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가 입단 2년 차에 조그마한 성장통을 겪는 분위기다(사진=KIA)
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가 입단 2년 차에 조그마한 성장통을 겪는 분위기다(사진=KIA)

[스포츠춘추]

소위 말하는 ‘2년 차 징크스’인 듯싶기도 아닌 듯싶기도 하다.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 

분명히 2021년은 ‘이의리’란 세 글자의 이름을 각인한 해였다. 신인 투수로서 KIA 선발진에 합류해 안정감 있는 투구 내용을 보여준 이의리는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승선해 자신의 잠재력을 국제무대에서도 마음껏 뽐냈다. 2022년 한 단계 더 발전할 이의리를 향한 구단 안팎 기대치는 분명히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22시즌 초반 이의리는 다소 성장통을 겪는 흐름이었다. 이의리는 2021시즌 구단의 관리 아래 19경기 등판(94.2이닝) 4승 5패 평균자책 3.61 93탈삼진 56볼넷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달리 2022시즌 개막 초반부터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인 이의리는 13경기(71이닝)에 등판해 4승 4패 평균자책 3.80 69탈삼진 28볼넷을 기록 중이다. 

속구 비중 확 늘어난 2022년 이의리, 체인지업 비중은 확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속구 구사 비중이 높아진 이의리다(사진=KIA)
1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속구 구사 비중이 높아진 이의리다(사진=KIA)

1년 전과 비교해 세부 지표에서 큰 차이는 아니지만, 피홈런 수치(6피홈런→10피홈런)가 증가한 점과 체인지업 구사 비율(24.8%→9.5%)이 낮아진 점이 이의리에게 가장 달라진 그림이다. 1년 전보다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선 속구 제구 개선과 더불어 피홈런 감소, 그리고 강점 이었던 체인지업 비중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양현종 다음 차세대 좌완 선발로 이의리를 집중 관리 중인 KIA 구단도 2년 차 들어 다소 정체한 이의리를 향한 걱정이 분명히 있다. 프런트와 현장이 계속 머리를 맞대 이의리의 성장 속도를 촉진하고자 고민하고 있다. 

분명한 건 2022시즌 이의리는 속구 구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인단 점이다. 속구 비중이 1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55%→65.1%) 증가한 점에서 알 수 있다. 한 경기 등판에서 속구만 65% 이상 활용한 다섯 차례다. 심지어 한 경기 속구 비중 90.4%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준 등판도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2년 차 투수가 겪을 수 있는 성장기라고 본다. 아직 경기를 끌어가는 요령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전력투구에 대한 강박 관념이 강해 보인다. 너무 강하게만 던지려고 하다 보니까 제구가 흔들리는 날엔 가운데로 꾸역꾸역 넣다가 속구만 노리는 상대 타자들에게 큰 걸 맞는 장면이 종종 나오지 않나. 속구 구위는 분명히 더 강해졌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바라봤다. 

'양현종 워너비' KIA도 원하고 이의리도 걸어가야 할 그 길 

'대투수' 양현종(사진 왼쪽)의 후계자로 이의리(사진 오른쪽)가 성장하길 바라는 게 KIA 구단의 바람이다(사진=KIA)
'대투수' 양현종(사진 왼쪽)의 후계자로 이의리(사진 오른쪽)가 성장하길 바라는 게 KIA 구단의 바람이다(사진=KIA)

결국, 속구 제구 개선과 더불어 카운트 싸움이 돼야 체인지업 구사 비율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속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니까 우선 속구 위주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체인지업을 쓰고 싶어도 카운트 싸움이 잘 안 되면 쓸 여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속구 제구가 잘 풀려야 다양한 변화구를 쓸 타이밍이 찾아온다. 지금까진 속구 구위만으로도 어떻게든 잘 막아왔지만, 양현종 선수처럼 잘 풀리지 않는 날엔 변화구를 통한 맞춰 잡는 경기 운영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후반기 들어 이의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단 구단의 믿음은 변치 않는다. 양현종의 뒤를 이을 ‘10승 보장 좌완 선발’ 육성 과정에선 충분히 과도기가 있을 수밖에 없단 게 구단의 시선이다. 

앞선 관계자는 “결국, 경험이 쌓일수록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양현종 선수가 이의리 선수 옆에 있다는 게 그래서 정말 큰 행운이다. 양현종 선수도 어렸을 때 겪었던 비슷한 어려움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지 않겠나. 어떻게 좌완 10승 투수를 단칼에 만들겠나. 시즌 초반부터 방향성이 헷갈릴 수 있는데 이렇게 첫 풀타임 선발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중요한 자양분이다. 관리 아래 부상 없이 한 해 한 해 건강히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KIA는 2022시즌 전반기 동안 외국인 선발 투수 부재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중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내 선발진의 역투였다. 그 가운데 이의리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버텨준 점도 분명히 큰 힘이 됐다. 집 나간 ‘이의리표’ 체인지업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후반기 KIA의 순위 싸움에서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양현종·이의리 좌완 신구 원투 펀치가 본 궤도에 오른다면 2022시즌 KIA의 야심은 더욱 더 커질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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