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폭력의 굴레는 언제쯤 끝날까(사진=스포츠춘추 DB)
운동부 폭력의 굴레는 언제쯤 끝날까(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운동부 지도자의 폭력, 폭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와 체육계가 입을 모아 ‘폭력 지도자 퇴출’을 외치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 체육 현장에서 지도자의 폭력과 폭언이 ‘사랑의 매’로 둔갑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전라남도 여수의 한 초등학교에서 야구부 감독의 학생선수 폭행 사건이 터졌다.

전남 지역 야구 관계자는 “이달 초 여수 모 초등학교에서 야구부 지도자가 부원들을 폭행했다는 경찰 신고가 접수됐다. 현재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학생 몸에 야구공 던지고, 방망이로 때리고…아직도 이런 지도자가 있다

지난달 모 지역 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여수 초등학교.
지난달 모 지역 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여수 초등학교.

사건이 터진 여수 A 초등학교는 총 학생수 160여 명에 교사 21명, 학년별 1~2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로 창단 20년을 맞은 야구부는 현재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 중이다. 야구부 감독도 방과후 강사 자격으로 채용해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일한다. 문제의 지도자는 여수 모 중학교에서 코치로 일하다 2019년 감독으로 합류해 올해가 부임 4년째다.

스포츠춘추 취재에 응한 학교 관계자는 문제의 지도자를 감독이 아닌 ‘코치’라고 불렀다. 학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감독이라고 하니까 학교에서도 감독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정확하게는 코치가 맞다”며 “공식적인 감독은 학교 체육부장이 맡고 있다. 실제 지도는 코치가 하지만, 대회에 나갈 때는 체육부장이 감독 자격으로 같이 나가는 형태”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과 정기 면담 과정에서 야구부 감독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음을 인지했다. 이후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했고, 여러 건의 폭력 문제가 드러났다”고 알렸다.

경찰 조사 결과 지도자 B 씨는 “자세가 부정확하다” “공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생 선수들의 몸에 공을 던지거나, 야구 방망이로 때리는 폭력을 행사했다. 연초 전지훈련 기간에도 맞으면서 운동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학생 선수들이 상당기간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교 관계자는 “감독의 폭력 문제를 인지한 뒤 즉시 학생들과 분리 조치를 시행했다. 감독에게 출근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방과후 학교 강사 계약 조항을 근거로 사직서를 받았다. 경찰에도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방과후 강사 계약 해지 사유.
방과후 강사 계약 해지 사유.

스포츠춘추가 입수한 이 학교의 방과후 학교 강사 ‘계약 절차 및 해지’ 조항에는 ‘성범죄, 아동학대관련범죄 등으로 학생을 지도하기에 심히 부적절한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학교장에 의한 계약 해지가 가능하게 돼 있다. 

학교 측은 야구부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이다. 학교 관계자는 “방과후 강사는 공개모집과 면접을 거쳐 채용하는데, 계약하기 전 성범죄나 폭력 전과가 없는지 조회하는 절차도 있다. 채용 당시에는 전혀 그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A 학교 방과후 학교 강사 계약 절차 규정에 따르면 ‘개인위탁 외부강사 모집 공고’를 낸 뒤 ‘심사위원회 응모자 심사’를 거쳐 ‘성범죄 경력 및 아동학대 관련범죄 전력 조회’까지 해서 문제가 없으면 계약하게 돼 있다. 계약은 학교장 승인 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먼저 거친다. 학교 교감은 “그 감독이 아이들에게 그런 일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A 학교 출신으로 올해 중학교로 진학한 학생선수 학부모는 “최근 폭력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긴 했다”면서도 “우리 아이가 다니는 동안에는 맞으면서 운동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 교감 역시 “올해 이전에 같은 문제가 있었는지는 아직 파악된 바가 없다”고 했다.

“원래 선수 8명, 사건 터진 뒤 부원 빠져나가 현재 서너 명만 남아”

문제의 감독은 유명 프로야구선수들과의 친분을 자랑했다. 해마다 수도권 프로팀 선수들을 초청하거나, 선수들을 홈경기에 데려가 프로 선수들의 지도를 받게 했다.
문제의 감독은 유명 프로야구선수들과의 친분을 자랑했다. 해마다 수도권 프로팀 선수들을 초청하거나, 선수들을 홈경기에 데려가 프로 선수들의 지도를 받게 했다.

여수 A 학교 소식을 접한 한 지역 야구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선수 8명을 데리고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던 팀”이라며 “그런 학교에서 지도자 폭력 사건이 터졌다는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A 학교는 지난 5월 열린 전라남도지사기 야구대회에서 창단 20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전남 도내 초등야구 7개 팀이 참가한 대회에서 A 학교는 명문 화순초등학교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 끝에 3대 2, 한 점 차로 이겼다.

이날 경기장에 나온 A 학교 선수는 총 9명. 6학년 4명, 5학년 1명, 4학년 3명 등 총 8명에 일반학생 1명을 충원해 가까스로 9명을 채웠다. 일반 학생을 출전시킨 학교는 A 학교가 유일했다.

우승기를 손에 든 A 학교는 오는 10월 공주에서 열리는 제22회 박찬호기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 전라남도 대표 출전 자격도 얻었다. 문제는 이 학교가 야구부 해체 혹은 부원수 미달로 박찬호기 대회 출전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A 초등학교의 지도자 채용 절차. 성범죄 및 폭력 여부를 조회하는 과정을 거친다.
A 초등학교의 지도자 채용 절차. 성범죄 및 폭력 여부를 조회하는 과정을 거친다.

학교 관계자는 “부원도 8명밖에 안 되는데, 이번일까지 터지면서 야구부 지도자가 사라졌고 상당기간 훈련을 못 하게 됐다. 그러자 몇몇 학생이 인근 순천 등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 야구를 그만두는 학생도 나왔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부원 3, 4명만으로는 야구부 운영이 어렵다. 8명으로도 지도자 월급 주기가 빠듯했는데, 서너 명이면 남은 학부모들이 8명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일단 야구부 활동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일로 야구부를 해체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학교 관계자는 “학생, 학부모들이 원하는데 학교에서도 섣불리 야구부를 없앨 수는 없다”며 “학생들은 새 지도자만 결정되면 어떻게든 부원을 충원해서 야구를 계속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방과후 코치 채용 공고를 올려놓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여수경찰서 여성청소년강력팀 관계자는 “현재 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8명 모두 피해 사실은 인정했지만 4명은 처벌을 원하지 않고, 나머지 4명만 형사 처분을 원한다” “피해자 조사가 끝나면 다음 주라도 가해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경찰은 B 씨의 학생선수 폭행이 사실로 드러나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할 예정이다. 스포츠춘추는 B 씨에 계속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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