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복귀’ 구자철, 제주는 ‘형님 리더십’ 기대한다 [이근승의 킥앤러시]

-제주 유나이티드 역대 최고 선수 구자철, K리그 복귀가 다가오고 있다 -“구자철, U-20 대표팀 시절부터 개성 뚜렷한 선수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리더십 있던 선수” -“구자철은 이청용, 기성용 못지않은 한국 축구 스타 중의 스타” -“구자철의 제주 복귀, 모기업이 선수 구성 마무리한 구단에 큰 도움 준 것으로 안다”

2022-03-02     이근승 기자
구자철이 제주 유나이티드로 돌아왔다(사진=스포츠춘추, 제주 유나이티드)

[스포츠춘추]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U-20 월드컵.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U-20 대표팀은 카메룬(0-2), 독일(1-1), 미국(3-0)과 속한 조별리그를 뚫고 16강에 올랐다. 

16강전 상대는 남아메리카의 다크호스 파라과이. 한국은 2009년 10월 5일 파라과이를 3-0으로 잡아내며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U-20 월드컵 8강에 오른 건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1991년 포르투갈 U-20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U-20 월드컵의 전신) 이후 처음이었다. 9차례 도전 끝 이룬 성과였다. 한국은 1991년 대회 이후 2007 캐나다 U-20 월드컵까지 8차례 U-20 월드컵에서 딱 한 번 16강에 진출한 팀이었다. 

한국은 2009 U-20 월드컵 8강 가나와의 대결에서 2-3으로 패했다. 축구계에서 한국을 비판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졌지만 잘 싸운 선수들에게 찬사가 끊이질 않았다. 

구자철이 이름을 알린 건 이 대회였다. 구자철은 주장 완장을 차고 본선 5경기에서 1골을 기록했다. 그는 한국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엔 안정감을 공격엔 날카로움을 더했다.

당시 U-20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천안시축구단 김태영 감독은 “구자철, 김영권, 홍정호 김보경, 김민우 등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가 많았다”“특히나 구자철은 개성 뚜렷한 선수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리더십을 갖춘 선수였다”고 말했다. 

“구자철을 중심으로 뭉친 선수들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들을 만나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았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건 이 대회가 유일하다. 선수로 4강 신화를 일군 2002 한-일 월드컵 못지않은 감동을 느꼈다.” 김 감독의 얘기다.  


구자철의 U-20 월드컵, 레전드 탄생의 예고편이었다

2009 U-20 월드컵(8강), 2010 아시아경기대회(3위), 2012 올림픽(3위), 두 차례 월드컵(2014·2018)을 경험한 구자철(사진=대한축구협회)

구자철의 재능은 2009 U-20 월드컵 전부터 남달랐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그의 나이 17살 때다. 

구자철은 2007시즌 K리그(승강제 도입 이전) 16경기에서 1골 2도움을 올렸다. 2008년 2월 17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중국전에선 A매치에 데뷔했다. 구자철은 기성용, 이청용 못지않은 재능 중의 재능이었다. 

구자철은 2009 U-20 월드컵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9시즌 K리그 28경기에서 2골 4도움을 올렸다. 기성용, 김정우 등과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펼치며 5골 12도움(30경기)을 올렸다. 그해 구자철은 도움왕, 베스트 11, 팬이 뽑은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판타스틱 플레이어 상을 받았다. 구자철의 활약에 힘입은 제주는 K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구자철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명단 탈락의 아픔을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구자철은 이후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2011 카타르 아시안컵, 2012 런던 올림픽 등에서 핵심 선수로 맹활약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선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득점왕(5골)을 차지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선 한국의 최초 동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구자철은 두 차례 월드컵(2014·2018)도 경험했다. 

A매치 76경기에 출전해 19골을 터뜨린 구자철(사진=대한축구협회)

구자철은 세계 최고 선수가 즐비한 유럽 리그도 경험했다. 그는 2010-2011시즌 겨울 이적 시장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Vfl 볼프스부르크로 향했다. 2011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이 유럽 진출로 이어졌다. 구자철은 FC 아우크스부르크, FSV 마인츠 05 등에 몸담으며 2018-2019시즌까지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을 이어갔다. 유럽 통산 기록은 231경기 출전 31골 19도움. 

구자철은 2018-2019시즌을 마친 뒤 카타르 프로축구 1부 리그 알 가라파 SC, 알 코르 SC 등에서 뛰었다. 

MBC 스포츠플러스 이상윤 해설위원은 “2020시즌 축구계 최대 이슈는 이청용, 기성용의 K리그 복귀였다”“이들이 K리그에 돌아온 것만으로 많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스타 선수의 복귀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어린 선수들은 유럽 무대 경험이 풍부한 이와 생활하면서 경기 준비 과정,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생활 등을 보고 배운다. 훈련장에서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기도 모르게 성장하기도 한다. 구자철은 이청용, 기성용 못지않은 스타 중의 스타다. K리그로 돌아오는 것만으로 큰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위원의 말이다. 


K리그1 정상 도전 선언 제주, 구자철이 돌아왔다 

제주 유나이티드엔 2021시즌 K리그1 득점왕 주민규(사진 맨 왼쪽)를 비롯해 K리그1 정상급 선수가 즐비하다(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구자철이 제주 유나이티드로 돌아왔다. 구자철은 2월 24일 한국에 입국해 자가격리 중이다. 

구자철의 복귀는 시간문제였다. 구자철은 11년 전 분데스리가로 나아갈 때 “언젠가 K리그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청용, 기성용이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K리그로 돌아왔을 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는 구자철과 꾸준한 교감을 이어왔다. 그러나 2022시즌 복귀는 예상하지 못했다. 구자철은 애초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현지에서 지켜본 뒤 K리그 복귀를 고려할 계획이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구자철의 제주 복귀는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제주는 구자철의 복귀를 생각하지 않고 2022시즌 선수단 구성을 마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구자철은 제주가 배출한 역대 최고의 선수다. 그런 구자철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복귀 의사를 전했다. 제주는 급히 구자철의 복귀 작업을 진행했다. 모기업에서 추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제주는 2022시즌 정상 도전을 목표로 잡았다.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최우수선수(MVP) 윤빛가람, ‘K-캉테’ 최영준, 스웨덴 특급 조나탄 링, U-23 축구 대표팀 출신 수문장 김동준,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 이지솔 등을 영입했다. 2021시즌 K리그1 득점왕 주민규, K리그1 적응을 마친 제르소, K리그1 정상급 측면 자원으로 평가받는 정우재, 안현범 등도 건재하다. 

여기에 구자철이 합류한다. 제주 남기일 감독은 “아직 구자철을 만나진 못했다”“자가격리 중”이라고 전했다. 

“구자철이다. 구자철은 2009 U-20 월드컵, 2012 런던 올림픽, 2014 브라질 월드컵 등에서 주장 완장을 찼다.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유럽 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며 경험을 쌓은 선수이기도 하다. 이런 선수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팀이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 감독의 말이다. 

구자철은 리더십만 갖춘 선수가 아니다. 처진 스트라이커, 플레이메이커,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구자철이 당장 경기에 투입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구자철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경기 감각을 회복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분명한 건 컨디션을 회복한 구자철은 제주의 K리그1 정상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란 사실이다. 

2010시즌을 마치고 K리그를 떠났던 구자철의 복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