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인천]
2월 23일 인천 삼산월드실내체육관은 축제 그 자체였다. 최근 리그 1위에 등극한 흥국생명의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다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명장 아본 단지 감독의 데뷔전이기도 했다. 경기 결과도 완벽했다.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 2세트를 내리 잡은 흥국생명은 3세트 후반 끈질긴 추격과 듀스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날 흥국생명은 옐레나가 24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으로 활약했다. 이어 김연경이 18득점, 이주아가 블로킹 5개를 포함한 9득점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최근 3연승과 함께 5라운드를 마무리한 흥국생명은 시즌 23승 7패(승점 69)로 2위 현대건설(승점 62)과 격차를 더 벌렸다.
데뷔전에서 열정적인 제스처와 함께 디테일한 작전 지시로 주목받은 아본 단자 감독은 “팀이 주는 에너지가 좋았다. 3세트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부분도 내 배구를 보여주기 위한 좋은 초석이 될 거다. 주장 김미연이 교체 투입돼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세계 최고 선수인 김연경도 좋았지만 리베로 김해란도 정말 훌륭했다. 홈 팬들의 응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라며 만족했다.
최근 쏟아진 김연경 현역 은퇴설, 아본 단자 감독과 선수 본인은 말 아꼈다
세계적인 명장답게 여유도 넘쳤다. 아본 단자 감독은 “데뷔전이라 최대한 침착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오늘보다 더 큰 동작의 세리모니를 하는 스타일이다. 점프하기도 한다. 이게 내 성격이라 양해를 부탁드린다(웃음).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한국 음식이 맛있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파스타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탈리아인에게 파스타로 만족감을 주긴 어렵다(웃음). 데뷔전 승리 기념 저녁은 와인과 고기로 대신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사실 이날 아본 단자 감독 데뷔전만큼이나 주목받은 건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최근 시즌 뒤 현역 은퇴 가능성에 대한 소문에 휩싸였다. 아본 단자 감독에게도 김연경 은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아본 단자 감독은 “오늘 같이 데뷔전 승리를 거둔 날엔 좋은 얘기만 하고 싶다. (김연경 은퇴 관련 질문에는) 말을 아끼겠다”라고 잘라 말했다.
은퇴 소문 당사자인 김연경도 취재진 앞에 섰다. 먼저 김연경은 “아본 단자 감독님 데뷔전에서 승리해 승점 3점을 얻어 기분이 좋았다. 튀르키예에서 느꼈지만, 유럽 지도자답게 열정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하시다. 시즌 막판에 오셔서 많은 걸 바꾸기보단 서브, 블로킹, 수비 등 기본적인 걸 강조하시고 포지션을 잘 잡아주신다. 훈련 때도 분위기가 좋았다. 아무래도 디테일한 면이 더 강하기에 훈련에서부터 더 집중해야 한다”라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제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하기에 현역 은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현역 은퇴 가능성과 관련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김연경은 “최근 (은퇴)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오늘은 그런 얘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올 시즌 팀 우승으로 잘 마무리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경 '라스트댄스'? 팀 우승과 함께 현역 은퇴, 그리고 IOC 선수위원 도전할까
하지만, 힌트는 조금 남겼다. 김연경은 다가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 가능성을 열었다. 현 유승민 선수위원 후임으로 사격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 진종오와 김연경이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김연경이 올 시즌 뒤 현역 은퇴를 택한다면 IOC 선수위원 추천을 두고 진종오와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IOC 선수위원은 IOC와 현역 선수 사이의 연계 역할을 맡는다. IOC에서 개최지와 정식 종목 투표권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적 IOC 위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선수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둘뿐이다.
김연경은 “진종오 선수께서 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단 걸 알고 있었다. 나도 어느 정도 생각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어떻게 하겠다고 완전히 말씀 못 드리지만, 그런 부분(IOC 선수위원 도전)을 고려하고 있는 건 맞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물론 현역 은퇴와 IOC 선수위원 도전에 앞서 더 중요한 건 팀 우승이다. 우승 트로피와 함께 정상에서 현역 은퇴를 택하는 게 이상적인 그림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라스트댄스’가 멋지게 마무리된다면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그림도 더 빛날 수 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김연경 선수가 배구선수로서 정상 위치에서 은퇴를 택하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것으로 들었다. 선수 생활의 시작과 끝을 같은 팀에서 우승과 함께 마무리하고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인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흥국생명은 2위와 승점을 7점 차로 벌린 뒤 최종 라운드를 맞이한다. 김연경의 가장 큰 목표인 팀 우승을 시즌 최종전인 현대건설전에 앞서 확정한다면 보다 더 마음 편하게 챔피언 결정전을 준비할 수 있다.
김연경은 “아직 우승이 결정 된 아니다. 우승 확정 때까지 이길 수 있을 만큼 이겨야 한다. 그래서 오늘 경기 승리가 정말 중요했다. 2위 현대건설과 맞대결이 공교롭게도 시즌 최종전이더라. 그 맞대결 전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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