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2022년 KBO리그 최초로 호크아이를 트래킹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설치된 호크아이 카메라(사진 왼쪽)와 호크아이 시스템으로 구현한 영상 그래픽 데이터(사진 오른쪽)(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KIA 타이거즈가 2022년 KBO리그 최초로 호크아이를 트래킹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설치된 호크아이 카메라(사진 왼쪽)와 호크아이 시스템으로 구현한 영상 그래픽 데이터(사진 오른쪽)(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스포츠춘추=광주]

1985년 당시 파격적으로 미국 스프링캠프를 떠난 삼성 라이온즈는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LA 다저스로부터 ‘다저 웨이’라는 야구 기술 매뉴얼을 전수받았다. 특히 수비 부문에서 특화한 매뉴얼을 발전시킨 삼성은 시대를 앞서는 수비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야구에서 꾸준한 강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처럼 시대가 흐르고 사람이 바뀌어도 시스템과 매뉴얼이 고정된다면 그 팀은 크게 흔들릴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 팀이 걸어갈 길을 장기적으로 제시해주는 시스템과 매뉴얼 구축이 중요한 이유다. 

‘전통의 강팀’ KIA 타이거즈도 먼 미래를 바라본 ‘타이거즈 웨이’를 만들고자 한다. 과거 ‘해태 왕조’가 배고픈 정신력과 카리스마형 리더십으로 만들어졌다면 KIA 구단이 걸어갈 ‘타이거즈 웨이’는 호크아이의 혁신 시스템과 함께 미래지향적 데이터 야구를 꿈꾼다. 

호크아이 시스템에 구단과 현장 모두 대만족한 KIA, 앞으로도 독자노선 걷는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엔 호크아이 카메라가 총 8대 설치돼 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엔 호크아이 카메라가 총 8대 설치돼 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에 데이터 야구가 크게 강조됐다. 투구와 타구의 데이터를 추적하는 트래킹 시스템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 현재 세계 최고의 프로야구리그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호크아이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한다. KBO리그에선 KIA 구단이 2022년 최초로 호크아이를 도입해 활용 중이다.

KBO와 KIA를 제외한 9개 구단은 최근 2023년부터 시행할 리그 통합 트래킹 시스템을 트랙맨으로 선정하겠단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적인 문제가 가장 컸던 가운데 KIA 구단은 호크아이 시스템을 계속 활용하는 독자 노선을 밟을 전망이다. 2022시즌 전반기 동안 호크아이를 활용한 결과 구단과 현장 모두 큰 만족감을 느꼈기에 내린 결정이다. 

호크아이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하는 권윤민 전력기획팀장은 “레이더 기반 트래킹 장비와 카메라 영상 기반 트래킹 장비는 각자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어느 방향이 더 우월하다는 이런 문제보다는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에게 설득할 때 카메라 영상 기반 트래킹 장비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반기 동안 처음으로 모아본 호크아이 미가공 데이터(Raw Data)를 전력분석팀이 공부해보니까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응용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고 느꼈다. 향후 구단에 굉장한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했다. 

호크아이 시스템 카메라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 총 8대가 설치됐다. 내야 쪽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카메라 7대, 외야 전광판 아래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카메라 1대가 위치해 있다. 이 카메라들로 촬영된 영상은 실시간 데이터로 수집돼 마치 ‘졸라맨’과 같은 그래픽으로 트래킹 데이터 수치를 구현한다. 

 

예를 들어 주력이 뛰어난 김도영이 타석에서 출발해 3루까지 달리는 주루 노선이 그래픽화로 정밀하게 구현된다. 또 박찬호가 상대 타구에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도 그래픽화로 파악할 수 있다. 외야 수비 능력이 뛰어난 김호령이 다른 외야수들과 비교해 타구를 쫓아가는 경로도 분석 가능하다. 

단순히 주력이 얼마나 빠른가를 떠나서 김도영 선수가 타석부터 2루 혹은 3루까지 뛰는 주루 궤도를 영상 그래픽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루 궤도를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단 뜻이다. 또 외야 수비의 경우에도 수비를 가장 잘한다는 김호령이 타구를 쫓아가는 거리를 측정하면 다른 선수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직선 주로를 통해 쫓아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내야 수비진이 타구에 반응하는 속도를 호크아이 영상 프레임으로 끊어서 보니까 박찬호 선수의 타구 반응 속도가 다른 내야수들보다 확실히 남다르더라. 괜히 박찬호 선수가 호수비를 자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또 야수들이 자신을 기준으로 오른쪽, 왼쪽 수비 범위 커버 반응 속도까지 정밀하게 파악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수비 시프트를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단순한 트래킹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처럼 영상을 통한 수비, 주루 움직임까지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호크아이의 큰 장점이다.” 권윤민 팀장의 설명이다.

"숫자뿐만 아니라 영상 그래픽이 함께 있기에 현장이 더 쉽게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다.

투수의 구질의 정밀한 움직임도 영상 그래픽으로 구현해 분석이 가능하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투수의 구질의 정밀한 움직임도 영상 그래픽으로 구현해 분석이 가능하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투수와 타자들에게 트래킹 데이터를 통한 투구 혹은 타격 자세 교정도 호크아이 영상을 통해 직관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릴리스 포인트나 익스텐션, 그리고 타구 발사각도와 히팅 포인트 등 달라진 부분이 영상을 통해 확인 가능하기에 선수들이 받아들이기도 더 편하다. 

타자들의 타격 자세 그래픽을 보면 중심축은 분홍색, 선수 몸은 녹색 막대기로 구현된다. 여기서 분홍색 막대기보다 녹색 막대기가 앞으로 더 빨리 쏠리면 스윙 중심축이 앞으로 쏠린 셈이다. 이 타자의 가장 좋았을 때의 그래픽 데이터와 비교해보면 타자들이 예전과 달라진 점을 받아들이기가 더 편하다. 투수들도 릴리스 포인트나 익스텐션 같은 데이터를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영상 그래픽으로 보면서 달라진 점을 느끼는 게 더 편할 수밖에 없다.” 권윤민 팀장의 말이다.

KIA 최희섭 타격코치도 호크아이 시스템에 큰 만족감을 내비쳤다. 최 코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선 트래킹 시스템이 굉장히 오래전부터 발달했다. 트래킹 데이터를 현장에 있는 코치진과 선수단에 얼마나 효율적이면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가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호크아이 시스템은 영상 그래픽으로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에 현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훨씬 더 쉽다고 느낀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실제로 KIA 구단의 호크아이 시스템 분석실은 선수단 라커룸과 코치 라커룸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선수단과 코치진이 언제든지 필요할 때 영상 그래픽 데이터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다. 현장이 프런트 데이터 야구와 친숙해지는 과정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 

'타이거즈 웨이' 만들기에 돌입한 KIA, 손승락 코디네이터도 2군 투수 육성 프로그램 구축 나섰다

2022시즌을 앞두고 KIA 구단은 새로운 트래킹 플랫폼인 호크아이 활용을 위해 손승락 코디네이터를 영입했다(사진=KIA) 
2022시즌을 앞두고 KIA 구단은 새로운 트래킹 플랫폼인 호크아이 활용을 위해 손승락 코디네이터를 영입했다(사진=KIA) 

KIA 구단이 호크아이 시스템을 통해 가장 바라는 건 ‘타이거즈 웨이’ 구축이다. 단순히 1군 경기력 향상을 떠나 유망주 성장 및 1군 전력 육성에 호크아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이다. 호크아이 시스템 도입과 함께 영입한 손승락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손승락 코디네이터는 전반기 동안 함평 2군 시설로 내려가 주로 활동하고 있다. LA 다저스 단기 연수를 통해 배운 투수 육성 매뉴얼을 KIA 2군 투수들에게 적용하는 육성 프로그램이다. 

손승락 코디네이터가 미국에서 투수들의 구위와 제구 향상을 위해 어떤 신체적인 데이터 수치가 중요한지를 배워온 만큼 거기에 맞는 2군 투수 유망주들의 육성 매뉴얼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중간에 2군 코치진이 바뀌었다고 해당 투수의 장기 육성 방향성이 바뀌지 않도록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이 투수는 몇 년 뒤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기기 위해 지금 구속 향상 프로그램을 집중해 소화하도록 한다면 특정 코치가 제구를 잡는다고 이것저것 만지게 하지 않도록 매뉴얼화하는 거다. 이를 위해 후반기 때 2군 선수단의 호크아이 시스템 데이터 수집을 위해 광주에서 퓨처스리그 혹은 연습경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거기에 아마추어 시절 영상도 호크아이 시스템으로 분석한다면 해당 선수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거다.” 확신이 담긴 권윤민 팀장의 말이다.

이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팀이 되기 위한 ‘타이거즈 웨이’ 구축은 2000년대 들어 반짝 우승 뒤 곧바로 하위권으로 오랜 기간 추락한 KIA 구단 체질 개선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권윤민 팀장은 “장정석 단장님이 당장 시행착오가 나온다고 해도 장기적인 방향성에서 독자 노선을 구축하자고 강조하신다. 또 최준영 대표이사님께서도 매우 큰 관심을 보여주시면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덕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금 메이저리그 더그아웃에선 태블릿 PC 영상으로 실시간 분석을 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머지않아 KBO리그에서도 보게 될 광경일 수 있다. 그 시기가 온다면 지금 우리 팀만의 독자노선 구축이 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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