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선이 달라졌어요. 최근 이창진(사진 가운데)이 맹활약하는 가운데 올 시즌 합류한 나성범(사진 오른쪽)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사진=KIA)
KIA 타선이 달라졌어요. 최근 이창진(사진 가운데)이 맹활약하는 가운데 올 시즌 합류한 나성범(사진 오른쪽)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사진=KIA)

[스포츠춘추=대구]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겪은 악몽은 KIA 타이거즈 선수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 첫 홈 3연전을 치른 KIA는 3경기 내내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가져갔음에도 필승조 불펜진이 연쇄 붕괴되는 충격 속에 싹쓸이 패배를 당해야 했다. 이는 곧 6연패로 연결돼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고자 했던 KIA에 큰 충격을 줬다. 

5월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KIA 선수단은 설욕을 다짐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7회까지 2대 3으로 끌려갔던 KIA는 8회 초 무사 만루 기회에서 동점을 만든 뒤 상대 실책을 유도한 소크라테스의 타구 덕분에 4대 3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었다. 홈 3연전에서 역전패 악몽을 안겨준 삼성 상대 원정에서 역전승으로 설욕한 KIA였다. 

KIA 선수들은 경기 뒤 삼성전 역전승으로 지난 홈 시리즈 역전패를 설욕한 점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멀티히트 경기를 펼친 주장 김선빈은 “개인적으로 멀티히트 경기를 한 것도 좋았지만, 우선 팀 승리에 의미를 두고 싶다. 지난 광주 3연전 때 삼성에 계속 역전패로 시리즈를 모두 내준 아픈 기억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에서 KIA 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 기분이 좋다”라고 전했다. 

6회 초 추격하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던 내야수 황대인도 “삼성과의 지난 광주 3연전 때 3경기 모두 역전패를 기록해 아쉬웠는데 첫 원정 경기에선 역전승으로 경기를 이길 수 있어 정말 기분이 좋다. 첫 번째, 두 번째 타석 때 자신 없이 스윙을 해서 결과가 안 좋았다. 세 번째 타석 전에 코치님께서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자신 있게 스윙을 하라고 조언을 주셨던 게 주효했다”라며 웃음 지었다. 

1년 전 쌍방울·태평양과 홈런 레이스 펼친 KIA는 이제 잊어라 

나성범 합류로 KIA 타선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나성범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다른 타자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분명히 생겼다(사진=KIA)
나성범 합류로 KIA 타선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나성범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다른 타자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분명히 생겼다(사진=KIA)

KIA는 2022시즌 리그 팀 역전승 1위(16승)에 올라 있다. 반대로 역전패는 리그 8위(7패)에 머무르고 있다. 역전승이 리그 1위라는 점은 경기 후반 팀 타선 응집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1년 전과 완전히 ‘환골탈태’로 달라진 KIA 타선의 파괴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KIA는 2021년 5월 초 25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팀 장타율 0.310, 팀 5홈런의 처참한 숫자를 기록했다. 당시 역대 시즌 팀 장타율 최소 수치 기록인 1993년 쌍방울 레이더스(0.301)와 1993년 태평양 돌핀스(0.302)라는 추억의 이름을 소환할 정도로 장타를 향한 갈증이 심각했다. 2021시즌 KIA 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전혀 위압감을 못 줬다. 결국, KIA는 2021시즌 팀 홈런 최하위(66홈런)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KIA 팀 타선 체질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겨울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 부임 뒤 KIA는 팀 장타력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타선 변화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외부 FA 나성범 영입이었다. 거기에 장타력을 보유한 포수 박동원을 트레이드 영입하면서 KIA 타선은 완전히 새로운 진용을 선보였다. 

그 결과 KIA는 팀 타격 WAR 1위(10.13), 팀 타율 1위(0.268), 팀 출루율 1위(0.351), 팀 장타율 1위(0.399), 팀 홈런 3위(32개), 팀 wRC+(팀 조정 득점 창출력) 1위(121.4)로 ‘화끈한 타격의 팀’이 됐다. 2022시즌 KIA를 상대하는 팀 관계자들은 “KIA와 만나보니까 1년 전과 타선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투수들이 쉽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넣을 수 없는 팀이 됐다”라고 입을 모은다. 

5월 대반전 보여준 소크라테스 타격 상승세가 결정적, 이제 '0홈런' 최형우 반등만 남았다

4월 극심한 부진을 딛고 5월 대반전을 보여주는 소크라테스(사진=KIA)
4월 극심한 부진을 딛고 5월 대반전을 보여주는 소크라테스(사진=KIA)

빈틈이 보이지 않는 타선 구성도 눈에 들어온다. 나성범(WAR 2.41), 소크라테스(WAR 2.23), 김선빈(WAR 1.65)을 중심으로 류지혁(1.24)과 황대인(WAR 0.90)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다. 박동원(WAR 0.65)과 함께 최근 타격 상승세를 탄 이창진(WAR 0.68)도 KIA 불방망이 흐름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KIA 김종국 감독의 타선 기용에 대한 유연성도 한몫했다. 김 감독은 4월 동안 김도영과 김석환에게 꽤 많은 기회를 부여한 뒤 타격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 하자 다른 선택지를 골라 타선에 변화를 줬다. 그 결과 이우성, 이창진, 류지혁 등이 주어진 기회를 살리면서 팀 타선 상승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었다. 

단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베테랑 최형우(WAR 0.16)다. 최형우는 시즌 타율 0.213/ 0홈런으로 파괴력을 전혀 못 보여주고 있다. 타율과 장타율(0.265)에 비해 높은 출루율(0.372)로 버티고 있지만, 중심 타선에서 최형우에게 기대하는 건 장타와 해결사 능력이다. 만약 최형우까지 자기 궤도에 올라준다면 KIA 타선은 말 그대로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지뢰밭이 된다. 

어느새 야금야금 승리를 쌓은 KIA는 이제 2위 LG 트윈스와의 경기 차를 1.5경기로 줄였다. 2위 자리가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비시즌부터 공격적인 전력 보강을 이어온 KIA의 야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 야심을 실현하게 할 가장 큰 무기가 바로 환골탈태한 팀 방망이다. 경기 후반 역전승 1위로 달라진 팀 화력에 KIA 팬들의 마음도 속 시원하게 뚫리는 분위기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