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고의 사이드암 에이스 박시원(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유신고의 사이드암 에이스 박시원(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목동]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사이드암 최대어로 꼽히는 투수는 라온고 박명근이다. 키는 170cm로 투수치고는 작지만,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150km/h대 광속구가 매력적이다. 

그런데 최근 박명근을 위협할 만한 도전자가 새로 등장했다. 정확히는 새로 등장했다기보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는 편이 맞겠다. 유신고의 장신 사이드암 박시원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박명근과 사이드암 랭킹 1위를 다툴 기세다. 

박시원은 7월 16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32강전 마산고전에서 2대 2 동점을 이룬 7회초 구원등판, 3이닝을 볼넷 없이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박시원의 호투에 힘입은 유신고는 2대 3으로 뒤진 8회말 대거 3득점해 5대 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무대에 진출했다.

최근 박시원의 상승세를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박시원은 이날 최고 142km/h의 빠른 볼을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던지며 마산고 타선을 잠재웠다. 7회 2사후 신성호에게 적시타를 맞고 승계주자 득점을 허용한 것 외엔 완벽했다. 

8, 9회는 연속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6.2이닝 4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마산고 김관우와의 사이드암 에이스 자존심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4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안정적인 컨트롤을 유지한 점도 좋았다. 박시원도 경기후 인터뷰에서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들어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컸는데, 오늘은 스트라이크가 들어가는 날이었다. 타자들이 헷갈려 하면서 투구내용이 괜찮았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2020년 유신고에 입학한 박시원은 신입생 때부터 대형 사이드암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해 봉황대기에선 덕수고 상대로 등판, 5이닝 비자책 1실점 역투로 장재영-심준석이 이어던진 덕수고와 대등한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2학년 시즌 투구폼 변화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구속과 제구력을 모두 잃었고, 시즌 내내 14.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박시원이 부진한 사이 박명근, 대구고 김정운, 신일고 서동욱 등이 치고 올라가면서 사이드암 판도가 크게 요동쳤다. 

3학년이 된 올해 박시원은 서서히 1학년 때의 기대에 걸맞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잠시 내렸던 팔각도를 다시 올리면서 패스트볼 구속이 140km/h대로 향상됐고, 제구까지 안정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시원은 “가장 신경쓰는 게 제구력이다. 스피드는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던지다 보면 스피드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억누르려고 한다”면서 “아무리 구속이 빨라도 볼넷을 허용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구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시원의 롤모델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 임창용이다. 키 188cm의 큰 키와 호리호리한 체형이 멀리서 보면 닮은 것도 같다. 

박시원은 “임창용 선배님의 투구를 영상으로 접하고 존경하게 됐다. 사이드암인데도 공이 빠르고, 유연하게 잘 던지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최고구속 147km/h까지 던져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박시원의 최고구속은 144km/h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청룡기 우승에 도전하는 유신고는 신임 홍석무 감독이 부임한 뒤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팀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특유의 조직력과 끈끈한 수비를 바탕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오늘도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내가 올라가자마자 1점을 줬는데도 야수들이 다같이 뭉쳐서 점수를 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한 박시원은 “우리 팀이 남은 대회에서 전부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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