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포수를 꿈꾸는 대표팀 4번타자 김범석(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최고의 포수를 꿈꾸는 대표팀 4번타자 김범석(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

“현재 고교야구에서 최고로 ‘핫’한 타자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 강화훈련이 한창인 2일, 강릉고에서 만난 한 스카우트가 타석에 나온 선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잘 친다. 정확성과 파워를 모두 갖췄다. 원래도 잘 치는 타자였는데 최근 들어 완전히 타격에 물이 올랐다. 현재 고교 타자 중에 제일 잘 치는 타자라고 보면 된다.”

스카우트가 지목한 타자는 경남고 포수 김범석, 올해 유력한 고교야구 홈런왕이다. 김범석은 24경기 홈런 9개로 2위 그룹(유동수, 변현성 5홈런)을 멀리 따돌리고 압도적 홈런 1위다. 대통령배 2경기 2홈런, 봉황대기 2경기 2홈런으로 최근 열린 2개 대회에서만 4홈런을 몰아쳤다. 타율 0.342에 출루율도 0.477로 정확성과 선구안도 흠잡을 데가 없다.

청소년 대표팀 4번타자 김범석의 방망이는 두산 베어스 2군, JTBC 예능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 등 전·현직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도 뜨거웠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프로 선배들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자기 타격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최강야구’ 녹화 때 만원 관중의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여유있게 자기 스윙을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칭찬했다. 

“프로 가서도 포수 계속하고 싶어…대한민국 포수하면 김범석이란 말 듣는 게 목표”

김범석은 올해 고교 야수랭킹 1위 자리를 다툰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범석은 올해 고교 야수랭킹 1위 자리를 다툰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방망이 잘 치는 비결이 뭔가요? 훈련을 마친 김범석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확실히 최근 경기에서 홈런도 좀 나오고, 타이밍도 잘 맞는다. 올해 들어 제일 컨디션 좋은 시기가 요즘인 것 같다”고 순박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김범석은 “타격에 특별한 변화를 준 것은 없다”면서 “7월쯤 페이스가 좀 떨어졌었는데 쉬면서 체력을 잘 보충한 덕분에 다시 페이스가 올라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만족하지는 않는다. 지금보다 더 잘해서 대표팀 4번타자를 맡겨주신 최재호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범석은 그냥 평범한 4번타자가 아니다. 포수 겸 4번타자다. 수비 부담, 체력 부담이 큰 포수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클린업 히터 역할까지 동시에 해낸다. 그는 “포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포수를 맡았다”고 했다. 경남중에 진학해서도 유격수, 3루수, 외야수, 투수 등 온갖 포지션을 오가다 3학년 때 포수로 돌아왔다. 경남고에선 1루수, 3루수로 시작해 2학년말 봉황대기부터 주전 포수가 됐다. 그는 “포수로 경기에 나간 기간은 다 합해 3년 정도지만, 포수 훈련은 꾸준히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김범석은 “중학교, 고등학교 저학년 때는 선배 포수가 있어서 경기에 나갈 기회가 많지 않았다. 포수를 맡고 싶었지만 출전 기회를 얻으려면 다른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께서 다른 내야나 외야 수비도 가능하니까 그쪽으로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셨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는지 나중엔 유격수 역할도 맡았다. 좋은 경험이 됐다”고 돌아봤다.

프로필상 김범석의 신체조건은 178cm에 95kg. 전형적인 야구 만화 속 포수 체형이다. ‘한때 유격수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농담을 건네자 “중학교 때는 몸이 이렇지 않았다”며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그는 “원래 몸무게는 80kg 정도였다. 좀 더 힘 있는 타격을 하고 싶은 마음에 85kg에서 90kg 사이로 몸을 불리려는 의도였는데, 생각보다 몸무게가 더 늘었다. 내 관리 실패”라며 웃어 보였다.

김범석은 타격은 물론 포수로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범석은 타격은 물론 포수로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범석의 포수 수비에 대한 평가는 스카우트마다 엇갈린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고교 레벨 포수로는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갖췄고, 송구 능력도 좋다. 잘 다듬으면 충분히 프로에서도 포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SSG 전의산처럼 프로에서 포지션을 바꿔 타격 재능을 살리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이 스카우트는 “프로 1군급 포수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포수에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1군에서 타격 재능을 활용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김범석은 “내 목표는 프로에서도 포수를 보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포수 수비를 잘 다듬어서 프로에서도 포수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중학교, 고교에서 모두 대표팀 포수로 뛰었다. 프로에 가서도 성인 대표팀 안방마님이 되는 게 목표다. 대한민국 포수하면 김범석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고 싶다”며 포수 포지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포수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있다. 그는 “흔히 포수를 어머니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 포수는 ‘아버지’다”라고 말했다. 김범석은 “엄한 아버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포수가 투수를 잘 이끌려면 책임감도 가져야 하고, 많은 연구도 해야 한다. 포수는 한 팀의 가장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수는 아버지”라고 강조했다.

“최고의 선수 돼서 형편 어려운 후배들 돕고 싶다” 고교 넘버원 김범석의 꿈 

김범석은 최고의 타격 재능을 자랑한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범석은 최고의 타격 재능을 자랑한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뚜렷한 포수관만큼 타격에서도 확실한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임한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면 내 폼 같은 걸 신경 쓰기보다 투수와의 싸움만 생각한다. 볼카운트 싸움이나 투수의 타이밍, 구종 같은 걸 생각하며 타격하려고 한다”면서 “타격은 투수와 싸움인데, 내 폼을 생각하면 투수가 아닌 나 자신과 싸우게 된다”고 밝혔다.

김범석은 레그킥 대신 토탭 타법으로 타격한다. 양발을 타석에 단단하게 고정한 뒤 앞발을 살짝 들어 타이밍을 맞춘다. 짧은 테이크백에서 나오는 간결한 스윙, 하지만 힘을 끝까지 실어 보내는 타격이다. 그는 “타석에서는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하면 여기서 투수를 이길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스윙도 나오고, 좋은 타구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에서 태어난 김범석은 어릴 때부터 모태 롯데 팬으로 자랐다. 팀 동료 신영우는 “나도 어릴적부터 롯데 야구를 보며 자랐지만, 범석이는 골수 롯데 팬이다. 야구를 봐도 오로지 롯데 경기만 본다. 롯데에 대한 애정은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골수 롯데팬답게 롤모델도 죄다 롯데 선수들이다. 김범석은 “올 시즌 타격이 잘 안 될 때 롯데 한동희 선배님의 타격을 보면서 참고했다. 이대호 선배님, 강민호 선배님의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면서 “홈런타자면서 타격 정확성도 뛰어난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대표 포수’를 꿈꾸는 김범석은 “모든 투수가 부담스러워하는, 피하고 싶어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의 선수가 돼서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다. 나도 지금껏 야구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려운 선수들을 도와서 야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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