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인 내야수 문현빈(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화 신인 내야수 문현빈(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대전]

“문현빈이 우리 차례까지 꼭 돌아왔으면 한다. 행운을 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2023 신인드래프트 전부터 ‘찜’한 내야수가 있다. 수베로 감독은 ‘북일고 내야수 문현빈’이 한화 차례까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카우트 팀에 행운까지 빌어줬다.

스카우트 팀과 감독의 생각이 일치했다. 지명을 앞두고 가진 프리젠테이션 때 정민혁 파트장은 문현빈을 가리키며 ‘반드시 뽑고 싶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이에 수베로 감독도 “나야말로 꼭 뽑았으면 하는 선수”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는 후문이다.

한화의 바람대로 문현빈은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1일부터 신인들과 함께 대전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이제 며칠 안 지났지만 수베로 감독의 평가는 ‘대만족’이다. 3일 대전에서 만난 수베로 감독은 “신인 야수 가운데 문현빈이 단연 돋보인다”면서 “비슷한 또래보다 뛰어난 재능과 야구 머리를 지녔다”고 칭찬했다. 

“프로필은 178cm, 실제로는 173cm” 문현빈에게 작은 키는 컴플렉스가 아니다

마무리캠프에서 훈련하는 문현빈(사진=한화)
마무리캠프에서 훈련하는 문현빈(사진=한화)

2004년생 우투좌타 내야수 문현빈은 대전 유천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충남 온양중에서 김건희(키움 1라운드)와 함께 전국구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고, 천안북일고에서도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했다. 올해 고교 성적은 28경기 110타수 49안타 타율 0.445에 3홈런 31타점 12도루. 공·수·주 못하는 게 없는 만능선수다. 

3일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문현빈은 “고교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잘하는 선배님들이 많아서 재미있고, 배울 점도 많다”면서 “TV나 인터넷으로 보던 선배님들을 실제로 보고 대화도 해보니까 진짜 한화 선수가 된 게 실감났다”고 소감을 말했다.

드래프트 전부터 캠프 합류 이후까지 이어진 수베로 감독의 칭찬에 대해서는 “더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 한화에 지명받았을 때도 예상 못 한 순번에 일찍 뽑혀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좋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필상 문현빈의 키는 178cm. 그런데 “실제 키는 173cm”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야구선수치고 작은 키는 전혀 컴플렉스가 아니다. 그는 “키가 작다고 딱히 어려움을 느낀 것은 없다. 고교 1학년 때까지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계속 야구하다 보니 별문제가 안 되더라. 다른 선수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도 없다. 오히려 잘하면 더 눈에 띄니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키는 작지만 올해 이마트배 홈런상(2홈런)을 받았을 정도로 펀치력이 있다. 이에 관해 문현빈은 “홈런상을 받긴 했지만 홈런을 치려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내 장점은 배트 스피드와 빠른 타구 스피드라고 생각한다. 그 장점을 극대화하면 장타는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면 반력과 중심이동을 신경 쓰며 훈련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카우트와 고교야구 지도자 사이에서 문현빈은 ‘악바리’로 불린다. 과거 한화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한 이정훈(현 두산 2군 감독)과 같은 별명으로 다부지고, 근성있고, 악착같이 야구하는 문현빈에게 딱 어울리는 닉네임이다. 북일고 1년 선배 박찬혁(키움)은 문현빈을 ‘돌멩이’라고 부른다. “작고 단단해서 돌멩이 같다고 찬혁이 형이 지어준 별명”이라고 한다.

‘악바리’라는 별명에 대해 문현빈은 “승부욕이 강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티를 안 내고 싶은데 중계방송을 보면 티가 많이 나는 것 같더라. 너무 기분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단점이라 생각했는데, 스카우트나 야구 관계자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작고 다부진 몸으로 독종처럼 야구하는 모습에서 정근우가 연상된다는 평가도 있다. 정근우 역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화에서 활약한 대선배. 문현빈은 “‘최강야구’ 하면서 정근우 선배님을 실제로 뵈었는데 먼저 다가와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수비할 때도 조언을 해주셨고, 타격도 지적해 주셨는데 그 말씀대로 했더니 정말 잘 맞았다”고 당시 만남을 떠올렸다.

야구 스타일은 이정훈, 정근우가 연상되지만 정작 문현빈이 롤모델로 삼은 선수는 따로 있다. 프로야구 레전드 강타자 양준혁(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문현빈이 본보기로 삼는 선수다. 그는 양준혁의 통산 0.316의 타율이나 351홈런 같은 대기록이 아닌 다른 면에 주목했다. 

그는 “양준혁 선배님이 은퇴식 마지막 타석애서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며 “말로는 전력질주한다고 해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는 어렵다. 그걸 은퇴할 때까지 계속했다는 게 대단했다. 선배님처럼 점수나 상황에 관계없이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 전력질주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한화 우승이 목표, 한화 프랜차이즈 선수가 되고 싶다”

한화에 함께 입단하게 된 문현빈과 김서현, 그리고 내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후보 황준서(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한화에 함께 입단하게 된 문현빈과 김서현, 그리고 내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후보 황준서(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문현빈의 주 포지션은 2루수지만 “유격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한화 스카우트 팀의 평가다. 문현빈은 “3루수를 포함해 내야는 다 소화했다. 2루를 주로 맡은 건 같은 유격수 포지션에 김민준이 있어서다. 2학년 때는 중견수도 봤다”며 모든 포지션이 다 자신있다고 어필했다. 

2루에 정은원, 유격수에 하주석이라는 주전 선수가 있는 한화에서 멀티 포지션은 빠르게 1군 기회를 얻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경쟁이 사라지고 정체된 느낌을 주는 한화 내야진에 문현빈의 등장이 자극제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에 관해 문현빈은 “잘하는 선배들이 계시니까 항상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백업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지난 9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경험도 문현빈에게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가서 잘할 줄 알았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150km/h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많더라. 프로에 가면 그만큼 빠른 공을 쳐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에서 상대해 보고 싶은 선수로는 LG 강속구 마무리 고우석을 언급했다. “정말 치기 어려워 보였다. TV로 볼 때마다 한번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북일고를 이마트배 정상으로 이끈 문현빈은 프로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한화 우승”을 첫손에 꼽았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대전에서 나고 자라 이정훈처럼 악착같이, 정근우처럼 간절하게 야구하는 문현빈에게 더없이 잘 어울리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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