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
KIA 타이거즈 나성범은 지난 겨울 FA(프리에이전트) 계약 가운데 최고의 성공작이다. 6년 총액 150억원 초대형 계약을 맺고 KIA로 이적한 올시즌, 첫해부터 커리어 하이급 활약을 펼치며 성공적인 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일 현재 나성범은 팀이 치른 전경기(9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0(4위)에 16홈런(5위) 71타점(5위) OPS 0.963(3위)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타석수도 447타석으로 전체 2위, 최다안타 126개로 3위, 볼넷과 사구를 합한 4사구 60개로 전체 3위다.
특히 나성범의 가치는 클래식 스탯보다 세부 스탯에서 잘 나타난다. 세부 스탯은 나성범이 리그에서 키움 이정후 다음으로 가치있는 타자라고 말한다. 조정 득점창출력인 wRC+ 172.7로 이정후(181.1)에 이은 2위,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도 5.32승으로 이정후(6.27승) 바로 다음이다.
현재 페이스로 144경기를 완주하면 나성범은 24홈런 104타점에 WAR 7.82승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30홈런 101타점 WAR 6.06승을 기록했던 2014년을 뛰어넘는 개인 최고 성적이다. 약점인 헛스윙과 삼진을 줄이고 볼넷을 늘리는 데 성공하면서, 보다 생산성 높은 타자로 우뚝 선 나성범이다.
나성범의 합류와 함께 작년 리그 최약체였던 KIA 중심타선은 리그 최강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KIA 3~5번 타순의 OPS는 0.668로 리그 꼴찌였다. 최하위팀 한화 이글스(0.726)보다도 중심타선의 생산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0.884로 10개 팀 중에 2위를 기록 중이다. 나성범의 합류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활약, 황대인의 성장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KIA 타선의 변신으로 이어졌다.
나성범의 가치는 단순히 기록에만 그치지 않는다. KIA 야수진 전체에 나타나는 ‘나성범 효과’가 분명 있다. 김종국 감독은 “나성범은 팀 동료 야수들에게 믿음을 준다. 확실한 자기 루틴으로 다른 선수들이 따라갈 수 있는 모범이 된다”고 말했다.
나성범은 연세대학교 시절부터 지독한 ‘운동 중독자’ ‘연습벌레’로 불렸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다른 선수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고, 어떤 경우에도 훈련을 건너뛰는 법이 없었다. 로보캅 같은 탄탄한 몸을 만들고서도 만족을 몰랐다.
프로에 입단해서는 더 독해졌다. 뒤늦게 타자로 전향한 만큼, 더 많은 훈련으로 만회하려는 생각에 몇 배로 배트를 돌렸다. 잠시도 자기 몸을 쉬게 놔두지 않았다. 유구골 골절로 수술하는 고통도 따랐지만 훈련량만큼은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체력 관리, 부상 관리 등 야구에 대한 것이라면 선후배 관계없이 배울 만한 선수”라며 “그런 것들이 올해 우리 야수진의 타격이 좋아진 비결 중 하나인 것 같다. 타선이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이창진, 박찬호, 류지혁, 황대인 등 젊은 선수들이 올 시즌 맹타를 휘두르는 데 ‘나성범 효과’가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나성범이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이나 훈련하는 걸 선수들이 보고 따라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수많은 스타 선후배와 함께했다. 날고 긴다는 대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 감독이 보기에도 나성범은 특별한 선수다. 그는 “야구밖에 모르는 것 같다. 저 정도 몸을 만들려고 얼마나 야구에 투자하고 시간을 할애했겠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자기 루틴이 확고하고, 자기만의 훈련 방법이 있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나름대로 루틴과 훈련법이 있지만 나성범처럼 많이 하면서 제대로 하는 선수는 못 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KIA의 공격력은 물론 팀 문화를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나성범 계약은 150억원이 아깝지 않은 영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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