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엔 올 시즌 성적보다 중요한 게 있다. 구단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익 창출이다(사진=스포츠춘추, FC 서울)
FC 서울엔 올 시즌 성적보다 중요한 게 있다. 구단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익 창출이다(사진=스포츠춘추, FC 서울)

[스포츠춘추=상암]

프로스포츠는 산업이다. 프로스포츠단은 수익을 창출해야 미래가 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는 특이한 형태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의존하는 이른바 시·도민구단이 기업구단보다 많다. 2022시즌 기준 K리그1 12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시·도민구단이다. K리그2 시·도민구단은 11개 구단 중 7개 팀이다.

1995년 12월 15일 삼성이 프로축구단(수원 삼성)을 창단한 이후 2022년까지 기업구단은 딱 1개 늘었다. 2014년 4월 14일 창단한 서울 이랜드 FC다.

2002년 10월 9일 대구 FC를 시작으로 시·도민구단은 무려 13개가 늘었다. 2023년 K리그2 참가 예정인 청주 FC, 천안시축구단도 지자체 지원을 받는다. 

시·도민 구단만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축구단을 운영해선 수익이 안 나는 까닭이다.

K리그1은 팀당 한 해 홈 경기가 19번에 불과하다.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다 합쳐도 한 해 30번을 넘기기 어렵다. 구단과 팬이 마주할 기회가 한 달도 채 안 되는 것이다. 

홈 경기 입장권과 용품 판매는 K리그 구단의 대표 수익 사업이다. 여기에 홈 경기 광고 등의 스폰서가 붙는다. 한 해 운영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을 올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구단 수익으로 부족한 운영비는 모기업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시·도민구단은 지자체 예산으로 메꾼다. 

코로나19 시대에서 벗어나 육성 응원이 돌아왔다. 축구장이 일상을 되찾았다. 그런데 축구장은 싸늘하다. 6월 28일 기준 올 시즌 K리그1 108경기엔 48만 3천417명의 관중이 찾았다. 평균 관중은 4천476명이다. K리그2 115경기엔 14만 3천642명이 모였다. 평균 1천249명이다. 

K리그 23개 구단 중 평균 관중 1위는 FC 서울이다. 서울은 올 시즌 9차례 홈경기에서 8만 2천861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평균 9천206명. 서울은 올 시즌 K리그에서 평균 7천 명 이상의 관중을 기록 중인 유일한 팀이다.

서울은 '자생력' 키울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 결과물로 세븐브로이맥주와 협업해 ‘서울 1983’을 출시했다. 집 앞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맥주다. 여기에 ‘서울 1983’ 팝콘을 더했다. 프로축구단이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오랜 시간의 경험과 고민이 담긴 상품들이다. 

스포츠춘추가 먹고살 방법을 고민하며 한국 프로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서울 사업개발팀 김병혁 차장(이하 김 차장), 이재일 과장(이 과장), 이재현 사원(이 사원)을 만났다. ‘서울 1983’ 맥주와 팝콘을 만들어낸 이들이다. 


10년 이상 프로축구단 근무자들의 냉정한 평가 “지난 10년 K리그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FC 서울 사업개발팀 이재일 과장(사진 맨 왼쪽부터), 이재현 사원, 김병혁 차장(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FC 서울 사업개발팀 이재일 과장(사진 맨 왼쪽부터), 이재현 사원, 김병혁 차장(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FC 서울 사업개발팀은 어떤 일을 하는 부서입니까.

김 차장: 이 자리에 있는 세 명을 포함해 총 7명이 사업개발팀에 몸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간단해요. 홈 경기나 광고 등을 활용해서 사업을 개발하는 겁니다. 제가 2009년 입사했어요. 과거엔 입장권이나 용품 판매 등에 집중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습니까. 

김 차장: 홈 경기 수익만으론 부족하다는 겁니다. 2022시즌 기준 K리그1 홈 경기는 팀당 19번이에요. 서울이 일주일 내내 팬들에게 다가갈 방법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구단 운영에 도움이 될 수익을 창출해야 하죠.

이 과장은 선수단 운영팀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과장: 맞아요. 2011년 입사해 이듬해부터 선수단을 지원했습니다. 2021년 6월까지 선수단 운영팀에 몸담았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아는 것이 장점이에요.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 차장, 이 과장 모두 10년 이상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프로스포츠는 산업입니다. K리그는 1983년 출범했습니다. K리그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겁니까. 

김 차장: 솔직히 말해야 하는 거죠? 가야 할 길이 멉니다. 프로축구단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손 놓고 있는 건 아니에요. 자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찾아서 사업을 키워보고자 합니다. 프로축구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땀 흘리고 있어요.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 차장: 새로운 걸 개발하지 않으면 정체될 수밖에 없어요. 서울이 2021년 사업개발팀을 만든 이유가 이겁니다. 서울에서 10년 이상 근무했어요. 프로축구 산업을 눈앞에서 지켜봤습니다. K리그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산업이 커졌다면 중계권료가 크게 올랐겠죠. 프로축구단 사업도 마찬가지예요. 

사업이요?

김 차장: K리그가 산업이라면 다양한 사업이 존재해야 합니다. 축구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팬들도 아실 거예요. 지난 10년간 프로축구단에선 어떤 사업을 해왔습니까.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홈 경기 때 매치 데이, 유니폼, 머플러 등의 판매를 빼면 떠오르는 게 없으니까요. 

아.

김 차장: 입장권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수익을 올릴 새 사업을 찾아내지 못하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에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해서 A매치가 흥행하는 건 아니다”

올 시즌 FC 서울에서 큰 사랑을 받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사진 오른쪽)(사진=FC 서울)
올 시즌 FC 서울에서 큰 사랑을 받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사진 오른쪽)(사진=FC 서울)

K리그를 취재하다 보면 이런 얘길 가장 많이 듣습니다. 성적이 좋아야 관중이 들어찬다는 거죠. 관중은 수익으로 직결됩니다. 구단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적을 내는 겁니까. 

이 과장: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K리그를 즐기는 팬들의 성향은 제각각입니다.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분이 있습니다. 어떤 전술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는지 중점적으로 보죠. 축구장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도 있어요. 가족, 친구, 연인과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에 중점을 둔 팬이죠. 소풍의 개념인 겁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이라고 해서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군요.

이 과장: 소풍 개념으로 축구장을 찾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축구장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분이 상당하죠.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 거주하는 분들도 서울 홈 경기를 찾습니다. 고향팀을 응원하는 것이 목적이죠. 경기력과 결과가 좋으면 관중이 줄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경기력과 결과가 좋다고 해서 관중이 확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예시가 있을까요. 

이 과장: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에요. 두 팀 다 10년 전과 비교해 경기력, 결과 모두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러나 슈퍼매치는 여전히 K리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오는 경기예요. 2022시즌 최다 관중 경기도 4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슈퍼매치였습니다. 일요일 밤에 열린 경기에 1만 4천625명이 모였어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이 과장: 제가 얘길 이어가 볼게요. 성남일화(성남 FC의 전신)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K리그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 최초 3연패였죠. 이 팀이 매 경기 만원 관중을 기록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우승이란 성과가 흥행과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예죠. 또 있습니다. 

네. 

이 과장: 프로축구단 최고의 마케팅은 스타예요. 국가대표팀 경기를 예로 들겠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대표팀 경기는 아주 큰 관심을 받습니다. 어디서 경기하든 만원 관중이에요. 6월 A매치 4연전에 관중이 얼마나 들어찼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이 과장: 한국은 6월 A매치 4연전에서 20만 4천947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습니다. 6월 28일 기준 K리그1 108경기엔 48만 3천417명의 관중이 찾았죠. 대표팀 경기는 푯값도 보통 비싼 게 아닙니다. K리그1 한 구단 시즌권 가격을 넘어서요. 그런데 표가 없어서 못 팝니다. A매치 흥행의 가장 큰 비결은 스타예요. 

손흥민이요?

이 과장: 그렇죠. 손흥민이 만원 관중을 불러 모으는 겁니다. 6월 2일 브라질전 보셨을 겁니다. 서울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였죠. 한국이 1-5로 크게 졌어요. 그런데 화내는 사람 보셨나요? 

브라질전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이 과장: 한국이 크게 졌는데 다들 웃는 얼굴이었어요. 많은 팬이 손흥민과 더불어 네이마르, 티아구 실바, 다니엘 알베스, 카세미루,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 세계적인 스타를 보는 데 중점을 둔 겁니다. 

스타가 중요하군요. 

이 과장: 모든 팀이 손흥민이나 네이마르를 품을 순 없습니다. K리그는 특히 더 세계적인 스타를 품기 어렵죠. 현실을 인정해요. 그렇다고 손을 놓아선 안 됩니다. 다른 영역에서 어찌하면 더 많은 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해요. 

김 차장: 이 과장 말이 맞아요. 팬들의 다양한 요구를 채워줄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K리그엔 더 많은 사업이 필요해요. 


“구단이 출시한 상품은 ‘프로축구단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없어야 한다”

1983년 출범한 K리그 최다 관중 순위. FC 서울이 1~10위를 채우고 있다(자료=한국프로축구연맹)(표=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1983년 출범한 K리그 최다 관중 순위. FC 서울이 1~10위를 채우고 있다(자료=한국프로축구연맹)(표=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최다 관중 1~10위를 독점하고 있는 게 FC 서울입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내고 팬들의 목소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관중이 너무 적어요. 올 시즌 K리그(1·2) 23개 구단 중엔 홈 평균 관중 1만을 넘긴 곳이 없습니다. 서울이 축구 산업을 발전시키고 더 많은 팬을 불러 모으고자 롤 모델로 삼는 프로스포츠단이 있습니까. 

김 차장: 일반 회사들의 상품, 마케팅 사례를 꼼꼼히 살펴봐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확인하면서 유행을 파악합니다. 스포츠에 갇히지 않아야 해요. 서울이 사업 아이템을 내놨을 땐 일반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은 2월 K리그 최초 구단 자체 브랜드 맥주 ‘서울 1983’을 출시했습니다. 4월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울 1983 팝콘을 출시했어요. 

김 차장: 둘 다 구단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지식재산권) 상품입니다. 두 상품을 출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게 있어요. 프로스포츠단이 만든 상품이란 느낌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프로축구단이 만든 상품이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힘썼다는 얘깁니까. 

김 차장: 그렇죠. 맥주, 팝콘 모두 축구장에서만 판매한다고 하면 미래가 없어요. 맥주나 팝콘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접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그 안에서 경쟁력을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편의점 수많은 상품 속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전할 수 있도록 힘쓴 겁니다. 맥주 캔, 팝콘 봉지 디자인 등에 온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맛은 기본이었고요. 

서울 상품을 홍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타 선수가 나서는 겁니다. 예를 들면 기성용이 맥주 홍보 모델로 나서는 거죠. 축구계에선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이 과장: 선수단 운영팀엔 긴 시간 몸담았습니다.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활동을 선호하지 않는 건 맞아요. 코칭스태프는 좋은 경기력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게 최우선 목적입니다.

아.

이 과장: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축구를 산업으로 바라보는 분이 적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축구계는 성적만으로 팀을 평가하잖아요.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가 1년간 흘린 땀이 순위로 평가받는 겁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어요. 

바람이요?

이 과장: 중국 슈퍼리그는 2010년대 막대한 돈을 투자해 세계적인 선수를 불러 모았어요.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ACL에서 좋은 성적도 냈죠. 장기 계획 없는 투자는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도 증명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네. 

이 과장: 슈퍼리그가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축구 산업에 대한 이해와 기반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코칭스태프, 선수만 축구인이 아닙니다. 축구와 서울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프런트도 축구인이에요. 선수들이 축구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안 보이는 곳에서 땀 흘리는 분이 많습니다.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힘쓰는 사람들이죠. 이 모두가 어떻게 하면 K리그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해요. 


“선수들의 축구 외적인 활동이 경기력이나 결과에 100% 영향 미치는 건 아니다”

6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 대표팀과 브라질의 평가전.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엔 6만 4천872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매진이었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6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 대표팀과 브라질의 평가전.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엔 6만 4천872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매진이었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안익수 감독은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축구”를 강조합니다. 팬 퍼스트 정신이 돋보이는 지도자죠. 안 감독은 선수들의 외부 활동에 관해 어떤 생각입니까. 

김 차장: 감독님은 진심으로 팬을 생각하세요. 팬들에게 팀을 더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라고 하십니다. 단, 경기나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감독, 단장님 등과 마케팅 활용 방안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서울에 10년 이상 몸담지 않았습니까. 선수들의 축구 외적인 활동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까. 

김 차장: 글쎄요. 서울에 몸담으면서 많은 감독님과 함께했습니다. 선수들을 내세워 마케팅 등의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축구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외부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신 분들도 있었죠. 선수들의 외부 활동이 100% 성적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어요. 

이 과장: 맞습니다. 한 시즌 내내 훈련, 경기에만 집중했다면 좋은 성적으로 이어져야 해요. 과거를 돌아보면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축구에만 집중했지만 부진한 성적을 낸 사례가 있었죠. 반대로 선수들을 내세운 마케팅 활동이 활발했을 때 성적과 관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때가 있었어요. 

김 차장: 구단이 선수들을 내세운 마케팅 활동한다고 해서 종일 시간을 할애하는 건 아닙니다. 훈련이나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해요.

이 사원: 서울 프런트엔 어릴 적부터 팀을 응원해온 팬 출신이 많습니다. 저 또한 오랜 시간 서울을 응원해왔어요. 누구보다 서울의 좋은 성적을 바라는 사람들이란 겁니다. 

김 차장: K리그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 가는 과도기인 것 같아요. 모든 축구인이 이전처럼 성적에만 연연하지 않습니다. 안익수 감독님만 해도 팬이 결과보다 먼저예요. 좋은 축구란 과정이 결과보다 우선인 거죠. K리그 모든 구단은 올 시즌 몇 등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데 익숙합니다. 관중 수와 수익 등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민할 날이 올 거예요. 

프로축구단이 자생하는 날은 올 수 있습니까. 

김 차장: 자생과 자생력은 다릅니다. 이 부분을 확실히 짚어야 해요. 자생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시면 ‘힘들다’고 답하겠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나 파리 생제르맹 등도 축구단만으로 구단을 운영할 순 없어요. 모기업의 지원, 수많은 스폰서, 중계권료, 관중 수입 등을 합쳐서 구단을 운영하는 겁니다. 구단이 고민해야 하는 건 자생력을 키우는 거예요. 

이 과장: 유럽 리그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자생력을 갖추는 가장 빠른 길은 리그의 가치를 올리는 겁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대다수 구단의 가장 큰 수익은 중계권료예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출전하는 팀은 억 소리 나는 중계권료를 받습니다. K리그와 많이 다르죠. 

김 차장: K리그에선 구단이 수익을 낼 방법이 많지 않아요. 홈 경기 입장권, 용품 판매가 대표적이죠. 여기에 홈 경기 광고 등이 더해지는 구조입니다. 서울은 맥주, 팝콘에 그치지 않을 거예요. 그래야 서울이 삽니다. 구단이 수익을 올릴 사례를 만들어 내야 K리그가 살 수 있어요. 

이 과장: 처음 사업개발팀이 만들어졌을 때 다짐했어요. ‘큰 책임감을 갖고 모든 걸 쏟아붓자’고 말이죠. 세계 어느 리그든 프로축구단의 자생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모기업의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는 자생력은 충분히 갖출 수 있어요. 이걸 해내면 K리그가 하나의 산업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겁니다. 


“IP 상품 출시가 더 많은 사업으로 이어져야 수익 기대할 수 있다”

'서울 1983' 맥주와 팝콘을 만들어낸 FC 서울 사업개발팀 이재일 과장(사진 맨 왼쪽부터), 이재현 사원, 김병혁 차장(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서울 1983' 맥주와 팝콘을 만들어낸 FC 서울 사업개발팀 이재일 과장(사진 맨 왼쪽부터), 이재현 사원, 김병혁 차장(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FC 서울의 첫 IP 상품이 맥주인 이유가 있습니까. 

김 차장: 서울의 장점부터 봤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을 응원하는 팬들입니다. 상품을 냈을 때 구매할 가능성이 아주 큰 분들이죠. 어떤 상품을 내놔야 더 많은 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이 과장: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습니다(웃음). 

김 차장: 축구와 어울리는 걸 찾았어요. 경기장을 찾은 팬, 집에서 응원하는 팬, 축구에 흥미를 느끼려는 팬 등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었습니다. 그게 맥주였어요.

서울과 세븐브로이맥주가 협업해 만든 ‘서울 1983’이 출시(3월 2일) 첫 주 만에 초도 물량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2차 생산량도 입점과 동시 매진을 기록하는 등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김 차장: 2022년 상반기 새로 출시된 수제 맥주가 약 50캔입니다. 월평균 4~5만 개의 수제 맥주가 판매된다고 하죠. 서울 1983은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냈습니다. 서울 1983에 큰 관심을 준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 과장: 서울 1983이 대단한 관심을 얻은 덕분에 팝콘 출시는 아주 수월했어요.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있어요.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 땐 대회에 참가하는 서울 선수가 들어간 맥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맛도 서울 1983과 다르게 계획하고 있죠.  

김 차장: 서울 1983의 반응이 뜨거운 덕에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서울 1983을 향한 뜨거운 반응 확인하시지 않았느냐. 새로운 걸 하겠다”고 했을 때 힘이 실리는 거죠(웃음). 

이 사원: 서울 1983 기획 단계에서 부족했던 점을 조금씩 채워갈 겁니다. 월드컵이 아니라도 디자인이나 맛 등에 변화를 줄 계획이에요. 사이즈에도 변화를 줘서 서울 1983 시리즈를 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김 차장: 이제 시작이에요. 팀원들이 잘 알고 있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됩니다. 맥주나 팝콘만으론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IP 상품으로만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곳이 있습니다. 수백 가지 상품을 가지고 있는 곳이죠. 한국을 넘어 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통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갈 거예요. 매력적인 상품이 많아야 합니다. 

이 과장: 맥주에 이어 팝콘을 출시하면서 한 가지 기대하는 게 있어요. 다른 업체와의 제휴입니다. 서울 1983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면 ‘우리도 서울처럼 상품을 만들어보자’고 나서는 곳이 생길 거예요. 그때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는 거죠. 광고 유치도 수월할 겁니다. 이미 프로스펙스와 제휴를 맺었어요. 서울 1983 캔을 자세히 보면 프로스펙스 로고가 들어 있죠. 

김 차장: 맥주에 광고를 넣어준 겁니다. 현재까진 이 광고 수입이 맥주 판매 수익보다 커요. IP 상품 출시 후 가장 큰 수익을 안겨줬습니다.

이 사원: 서울 IP 상품과 관련해 광고나 협업하고 싶다는 업체가 많습니다.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요. 해외 업체도 있죠. 가끔 이런 상상을 해요. 

어떤?

이 사원: 축구의 가장 큰 매력은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 스포츠란 겁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몰라요. 손흥민은 서울 유소년팀이었던 동북고등학교에 잠시 몸담았습니다. 과거 인터뷰에선 K리그에서 가장 뛰어보고 싶은 팀은 서울이란 생각도 밝혔죠. 손흥민이 은퇴할 때쯤 서울에 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준비해야 할 게 있어요. 

그게 무엇입니까. 

이 사원: 손흥민은 세계적인 스타입니다. 손흥민이 서울로 왔을 때 전 세계를 상대로 팔 수 있는 상품이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이 과장: 중요한 건 기회가 왔을 때 꽉 잡아야 한다는 거예요. 서울 1983이 세계적인 맥주가 된다고 상상해 봅시다. 구단 수익이에요. 이 돈은 구단의 발전을 위해 쓰일 겁니다. 선수단, 유소년 등 모든 게 발전하겠죠. 한국 프로스포츠의 동반성장도 꾀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사원: 우린 사업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K리그에서 새 사업을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팀일 거예요. 안익수 감독께서 수도 서울에 걸맞은 구단이 되어야 한다고 늘 강조해요.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우리도 서울 구성원이잖아요.

이 과장: 사업개발팀은 작년 6월 탄생했습니다. 구단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세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아주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이름 등을 고민할 땐 구단 모든 직원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나눠요. ‘우리’가 만든 상품인 겁니다. 그걸 구매해주시는 팬들이 더 큰 관심과 수익을 가져와요. ‘우리’가 키워가는 거죠. 


“FC 서울 IP 상품은 더 많이 준비되어 있다”

한국 최고의 스타 손흥민(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한국 최고의 스타 손흥민(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2022년 하반기엔 어떤 상품이 나오는 겁니까.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할 상품도 있습니까. 

김 차장: ‘신상품이 많다’ 정도로 이야기하겠습니다(웃음).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 과장: 한 가지 말씀드리면 기성용을 아끼고 있습니다. 기성용이 구단의 새 상품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서울 상품을 홍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무엇입니까.

이 과장: K리그는 팬과 마주할 기회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FA컵이나 ACL 등을 포함해도 한 달을 채우기 어려워요. 프로축구단이 살려면 대중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365일 내내 서울을 노출해야 해요.  

이 사원: 어린이와 학생에겐 축구 교실, 대회 등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유소년팀 운영과 별개로요. 성인들에겐 맥주와 팝콘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맥주와 팝콘은 집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이잖아요. 일상에서 서울을 접할 수 있는 상품이 하나둘 늘어나다 보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꽉 차는 날이 올 겁니다.

김 차장: 맥주, 팝콘 이후 출시될 상품은 먹을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팬과 마주할 수 있는 구단이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 과장: 제가 서울 서포터스 출신이에요. 제 청춘을 서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구단은 제게 꿈이자 희망이죠. 서울이 한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구단을 넘어 아시아 최고로 자리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이 사원: 저도 마찬가지예요. 서울이란 팀에 몸담고 있다는 건 큰 자부심입니다. 이름값에 걸맞은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매력적인 구단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더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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