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선 2023시즌부터 한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견제구 2회 제한으로 규정이 바뀐다(사진=LG)
메이저리그에선 2023시즌부터 한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견제구 2회 제한으로 규정이 바뀐다(사진=LG)

[스포츠춘추]

2023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엔 대격변의 시대가 찾아온다. 수비 시프트 규제와 견제구 제한 등 ‘야구’라는 고유의 특성이 흔들릴 규정 변화가 찾아오는 까닭이다. 스피드 업과 더불어 보다 더 많은 인플레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내린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결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2023시즌부터 도입하는 시프트 규제와 견제구 제한,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변화는 현대 야구에 있어 가장 파격적인 변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투수가 투구를 시작할 때 2루 베이스를 기준 양 쪽으로 수비수 2명이 배치돼야 한다. 

또 내야수들은 흙이 있는 내야 그라운드를 벗어나 외야 그라운드에서 수비를 시작할 수 없다. 이는 그동안 수많은 안타 도둑 사례를 만들었던 시프트의 퇴화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시프트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좌타자들이 다시 기를 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견제구 제한과 베이스 크기 확대(15인치제곱→18인치제곱 확대)는 적극적인 주루를 기대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견제구를 한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2회씩 제한하기로 했다. 만약 2회를 넘어가 3회째 견제구를 시도한다면 보크로 선언된다. 도루 능력이 뛰어난 주자들이 스타트 타이밍을 잡기가 쉬워진다. 피치 클락(주자가 없을 경우 15초, 주자가 있을 경우 20초 내 투구 시작)도 스피드 업을 위한 변화다.

보통 메이저리그에서 굵직한 변화가 생길 경우 KBO리그에도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같은 변화가 따라온다. KBO도 메이저리그가 적용할 새로운 규칙을 두고 면밀하게 검토할 전망이다. KBO리그 현장에선 이런 변화 가능성을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야구가 야구답지 않을 거란 회의적인 시선과 함께 뛰는 야구가 부활할 수 있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야구답지 않은 야구"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자유로움이자 미학인데…" 회의적인 시선 나와

6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김재환을 상대로 나온 한화의 외야 4인 수비 시프트 장면. 3루수 김태연이 기존 좌익수 자리로 이동했다. 만약 시프트 규제가 도입된다면 이런 장면은 다시 못 볼 역사로 남을 전망이다(사진=해당 경기 중계화면 캡처)
6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김재환을 상대로 나온 한화의 외야 4인 수비 시프트 장면. 3루수 김태연이 기존 좌익수 자리로 이동했다. 만약 시프트 규제가 도입된다면 이런 장면은 다시 못 볼 역사로 남을 전망이다(사진=해당 경기 중계화면 캡처)

특히 투수 관점에선 견제구 제한이 극히 불리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것보다 견제구 제한 규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야구인들이 많았다.

현역 투수 출신 야구 관계자는 “견제구 제한은 투수들에게 너무 불리한 규정이다. 베이스 크기까지 커진다면 그냥 도루를 주고 시작하라는 뜻이 아닌가. 견제를 두고 펼치는 투수와 주자간의 심리 싸움도 야구의 큰 묘미다. 이런 부분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건 야구가 야구답지 않게 변하는 일이다. 시프트 규제도 그렇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만드는 야구적인 예술을 그냥 규제로 없애는 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A 구단 고위 관계자도 “다른 건 몰라도 시프트 규제와 견제구 제한은 단순히 메이저리그를 따라가야 한단 기조 아래 쉽게 통과할 안건은 아닌 듯싶다. 큰 틀에서 도입하더라도 세부 적용 내용은 메이저리그와 다르게 갈 수 있지 않나. 특히 견제구 제한의 경우엔 아마추어 야구와 2군 무대에도 엄청난 변화를 불러와야 할 일이다. 향후 야구계가 깊은 논의를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땐 저런 규정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보여주는 팀은 한화 이글스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시프트 규제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수베로 감독은 “각자 의견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수비 시프트는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자유로움이고 경기의 일부이자 미학이다. 이런 부분을 통제하는 것 자체가 아쉽다. 물론 수비 시프트가 보편화되면서 전반적인 리그 타격 지표가 떨어졌기에 규제에 대한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를 좋게 받아들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뛰는 야구 부활로 야구 재미가 다양화? 긍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롯데 외야수 장두성이 올 시즌 스프링캠프 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만약 메이저리그처럼 규정 변화가 이뤄질 경우 뛰는 야구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사진=롯데)
롯데 외야수 장두성이 올 시즌 스프링캠프 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만약 메이저리그처럼 규정 변화가 이뤄질 경우 뛰는 야구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사진=롯데)

반대로 이런 변화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야구인들도 있다. ‘뛰는 야구’ 부활이 더 다양한 야구의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단 뜻이었다. 

B 구단 소속 지도자는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반갑게 느껴진다. 수비 시프트와 도루 자제 경향으로 최근 몇 년 동안 대부분 팀의 야구 스타일이 단순화됐다. 과거 빠른 야수들을 대거 배치해 보여줬던 발 야구의 재미도 있었지 않나. 그런 부분이 비효율적으로 보이면서 소위 말하는 ‘뻥’ 야구에만 집중해왔다. 인플레이 타구 상황과 적극적인 도루를 통한 뛰는 야구가 다시 부활한다면 야구의 재미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C 구단 소속 지도자도 “우리 팀은 수비 시프트를 극단적으로 활용하는 빈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수비 시프트 규제가 우리 팀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듯싶다. 견제구 제한과 베이스 크기 확대는 확실히 주자에게 유리해지는 변화다. 발 빠른 좌타자 유형의 야수들이 더 선호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타자들의 활약을 통해 주루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면 또 새로운 야구 스타일이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KBO가 당장 2023시즌부터 메이저리그의 변화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메이저리그 규정 변화의 큰 틀을 따르되 세부 규정은 달라질 여지도 남았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처럼 마이너리그에서 일정 기간 시험을 통해 적용하는 부분이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도입을 한 뒤 1군 무대에 적용할 방향이 유력하다. 

KBO 관계자는 “올 시즌 종료 뒤 메이저리그 규정 변화와 관련해 면밀하게 논의할 시간을 만들 계획이다. 그렇다고 2023시즌부터 메이저리그 규정 변화를 KBO리그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 듯싶다. 2군 무대 시험 도입을 시작으로 체계적인 단계를 통해 규정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향후 국제무대에서도 비슷한 규정 변화 적용 가능성이 있기에 KBO리그만 따로 움직일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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