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사진=LG)
고우석(사진=LG)

[스포츠춘추=고척]

이러쿵 저러쿵 해도 LG 트윈스 고우석은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다. 고우석이 KBO리그 마무리 투수 역사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역대 19번째이자 만 24세 이하 투수로는 두 번째로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고우석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상대 7차전에서 4대 1로 앞선 연장 10회 등판, 1이닝 동안 2피안타 4사구 2개를 내줬지만 1실점만 허용하고 세이브를 거뒀다. 시즌 18세이브이자 개인 통산 100번째 세이브다.

한편의 숨막히는 스릴러 영화 같은 세이브였다. 10회초 김현수의 3점포가 터질 때만 해도 LG가 손쉬운 승리를 챙길 것처럼 보였지만, 10회말 올라온 고우석이 첫 타자 김준완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극장 문이 열렸다. 송성문의 중전안타로 무사 1, 2루. 여기서 이정후의 우전안타가 이어져 무사 만루가 됐다.

살떨리는 위기를 자초했지만, 고우석이 흔들리는 건 여기까지였다. 고우석은 전병우를 상대로 4구 만에 삼진을 잡았다. 4구째 바깥쪽 살짝 빠진 154km/h 강속구에 구심의 손이 올라가며 1아웃.

이어 김웅빈의 투수 왼쪽으로 향하는 땅볼 타구엔 공을 잡은 뒤 빠르게 1루로 달려가 직접 아웃 처리했다. 3루 주자 득점과 아웃카운트 하나를 맞바꿨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김재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4대 2,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로써 고우석은 역대 10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 19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승환-손승락-임창용-김용수-구대성-정우람-진필중-조규제-정명원-정재훈-선동열-김재윤-조용준-이용찬-봉중근-정대현-송진우-권영호 등 리그 역사를 빛낸 특급 마무리들로 꽉 채워진 명단이다. 레전드 조웅천, 이상훈은 세이브 2개가 모자라 세우지 못한 기록이기도 하다.

고우석의 세이브 쌓는 속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고우석은 만 24세 나이로 1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만 24세 이하 투수의 100세이브는 임창용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고우석은 3년차 만 21세 시즌인 2019년 처음 마무리를 맡아 35세이브를 거둔 뒤, 2020년에도 17세이브로 마무리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30세이브를 추가한 고우석은 올해도 18세이브를 수확하며 빠르게 100세이브에 도달했다. 2, 3년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드문 마무리 투수 보직 특성상, 4년째 마무리 자리를 지켰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고우석에 앞서 만 24세 이하 100세이브를 세운 임창용은 프로 데뷔 3년째인 1997년 26세이브로 출발, 34세이브-38세이브를 거둔 뒤 1999년 2세이브를 더해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에 도달한 바 있다.

현재까지 고우석의 세이브 쌓는 속도라면, 역대 최연소 200세이브 기록에 도전해볼 만하다. 역대 최연소 200세이브는 오승환이 7년 차인 2011년 만 29세 나이에 달성한 바 있다. 만 28세까지 최다 세이브 투수였던 임창용은 선발 전향과 부상 등으로 한참 뒤에 200세이브를 기록했다.

마무리 전향 첫 4년간 100세이브를 쌓은 고우석이 부상 없이 마무리 자리를 유지한다면, 만 28세 시즌까지 200세이브 도전도 불가능은 아니다. 열정적인 팬이 많고 선수를 향한 기대치가 높은 LG 소속이다 보니 평가절하당할 때도 있지만, 분명 고우석은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 가운데 한 명이다. 이 나이에 이만큼 잘하는 마무리 투수, 그리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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