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은 LG(사진=LG)
분위기 좋은 LG(사진=LG)

[스포츠춘추]

다 끝났다고 여겼던 KBO리그 순위싸움이 다시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동반 추락으로 1위와 5위 자리가 위태위태하다. 1위와 2위가 2.5경기차, 3위와 4위가 2경기차, 5위부터 8위까지 2.5경기차로 밀집한 가운데 남은 시즌 순위 대이동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9월 21일 열린 KBO리그 경기에서 1위 SSG가 패하고 2위 LG 트윈스가 이기면서 1, 2위간 승차는 2.5경기차로 줄어들었다. LG에게 패한 5위 KIA는 9연패 수렁에 빠졌고, 같은 날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이기면서 KIA와 승차를 바짝 좁혔다. 8위 삼성 라이온즈와 KIA의 거리도 2.5경기차로 충분히 사정권이다.

SSG 전승하면 LG 전승해도 1위 확정…키움-KT 동률시엔 상대전적 앞선 키움이 3위

최근 수렁에 빠진 SSG(사진=SSG)
최근 수렁에 빠진 SSG(사진=SSG)

일단 1위부터 4위까지는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확정된 단계. 1~3위는 남은 경기에서 전패해도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고, 4위 KT 위즈도 1승만 추가하면 자력 5강이 확정된다. KT는 1승만 더하면 남은 경기에서 전패해도 승률 0.514로 KIA가 전승하거나 NC가 14승 이상 거두지 않는 한 4위를 뺏기지 않는다. 

남은 건 정규시즌 1위와 3위 싸움. 한때 7할 승률과 100승을 넘보던 SSG는 8월 이후 성적이 곤두박질하며 2위 LG에 빈틈을 내줬다. LG가 SSG보다 잔여경기가 5경기나 많아,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2019년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당시 SK는 여유로운 1위를 달리다 막판 추락으로 두산에 우승을 뺏기는 참사를 겪었다.

SSG와 LG의 잔여경기 경우의 수(표=스포츠춘추)
SSG와 LG의 잔여경기 경우의 수(표=스포츠춘추)

일단 자력 1위 가능성만 따지면 SSG가 좀 더 유리하다. SSG가 남은 11경기에서 전승하면 승률 0.6714로 LG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1위가 확정된다. 이 경우 LG가 남은 16경기를 전부 이겨도 승률 0.669로 SSG에 미치지 못한다. 두 팀간의 맞대결이 남아있어 SSG의 전승과 LG의 전승 시나리오는 양립할 수 없다.

또한 LG가 기대승률(0.649)대로 남은 16경기에서 10승을 거둔다고 해도, SSG가 5승 이상 기록하면 승률 0.6286으로 LG(0.6268)에 앞서 1위를 지킬 수 있다. SSG의 기대승률을 대입한 남은 경기 예상 승수는 6승(잔여경기 6승 5패시 승률 0.6357). LG로선 남은 경기에서 가진 전력 이상의 힘을 짜내야 1위를 넘볼 수 있다는 얘기다.

LG가 남은 경기에서 5승 이하에 그칠 경우에는 SSG가 11경기에서 전패해도 승률 0.5929로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남은 경기에서 다 져도 잔칫집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시나리오가 남아 있는 SSG다. 

다만 최근 팀 분위기만 보면 오히려 LG 쪽이 앞선다. 올 시즌 도련님 야구 전통에서 벗어난 LG는 시즌 막판 피 말리는 순위 싸움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과 벤치 분위기를 유지하며 잘 싸우고 있다. 반면 쫓기는 SSG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페이스 저하 속에 팀 전체가 조급한 모습이다. 전반기 잘 나갈 때의 여유와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키움과 KT의 3위 싸움 경우의 수(표=스포츠춘추)
키움과 KT의 3위 싸움 경우의 수(표=스포츠춘추)

키움과 KT의 3위 싸움도 흥미진진하다.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3위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는 4위는 하늘과 땅 차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3위로 시즌을 마쳐야 조금이라도 휴식과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가을야구를 치를 수 있다.

잔여경기수는 KT가 12경기, 고척돔을 쓰는 키움이 8경기만 남겨둔 상태. 우천취소 경기가 제일 적은 팀 키움은 올해도 띄엄띄엄 잔여경기를 치르면서 타구장 소식에 귀를 쫑긋 세워야 하는 입장이다. 

두 팀 다 무승부가 2차례라는 점이 변수다. 만약  키움과 KT가 나란히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면 승률 0.592로 동률이 된다. 이 경우 시즌 맞대결에서 8승 1무 7패로 근소하게 앞선 키움이 상대전적에 따라 3위가 된다. 마찬가지로 키움이 7승 1패, KT가 11승 1패를 해도 승률이 같아져 키움이 3위다. 정규시즌 맞대결 1경기가 양 팀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셈이다. 

기대승률이 0.502인 키움은 남은 8경기에서 4승을 거둘 수 있는 전력. KT도 기대승률 0.544로 잔여경기 6~7승이 가능한 전력이다. 키움이 전력대로 8경기 4승 4패를 하면 KT는 9승 이상을 거둬야 3위 탈환이 가능하다. 주포 박병호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목표치다. 

NC 전승하면 자력 5강도 가능, 삼성도 전승하면 5강 가능성 생긴다

KIA 김종국 감독(사진=KIA)
KIA 김종국 감독(사진=KIA)

가장 흥미로운 건 5위 싸움이다. 5위 경쟁 역시 1위 싸움처럼 싱겁게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5위 KIA가 6위 그룹을 5경기 이상 큰 승차로 앞서나가면서 5강행을 확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KIA가 최근 연패의 구덩이에 빠진 사이에 NC와 삼성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1일까지 삼성이 9월 월간 11승 6패 승률 0.647(2위), NC가 11승 7패 승률 0.611(3위)를 기록한 반면 KIA는 5승 13패 승률 0.278로 꼴찌다. 

5위 싸움 경우의 수(표=스포츠춘추)
5위 싸움 경우의 수(표=스포츠춘추)

잔여경기 일정만 보면 NC가 상당히 유리하다. 남은 경기 매치업을 고려해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계산하는 ‘리오트 스포츠’의 계산에 따르면, NC는 남은 15경기에서 13승을 거두면 자력으로 5강에 진출하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 반면 KIA는 12경기를 전부 다 이겨야만 자력 5위 가능성이 생긴다. 

또 NC는 남은 15경기에서 14승 이상 거둘 경우, KIA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5강행이 확정된다. KIA가 10승 2패를 기록해도 NC가 12승 이상을 기록하면 승률에서 앞서 5위를 넘볼 수 있다. 다만 NC와 KIA 두 팀 다 잔여경기에서 전승하는 경우의 수는, 오늘부터 열리는 3연전 맞대결을 앞두고 있어 실현 불가능하다. 

한편 5위에 2.5경기차 뒤진 8위 삼성은 남은 12경기를 다 이기면 5강행 가능성이 생긴다. 삼성이 12승을 거두고 KIA가 9승 이하, NC가 11승 이하에 그치면 삼성이 극적인 역전 5강을 이루게 된다.

반면에 남은 경기가 9경기 뿐인 롯데는 이 경기를 전부 이겨야 실낱같은 5강 희망을 살릴 수 있다. 1400만 분의 1 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월드컵 본선 수준으로 경우의 수를 쥐어짜야 롯데의 5강행 가능성이 보인다. 

롯데가 9경기에서 전승하고 KIA가 8승 이하, NC와 삼성이 10승 이하만 하는 시나리오다. 한화에 2연승한 롯데가 남은 경기까지 다 이겨서 11연승을 해야 가능한 시나리오. 참고로 롯데가 마지막으로 11연승 이상을 올린 시즌은 2017년으로, 그해 롯데는 창단 최다 12연승을 달리며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최근 팀 분위기는 논외로 하고, 기대승률로 따져보면 KIA는 12경기 6승 6패가 전력상 기대할 만한 성적이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NC는 9승 이상, 롯데는 7승 이상, 삼성은 9승 이상을 거둬야 조금이라도 5강 불씨를 키울 수 있다. 오늘 창원에서 열리는 KIA-NC의 맞대결, 양현종과 구창모의 에이스 대결을 시작으로 매 경기 피말리는 혈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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