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한일전 추진·MZ세대 끌어안기, ‘허구연표’ KBO 혁신 방향 나온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허구연 해설위원, 최초 야구인 출신 KBO 총재 추대 -팬 퍼스트 강조한 허구연 위원 "MZ세대 등 젊은 층을 야구장으로 끌어올 진지한 고민 필요" -정기적인 국가대표 한일전 개최도 추진 전망 "전국구 스타 탄생 절실하다."

2022-03-16     김근한 기자
KBO 총재로 추대된 허구연 해설위원은 국가대표 한일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자는 아이디어를 꺼냈다(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KBO리그는 2022년 창설 40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는 마냥 축하의 자리보단 위기의 검증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깊게 침체된 야구 인기의 반등이 가능할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곧 KBO 총재로 추대될 허구연 해설위원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3월 11일 열린 KBO 이사회에서 10개 구단은 허구연 위원을 제24대 KBO 총재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구단주 총회 절차가 남은 가운데 첫 야구인 출신 총재이자 최초의 야구 전문가 총재 탄생이 사실상 확정됐다. 

허구연 위원은 스포츠춘추에 “나는 정치인이나 경제인 출신이 아니라 야구인이다. 여러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만큼 거절할 건 거절하고, 필요한 부분은 어필해서 얻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총재가 된다면 사심 없이, 어디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껏 일하려고 노력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허구연 위원의 제안 "MZ세대 끌어 안기 위한 청년위원회 신설하자."

허구연 위원은 야구장을 다시 가득 채우기 위해선 MZ세대 끌어안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스포츠춘추)

허구연 위원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바로 야구 인기 되살리기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팬 층 유입이 절실하다. 최근 소위 말하는 ‘MZ세대’를 야구장으로 이끌어 와야 야구 인기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 10대 후반, 20대, 30대 등 야구와는 다소 멀어진 세대의 마음을 끌어 잡기가 허 위원의 최대 고민이다. 

허 위원은 “지금까지 KBO가 ‘MZ세대’를 야구장으로 끌어 오기 위한 제대로 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리그 창설 40주년을 맞이해 보다 더 젊은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데려올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활용하는 유튜브에 야구 영상이 못 올라가고 ‘짤’도 올리면 안 된다는 논란까지 일어나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뉴미디어 쪽으로 구단들이 결정한 정책들을 보면 미래 예측에 실패했다고 본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허 위원은 KBO 산하 위원회 가운데 가칭 청년위원회를 신설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KBO에 반영하고 싶단 아이디어를 꺼냈다. 

허 위원은 “10대, 20대, 3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청년위원회를 KBO 산하 위원회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그런 위원회를 만들어서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그걸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 팬, 청년 팬, 기자, 전문가 등 젊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드는 방향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룰 변경 등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도 젊은 세대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제안했다. 

"크게 깨지더라도 자기반성 위해선 붙어봐야 한다." 정기적인 한일전 추진 강조한 허구연 위원  

허구연 위원은 정기적인 국가대표팀 한일전 개최라는 아이디어를 꺼냈다(사진=스포츠춘추)

허구연 위원이 또 하나 제안하는 건 국가대표 한일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자는 아이디어였다. 국가대표팀 경기 활성화를 통해 야구 인기를 끌어 올리는 동시에 전국구 스타 탄생을 노리자는 의미였다. 

허 위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야구계는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국가대표팀 브랜드를 앞세워 도쿄올림픽 금메달까지 큰 성공을 거뒀다. 지금 일본 대표팀은 시범경기 기간에 타이완 대표팀과 맞대결을 하는데 우리 대표팀과 하자고 하면 더 좋아할 것으로 생각한다. 봄이든 가을이든 우리도 대표팀 상비군을 만들어 일본 대표팀과 정기 국가대항전을 치르면 분명히 야구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위원은 일본 대표팀과 맞붙어 크게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흥행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단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고, 맞붙는 경기 자체도 얼마 없었다. 그 결과 전국구 스타가 나오기 힘들었다. 야구대표팀의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6년 후(2028 LA 올림픽)를 바라봐야 한다. 일본 대표팀과 맞붙어서 크게 깨지더라도 거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느끼는 바가 클 거다. 우물 안에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보단 수준 차를 느껴봐야 자각하지 않겠나. 과거 1990년대 초반 한일 슈퍼게임을 통해 한국야구가 굉장히 자기반성을 크게 한 기억이 있다. 지는 걸 두려워한다면 계속 그 자리에서만 맴돌 수밖에 없다.” 허 위원의 지적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일구회,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은 최근 허구연 총재 추대를 지지한단 공동 서명을 발표했다. 허 위원은 총재 추대 소식 이후 정치권을 망라한 여러 관계자들과 만나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제안을 건네고 있다. 현장 야구인의 목소리를 누구보다도 더 새겨들으면서 항상 발로 뛰는 총재가 되겠단 생각을 몸소 보여주겠단 게 허 위원의 각오다. 

“총재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문제가 생긴 대전 신축구장 문제도 지자체 관계자와 직접 만나 풀어야 한다. 또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념행사를 하자는 아이디어로 정치권으로 건넸다. 단순히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 종목 우승팀을 모두 초청하자는 의미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그림이 최근 침체된 프로스포츠계에 큰 힘이 될 거다. 남은 2년 동안 직접 발로 뛰면서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이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