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뒤 2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그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사진=한화)
부임 뒤 2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그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사진=한화)

[스포츠춘추=문학]

날갯짓도 제대로 못한 독수리에겐 우울한 하루였다. 한화 이글스는 9월 22일 문학 SSG 랜더스전 패배로 2022시즌 리그 최하위를 확정했다. 3년 연속 리그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쓴 한화는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탈락을 확정한 채 또 내년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화에 더 암울한 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부임 첫 해인 2021시즌(시즌 49승 12무 83패)보다 더 성적이 좋지 않은 흐름이란 점이다. 시즌 100패 달성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올 정도로 2022시즌 한화는 무기력 그 자체였다. 

시즌 운영의 기본이 되는 외국인 선발진부터 난항을 거듭했다. 재계약을 맺은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낙마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한 예프리 라미레즈와 펠릭스 페냐도 끝내 부상으로 시즌 완주에 실패했다. 

국내 선발진에서도 장민재(30경기 등판 6승 8패 평균자책 3.68)를 제외하고 꾸준한 투구 흐름을 보여준 선수가 없었다. 불펜진에선 윤삼흠의 재발견 정도가 성과지만, 베테랑 정우람의 부상과 부진의 아쉬움과 더불어 리그에서 인상적인 불펜진을 선보인 수준은 아니었다. 

야수진에서도 지난해보다 더 뚜렷히 성장했거나 시즌 내내 꾸준함을 보여준 새 얼굴은 거의 없었다.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타율 0.287/ 12홈런)이 그나마 분전했다. 전반기 좋은 활약상으로 중고 신인왕에 도전했던 김인환은 후반기 들어 기복 있는 흐름으로 타격 부진에 빠졌다. 지난 겨울 내부 FA로 발 빠르게 잡았던 포수 최재훈의 부진(타율 0.214)도 뼈아팠다. 

수베로 감독도 내심 원하는 외부 FA 보강, 뒤늦은 취임 선물 필요할 때

자주 승리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외부 FA 보강은 더 확실한 변화를 택할 수 있는 선택지다(사진=한화)
자주 승리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외부 FA 보강은 더 확실한 변화를 택할 수 있는 선택지다(사진=한화)

수베로 감독의 시선도 일찌감치 2023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9월 22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수베로 감독은 “다가오는 마무리 캠프부터 시작해 내년 스프링캠프까지는 팀을 재정비할 기회다. 선수뿐만 아니라 팀도 꾸준히 성장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순위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싸우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물고 늘어지는 경기를 펼치면서 팀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 걸 팀 캐릭터로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바라봤다. 

수베로 감독 부임 3년 차이자 계약 마지막 해인 2023시즌엔 성적을 내야 한단 압박감이 분명히 있다. 한화 구단도 4년 연속 리그 최하위만은 피하고 싶다. 다만, 현재 팀 전력으로는 순위를 올리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지난 겨울 외부 FA 보강이 없었던 부메랑 효과를 2022시즌 몸소 체험하는 팀이 바로 한화다. 

수베로 감독도 계약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외부 FA 보강을 내심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 특성상 구단에 외부 FA 전력 보강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힘든 게 현실이다. 

주어진 자원으로 매일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외부 FA 보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없더라도 불편과 미련 없이 감독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도 순위 싸움에서 계속 밀려난다면 어느 정도 보강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팀이 점점 좋아지는 상황에서 외부 보강으로 전력이 업그레이드가 된다면 더 좋을 거다.” 수베로 감독의 말이다. 

물론 수베로 감독은 구단과의 협업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나의 일방적인 의견보다 구단 전문가들이 모여서 소통한 뒤 필요 부분에 대해 현실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요구하고 투정을 부리는 것보단 프런트 의견을 경청하고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을 요청하겠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한화는 9월이 아닌 4월부터 무서운 팀이 돼야 한다." 다가오는 겨울 '한화 직무유기'는 멈출 수 있을까

한화 정민철 단장은 다가오는 겨울 외부 FA 보강에 성공할 수 있을까(사진=한화)
한화 정민철 단장은 다가오는 겨울 외부 FA 보강에 성공할 수 있을까(사진=한화)

2023시즌 외국인 투수들을 문제없이 잘 뽑는단 가정 아래 국내 선발진에서 김민우, 장민재, 문동주까지 잘 자리 잡는다면 한화가 마운드에선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 김서현까지 선수 본인이 원하는 불펜에서 빨리 적응한다면 또 다른 마운드 무기가 추가된다.

결국, 문제는 야수진이다. 계산이 서는 중견급 야수를 외부 FA로 보강해야 전력 강화가 이뤄진다. 지난 겨울 ‘빅 네임’ 외야수 FA 자원을 노리고자 했던 한화는 구단 외부적인 요인으로 내부 FA 단속으로 스토브리그를 마무리했다. 다가오는 겨울만큼은 수베로 감독에게 뒤늦은 취임 선물을 해줘야 할 타이밍이다. 만약 이 타이밍마저 놓친다면 야구단으로서 한화는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서 한화 구단은 당장 내년 시즌 외부 보강이 있더라도 5강에 도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전력이다. 그래도 팀 체질 개선과 함께 외부 FA 영입으로 패배로 무기력한 팀 분위기를 바꿔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5강에 도전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9월에만 무서워지는 팀이 아니라 4월부터도 다른 팀들이 까다롭게 느낄 팀이 돼야 한다”라고 바라봤다. 

과연 한화가 팬들이 오랜 기간 소망해온 외부 FA 보강을 다가오는 겨울엔 이룰 수 있을까. 해마다 한화에 반복되는 ‘올해는 다르다’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구단뿐만 아니라 모그룹의 결단도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