을 걸고 한국 농구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저를 믿어준 분들의 기대에 반드시 보답할 거예요. 

농구계에선 추일승 감독이 KBL로 복귀할 것이란 소문이 있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감독 제안은 없었어요. 대신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기회가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행복합니다. 감사하고요. 벌써 태극마크의 무게가 보통 아니란 것도 느낍니다. 정말 잘하고 싶어요.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국가대표는 평생의 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땐 태극마크를 단다는 걸 상상조차 못했어요. 당시 대표팀엔 이충희, 박수교, 신선우 등 내로라하는 선배가 즐비했습니다. 그분들이 연습하는 것만 봐도 영광스러웠죠. 한국 최고의 선수가 모인 팀이 대표팀입니다. 그 '드림팀'을 이끌 기회를 잡았어요. 

2020년 2월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지휘봉을 내려놓았습니다. 이후 미국 바스켓볼 토너먼트, SPOTV 농구 해설위원 등을 경험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봤습니다. 농구도 참 많이 봤어요. KBL은 물론이고 NBA도 자주 접했습니다. 2021-2022시즌 NBA 동부 콘퍼런스 결승을 치르고 있는 마이애미 히트가 아주 인상적이에요. 마이애미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력이 강점입니다. 상황에 딱 맞는 전술 운용을 볼 때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죠. 그런 마이애미에 맞서고 있는 보스턴 셀틱스에서도 배울 점이 많아요. 

보스턴이요?

NBA 정상에 도전하는 팀은 끈끈한 팀워크를 우선합니다. 르브론 제임스와 같이 특출 난 개인만으론 정상에 서기 어렵다는 게 증명되고 있죠. 저는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끈끈한 농구를 선호합니다. NBA를 보면서 제 농구 철학에 대한 확신이 섰어요.


“이현중·여준석 등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팀 만들겠다”

추일승 감독은 2021년 7월 미국에서 열린 2021 더 바스켓볼 토너먼트에 참여했다. 외국인 선수로 구성된 팀을 한국인 지도자가 이끈 것이다(사진=추일승 감독 제공)
추일승 감독은 2021년 7월 미국에서 열린 2021 더 바스켓볼 토너먼트에 참여했다. 외국인 선수로 구성된 팀을 한국인 지도자가 이끈 것이다(사진=추일승 감독 제공)

한국 농구 대표팀은 2월 코로나19 감염자 속출로 2023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불참했습니다. 한국은 실격 처리를 당했죠. 월드컵 본선은 물론 FIBA 랭킹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2024 파리 올림픽 도전도 어려워졌습니다. 

위기인 만큼 책임감이 커집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거예요. 주어진 상황에 온 힘을 다할 겁니다. A매치가 없을 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농구 클리닉을 진행하고 싶어요. 프로농구 선수를 꿈꾸는 초·중·고 학생선수의 성장을 돕고 싶습니다. 지방은 그런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거든요. 이 활동이 농구 인기를 늘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1년 연기될 것이 유력합니다. 

이제 막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새로운 선수를 끊임없이 발굴해서 경쟁이 멈추지 않는 팀을 만들겠습니다. 강점은 살리고 부족한 점은 하나씩 보완해 나갈 거고요. 

NBA에 도전하는 이현중, 고려대학교 특급 여준석 등에 대한 농구계의 기대가 큽니다. 

태극마크를 달고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입니다. 이 선수들이 중심에 서서 팀을 이끌어 가야 해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합니까. 

아무나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확실히 가르쳐주고 싶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된 선수를 뽑을 겁니다. 실력만큼 인성과 책임감 등도 중요해요. 준비되지 않은 선수가 국가대표로 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엔트리를 채우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말이죠. 대표팀에 뽑을 선수가 12명이 안 된다면 11명으로 팀을 구성하겠습니다.

아. 

수많은 유소년이 국가대표 선수를 보면서 꿈을 키웁니다. 국가대표팀을 영광과 책임이 함께하는 팀으로 만들겠습니다. 

추일승 감독을 응원하는 팬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던데(웃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농구대잔치 시절을 뛰어넘는 시대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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