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요르카 2년 차 시즌을 앞둔 이강인(사진=대한축구협회)
레알 마요르카 2년 차 시즌을 앞둔 이강인(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츠춘추]

후안 로만 리켈메(44·아르헨티나)는 ‘현대 축구의 반역자’로 불렸다. 리켈메는 활동량이 적고 느렸다. 수비력도 부족했다. 

리켈메는 자신의 단점을 특출 난 재능으로 지워버렸다.

리켈메는 웬만해선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공 다루는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전매특허는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패스였다. 리켈매는 단 한 번의 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프리킥과 경기 운영 능력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리켈메는 공을 잡는 것만으로 팬들을 설레게 한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였다. 

데니스 베르캄프(53·네덜란드)는 처진 공격수의 정석이었다. 축구계는 베르캄프의 볼 다루는 기술을 ‘우아하다’고 표현했다.

베르캄프는 단 한 번의 볼 터치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낸 선수였다.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싱력을 앞세운 스트라이커 활용 능력도 최고 수준이었다.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티에리 앙리 등은 베르캄프와 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며 선수 시절의 황금기를 보냈다. 

아스널 통산 423경기 120골 124도움. 베르캄프는 아스널의 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4회 등을 이끌었다. 2003-2004시즌엔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 중심에 섰다.

베르캄프는 세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 중의 전설이다. 


이강인, 프로 데뷔 후 다양한 역할 맡았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고 A대표팀에도 데뷔한 이강인(사진=대한축구협회)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고 A대표팀에도 데뷔한 이강인(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은 공 다루는 능력이 특출나다. 상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고 기회를 창출할 능력이 있다. 공격 전개 능력과 수비의 허를 찌르는 패스에도 능하다. 

이강인을 세계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들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강인은 뛰어야 할 날이 뛴 날보다 훨씬 더 많은 선수다. 프로에서 축구계의 기대를 충족한 시즌도 없다. 

이강인이 프로 5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다. 이강인의 소속팀 레알 마요르카는 8월 16일 스페인 비스카야주 빌바오 산 마메스에서 2022-202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 1라운드 아틀레틱 클루부와의 대결을 벌인다. 

새 시즌을 앞두고 이강인이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것이란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마요르카에 잔류했다. 2022-2023시즌 준비에 매진했다. 

이강인은 카타르 축구 대표팀, 제노아(이탈리아 2부), 스포르팅 히혼(스페인 2부), SSC 나폴리(이탈리아 1부) 등과의 친선경기에 나섰다. 이강인은 처진 공격수로 무리키와 호흡을 맞추거나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이강인은 ‘발이 빨라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벼웠다. 경기를 치를수록 수비력도 발전 중이란 걸 보여줬다.

이강인은 2018-2019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플레이메이커, 측면 공격수, 수비형 미드필더 등을 소화했다.

이강인은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플레이메이커론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다. 마요르카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21-2022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이강인은 플레이메이커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측면 공격수로 뛰는 날이 많았다. 후반기엔 주전 경쟁에서 밀려 조커로 나섰다.

이강인의 2021-2022시즌 기록은 라리가 30경기 출전 1골 2도움. 이 중 선발로 나선 건 15경기였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의 외국인 선수다. 팀이 공격 재능이 강한 이강인에게 기대하는 건 공격 포인트다.

이강인은 프로에서 이와 같은 기대를 충족시킨 적이 없다. 이강인이 한 포지션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역할을 도맡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변화의 바람’ 마요르카, 이강인에게 기대하는 건 공격에서의 역할

이강인(사진 오른쪽)(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사진 오른쪽)(사진=대한축구협회)

레알 마요르카는 2021-2022시즌 라리가에 극적으로 잔류했다.

변화가 있다. 지난 시즌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 잔류에 앞장선 베테랑 살바 세비야,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출신으로 마요르카 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브라이언 올리반, 이강인과 주전 경쟁을 벌였던 쿠보 다케후사 등이 팀을 떠났다.

방출만 있었던 건 아니다. 베다트 무리키를 완전 영입했다. 무리키는 지난 시즌 후반기 라치오(이탈리아 1부)에서 마요르카로 임대 이적했던 스트라이커다. 무리키는 2021-2022시즌 라리가 16경기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했다.

마요르카는 또 다른 임대생 파블로 마페오를 완전 영입한 가운데 중앙 수비수 코페테 등이 새 식구로 합류했다.

이강인은 2022-2023시즌 준비 과정에서 처진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를 오갔다. 처진 공격수로 뛸 땐 플레이메이커처럼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194cm 스트라이커 무리키의 득점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카드 중 하나가 이강인의 처진 공격수 활용이다. 

이강인의 프로 5년 차 시즌이다. 자기 강점을 최대한 뽐낼 수 있는 포지션에 정착해야 할 시기. 예년보다 많은 공격 포인트가 필요하다.

이강인은 2019 U-20 월드컵에서 그랬듯이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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