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1순위 김서현(사진=한화)
한화의 1순위 김서현(사진=한화)

[스포츠춘추=소공동]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이 입을 떼기 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서울고’까지만 말했는데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투수 김서현’을 호명하자 큰 박수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한화가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고교 최대어 김서현을 품에 안은 순간이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해서 뻔하게 느껴지는 선택. 올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받은 한화는 지난해부터 심준석(덕수고)과 김서현을 후보로 올려놓고 꼼꼼하게 관찰해 왔다. 당연한 선택이기에 더더욱 실패가 없어야 했다. 최고의 선택을 위해 한화는 그 어느 해보다 최선을 다했다. 

스카우트 팀이 어찌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드래프트를 앞두고 프리젠테이션을 받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수베로 감독은 “스카우트 팀과 정말 좋은 소통을 나눴다. 영상 자료부터 PT까지 정말 준비를 잘 했더라. 스카우트 팀의 노력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15일 드래프트 행사에서 정민철 단장은 ‘지명 이유’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야구를 잘해서 뽑았다”고 단순명료하게 답했다. 정 단장은 “김서현의 준비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봤다. 야구를 생각하는 면이 깊어서 프로에 빠르게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장점을 보고 지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 참가 중인 김서현은 구단을 통해 “전체 1순위로 뽑아주신 구단에 감사하다. 드래프트를 라이브로 보지 못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제 이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그제야 실감이 났고 신기했다”며 “처음부터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부터 성공하는 게 꿈이자 목표였는데, 이제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 같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교 최고 2루수 문현빈, 수베로 감독도 강추…“우리팀 오길, 스카우트팀 행운 빈다”

대표팀 2루수 문현빈(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대표팀 2루수 문현빈(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전체 1순위 지명으로 끝이 아니다. 한화는 2라운드 이후에도 매 라운드마다 제일 먼저 지명권을 행사했다. 최고의 투수를 손에 넣은 만큼 2라운드부터는 야수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2라운드에서는 청소년대표 2루수 문현빈(북일고)을, 3라운드에서는 고교 정상급 유격수 이민준(장충고)을 지명해 센터라인 내야를 보강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 파트장은 “뽑고 싶은 투수도 있었지만 내야수인 문현빈, 이민준을 선택했다” “우리가 지속적인 강팀이 되려면 정은원-하주석 뒤를 받치는 야수도 있어야 한다. 내야 자원은 귀하고, 키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나중에 그때 가서 준비하면 늦는다”고 강조했다.

우투좌타 2루수 문현빈에 대해 정 파트장은 “우선 수비가 되는 선수다. 다부지고, 악착같이 야구하는 스타일이다. 우리 팀에 필요한 유형의 선수였다”고 소개했다. 내야수 출신 수베로 감독이 크게 호평한 선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 파트장은 “스카우트 팀에서도 뽑고 싶은 선수였는데, 수베로 감독님도 ‘나야말로 꼭 뽑았으면 하는 선수’라고 하더라. 감독님께 ‘행운을 빌어달라’고 했더니 ‘문현빈이 우리까지 꼭 왔으면 한다. 행운을 빈다’며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주포지션은 2루수지만 유격수 수비도 가능하다는 평가. 정 파트장은 “유격수가 안 된다고 보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쭉 유격수를 본 선수다. 다만 같은 학년에 김민준이 있어서 2루로 옮긴 것”이라며 “전문 유격수 수준의 수비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충분히 유격수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역시 미국에서 지명 소식을 접한 문현빈은 구단을 통해 “태블릿으로 드래프트를 보고 있었는데, 너무 일찍 뽑혀 놀라웠다. 저를 이렇게 높게 평가해주신 구단에 감사 드리고,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더 큰 책임감도 든다”며 “항상 전력질주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는데, 그라운드에서 전력질주 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초등학교부터 충청지역에서 야구를 해왔는데, 좋은 선수로 성장해 영구결번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3라운드에서 뽑은 이민준의 최근 상승세도 특기할 만하다. 워낙 최근 타격 페이스가 좋아 일부 스카우트 사이에서는 “요즘 치는 것만 보면 김민석(휘문고)이 부럽지 않다”고 할 정도. 정 파트장도 “유격수로서 가치를 높게 보고 지명했다. 마른 체형인데도 나름 펀치력이 있는 걸 보면, 앞으로 대형 유격수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한화 이글스 스카우트팀(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한화 이글스 스카우트팀(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5라운드 이후에 뽑은 선수 중에는 다소 생소하거나 의외의 이름도 보인다. 한화만의 독특한 관점과 방향성이 묻어나는 드래프트 명단이다. 6라운드에서 뽑은 대전고 좌완투수 한서구도 올해 8경기 16.2이닝만 소화해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는 아니다. 정 파트장은 “생소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이 선수를 반드시 잡으려고 마음먹고 지명장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한서구가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지켜보면서 성장 과정을 지켜본 선수다. 우리 관점에서는 진주 같은 선수였다”고 말한 정 파트장은 “부상으로 많은 훈련을 못 했는데도 짧은 기간에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이 부쩍 좋아졌다. 구속도 갈수록 빨라지고 어려운 상황에서 피하지 않고 던지는 모습도 좋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끝으로 정 파트장은 “지역이나 유형을 따져가며 지명하기보단, 우리 차례에서 뽑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선수를 뽑으려고 했다. 각자 장점이 뚜렷하고, 한 가지 특별한 장점을 갖춘 선수들을 지명했다”면서 드래프트 결과에 뿌듯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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