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제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 트래킹 데이터를 측정하는 SSG(사진=SSG)
올해초 제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 트래킹 데이터를 측정하는 SSG(사진=SSG)

[스포츠춘추]

아마추어 선수 사전접촉 논란을 빚은 SSG 랜더스의 신체 데이터 측정은 7월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 학생 선수가 주요 대상자였다. 

고교생은 거의 측정하지 않던 SSG가 드래프트를 두 달 앞두고 돌연 서울 명문 고교를 측정 대상으로 삼은 의도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스포츠춘추는 SSG가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제출한 경위서와 문체부에 낸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문체부가 김성원 의원실(국민의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SG는 ‘2022년 프로암(Pro-Amam) 과학야구 아카데미 사업’을 3월부터 7월까지 진행했다.

7월 전까지는 4개 중학교, 2개 대학교, 고교는 1개교만 데이터 측정…드래프트 앞두고 돌연 서울권 고교 대상으로 측정 재개

SSG 랜더스의 데이터 측정 사업 진행 내역. 3월부터 7월까지 사업계획서상 6개 사업 가운데 2개 사업을 진행했다. 7월에 불쑥 서울 A고가 데이터 측정 대상으로 등장했다(사진=김성원 의원실 제공)
SSG 랜더스의 데이터 측정 사업 진행 내역. 3월부터 7월까지 사업계획서상 6개 사업 가운데 2개 사업을 진행했다. 7월에 불쑥 서울 A고가 데이터 측정 대상으로 등장했다(사진=김성원 의원실 제공)

눈에 띄는 건 지원 대상이다. SSG는 3월부터 5월까지 ‘바이오메카닉 솔루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마추어 선수의 운동동작과 지면반발력을 분석한 뒤 '피드백'하는 이 지원사업은 원래 사업 계획상으론 중학교 3개교와 고교 3개교 등 총 6개 학교가 대상이었다.

그런데 SSG는 5월까지 대학교 2개교, 중학교 4개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고교는 1개교만 측정했다. 3월엔 아예 사업 대상도 아닌 부산과 인천지역 대학교 선수들을 불러다 신체 데이터를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6월 한 달간은 바이오메카닉 솔루션이 아닌 ‘심리 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AI기반 심리측정 및 해석 집단상담 치료’가 주목적인 이 프로그램에는 인천지역 3개 고교와 수도권 2개 중학교가 참가했다.

7월부터 SSG는 다시 바이오메카닉 솔루션을 재개했다. 여기서 SSG는 사전접촉 논란을 빚은 서울 야구명문고 A고교를 대상으로 솔루션을 진행했다.

6월까진 고교 대상 측정을 거의 하지 않다가 신인드래프트를 두 달 앞두고 뜬금없이 서울권 고교생을 측정 대상으로 정한 것이다. 측정 대상 중엔 올해 드래프트 최상위 지명이 유력한 야수와 상위권 지명 대상자가 포함돼 논란을 자초했다. 

KBO 경위서에서 드러난 앞 뒤 안 맞는 SSG의 해명...다른 구단들 "대부분 구단이 신인드래프트 9월 초 원했는데, SSG만 유독 강력하게 9월 15일로 날짜를 미루자고 주장해 관철했다”

SSG가 KBO에 제출한 경위서 전문(사진=김성원 의원실 제공)
SSG가 KBO에 제출한 경위서 전문(사진=김성원 의원실 제공)

그간 SSG는 일관되게 "KBO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그 경위서 내용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해왔다. 스포츠춘추는 SSG의 입장을 정확히 알기 위해 SSG가 KBO에 제출한 경위서를 입수했다. SSG는 경위서에서 '처음에는 인천 지역 아마추어 선수들을 측정할 계획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구단은 최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인천시 야구협회에 사업 설명회 자리를 만들어 해당 사업에 대해 안내와 이후 참가학교를 모집하려고 하였으나, 당시 코로나19 상황과 학교별 일정 등으로 설명회가 무산돼 개별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SSG가 경위서에 적은 내용이다. 

SSG는 이어 “학교 개별 연락을 취하여 해당 사업 안내 후, 참여 의향이 있는 경우 용역 업체에 학교 관리자의 연락처를 전달하였다. 업체와 학교가 직접 일정을 조율하고 측정 선수의 선정은 학교 측에서 맡아 당 구단은 선수 선정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였다”면서 구단과 용역 업체의 철저한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또 SSG는 “6월까지 인천 내 일부 중, 고등학교 아마팀과의 컨택이 이루어진 상태였고, 참여를 원한 학교의 측정/피드백이 진행된 상태였다. 아마추어 활성화와 더 많은 프로그램 참여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 섭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말로 뚱딴지같이 서울 A고가 측정 대상이 된 이유를 강변했다. 

애초 SSG가 문체부에 낸 사업계획서엔 ‘소외학교 대상 프로급 교육/분석환경 제공’이 사업내용으로 명확하게 적시돼 있다. 문체부는 이 사업계획을 믿고 SSG에 총 3억 원의 주최단체지원금을 교부했다. 그러나 SSG는 많은 소외학교를 제쳐놓고 서울 강남의 명문 학교에 우선권을 줬다. 

경위서에 따르면 SSG는 “업체와 학교가 직접 일정을 조율한다”는 사업 진행 프로세스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SSG와 A고의 접촉은 공식 루트가 아닌 구단 팀장급 인사와 야구부 감독의 사적 통화로 이뤄졌다. 

경위서에서 SSG는 “6월 17일 오전 10시 20분 경 ㅇㅇ고 ㅇㅇㅇ 감독과의 개인적인 통화 도중 현재 진행 중인 아마추어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참여 의향에 대해 물었다” “당시 ㅇㅇ고 측은 주말리그 일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을 시 참여하겠다는 의사 표현하였다”고 했다.

SSG 팀장급 인사는 약 열흘 뒤 다시 A고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경위서에 따르면 SSG는 “6월 28일 오후 2시 52분 ㅇㅇ고 감독과의 통화에 앞서 7월 4일 선수단 휴식일에 아마 측정이 비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ㅇㅇ고 측에 7월 4일 아마추어 측정 참여 가능한지 문의”했다.

이에 “ㅇㅇ고 감독은 7월 4일 측정 가능하고 선수를 보내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이후 측정 업체에 ㅇㅇ고 감독 연락처를 전달했다. 7월 4일 오후 3시 30분 경 ㅇㅇ고가 강화 퓨처스파크를 방문해 측정이 진행되었다”는 설명이다. 미리 구단에서 비워둔 날짜에 특정 학교를 콕 찍어 데이터 측정을 진행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이전까지 고교생을 측정하지 않던 SSG가 드래프트를 앞두고 갑자기 지명 대상 선수가 속한 서울권 고교를 측정하기 시작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A고 외에 7월 이후 또 어떤 학교를 측정할 예정이었는지도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9월 초에 열릴 예정이었다. 모 구단 관계자는 “다른 구단들은 모두 9월 초를 원했는데, SSG가 유독 강력하게 9월 15일로 날짜를 미루자고 주장해 관철됐다”고 전했다. SSG는 봉황대기 대회가 끝난 뒤 드래프트를 개최하자는 취지로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위서에는 “구단 데이터 접근권 없다”던 SSG, 타 구단에는 “데이터 공유하면 될 것 아니냐” 으름장

SSG가 문체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소외학교를 대상으로 분명하게 명시했다(사진=김성원 의원실 제공)
SSG가 문체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소외학교를 대상으로 분명하게 명시했다(사진=김성원 의원실 제공)

한편 SSG는 경위서에서 “이번 사업과 관련해 구단과 용역업체 간에는 명확한 R&R이 구분되어 있다”면서 “측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구단 관계자 참석은 없었다. 피드백도 선정업체가 직접 학교를 방문하여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측정과 피드백 전반에 걸쳐 구단 관계자는 관여하지 못하는 구조로 운영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SSG는 “측정은 선정 업체 장비를 활용하여 이루어지고, 업체 DB에 저장이 된다. 관련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은 업체만 가지고 있으며 구단은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측정 데이터와 구단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다만 SSG는 이런 주장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경위서에 제시하지는 않았다. 

최초 ‘스포츠춘추’ 보도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직후 SSG 스카우트팀 책임자는 타 구단 스카우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문제가 된다면 측정한 데이터를 다른 팀에도 공유해 주겠다. 단, 선수에게는 비밀로 하는 조건”이라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데이터 접근권이 없다’는 SSG의 경위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놓고 KBO의 철저한 진상 조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 프로구단으로부터 신인 계약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불공정한 신인 계약을 강요받았던 일과 관련해 제보주실 분은 dhp1225@spochoo.com으로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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