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로 돌아온 하재훈(사진=SSG)
외야수로 돌아온 하재훈(사진=SSG)

[스포츠춘추=잠실]

치고 달리고, 넘기고 던지고,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비록 팀은 쳤지만 ‘5툴’ 만능선수 하재훈의 매력을 100% 이상 뽐낸 경기였다. SSG 랜더스 하재훈이 데뷔 첫 도루와 2호 홈런, 레이저빔 송구로 토요일 잠실을 찾은 팬들 앞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재훈은 6월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상대 시즌 8차전에 좌익수 겸 3번타자로 선발출전, 5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네번째 선발 출전이자 처음 중심타선으로 출전한 하재훈은 1회초 첫 타석부터 안타를 기록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온 하재훈은 2-1에서 김윤식의 4구째 속구를 받아쳐 좌중간 안타를 날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빠른 발로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한유섬 타석 1-1에서 3구째에 2루로 뛰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하재훈의 KBO리그 무대 첫 도루. 투수 김윤식이 143km/h 빠른 볼을 던졌는데도 좋은 스타트로 2루에서 살았다. 이어 7구째 폭투 때는 3루까지 진출했다. 득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하재훈의 에너지 넘치는 주루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선 홈런 파워를 과시했다. 2사 주자없는 상황, 2-0에서 3구째 약간 몸쪽 높게 들어온 속구를 벼락처럼 잡아당겨 좌측 담장 너머로 날렸다. 발사각 19.8도에 타구속도 178.8km/h짜리 라인드라이브 홈런. 마지막 순간 손을 쥐어짜듯 틀면서 타구에 힘을 실어 페어지역으로 날려보냈다. 잠실 담장도 넘기는 하재훈의 괴력을 보여준 장면이다.

3회말 수비에선 강한 송구 능력까지 보여줬다. 무사 1루에서 LG 채은성이 좌익선상 2루타를 날렸다. 여기서 하재훈이 빠르게 타구를 잡은 뒤 바로 3루로 던졌다. 

펜스 근처에서 3루까지 꽤 먼 거리인데도 하재훈의 송구는 원바운드로 정확하게 3루수 김성현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최초 판정과 비디오 판독 모두 김현수의 세이프가 선언됐지만, 강속구 투수 출신 하재훈의 송구 능력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하재훈의 무력시위 효과는 바로 다음 타자 송찬의 타석 때 나타났다. 무사 2, 3루에서 송찬의가 좌익수쪽 뜬공을 날렸다. 깊은 타구는 아니지만 좌익수가 평범한 선수라면 3루 주자가 홈 승부를 해볼 만한 상황. 그러나 하재훈의 어깨를 확인한 3루주자 김현수는 뛰지 못했고 주자는 그대로 2, 3루에 머물렀다. LG는 무사 2, 3루로 시작한 공격에서 내야 땅볼로 1점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물론 한계도 드러났다. 7회초 2사 1, 2루 득점 찬스에서는 김진성의 3구 연속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 9회초 2사 1, 3루 찬스에서도 고우석의 슬라이더에 선 채로 삼진당했다. 아직 빠른볼에 비해 변화구 대응이 미숙한 하재훈의 보완 과제를 보여준 대목이다. 경기는 SSG가 2대 6으로 졌다. 

2019년 KBO리그 데뷔 시즌 SSG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세이브왕을 차지했던 하재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만에 다시 외야수로 돌아갔다. 고질적인 어깨 통증과 구속 저하에 시달린 끝에, 구단과 상의해 다시 방망이를 손에 잡았다.

시즌 초반 적응기간을 거친 하재훈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야수 시절의 본능을 찾아가고 있다. 5월 20일 1군 타자 데뷔전에서 첫 안타를 날렸고 24일 경기에선 데뷔 첫 홈런포를 기록했다. 이어 이날 경기에선 첫 도루와 2호 홈런, 좋은 수비까지 해냈다.

이제는 투수 시절의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야수 변신에 성공한 하재훈이다. 마이너리그 시절 공·수·주를 다 갖춘 5툴 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 재능이 어디로 가지 않았다. 외야수 하남자, 보면 볼수록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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