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민 법률 대리인 자청한 ‘재벌 저승사자’…“조만간 법정에서 진실 말할 순간 올 것” [춘추 인터뷰]
-고 고유민 유족, 법률 대리인 보강.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선웅 변호사 합류 -“고 선수 어머니의 딱한 소식 듣고 법률 대리인 자청” -프로야구선수협 사무총장 시절 선수 권익 보호에 앞장 섰던 경험 -“형사적으로 여러 불법적 행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면 민사소송 통해 밝혀야” -“외롭지 않은 싸움될 듯. 조만간 법정에서 진실을 말해야할 순간 올 것"
[스포츠춘추]
여자배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선수 고 고유민의 유족이 법률 대리인을 보강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총장 출신의 김선웅(법무법인 지암)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경제계에서 ‘재벌 저승사자’로 불린 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과 ‘좋은 기업지배구조 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대기업의 탈법, 불법행위, 회계 부정 등을 감시했다.
2012년 선수협과 인연을 맺은 뒤엔 ‘재벌 저승사자’에서 ‘선수 권익 수호자’로 변신했다. 애초 선수협 법률 대리인으로 야구계에 발을 담갔던 김 변호사는 이후 선수협 사무국장, 사무총장을 차례로 맡으면서 FA 자격 취득 연한 축소, FA 등급제, 최저 연봉 인상, 부상제 제도 도입 등을 이끌어냈다.
2020년 선수협 사무총장을 그만두고 다시 법조계로 돌아온 이후엔 ‘스포츠 전문 변호사’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변호사가 고 선수 유족 법률 대리인에 합류한 건 최근이다. 13일 고 선수의 어머니 권미정 씨는 스포츠춘추에 “얼마 전 김 변호사가 ‘고유민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와 직접 만났을 때 유족에게 단순히 용기가 되는 말만 하고 가실 줄 알았다. 그런데 ‘기존 법률 대리인을 도와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유민이가 왜 세상을 등져야 했고, 누가 유민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그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사과 한마디 없는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게 너무 힘들어 '유민이를 따라갈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김 변호사님을 만나 큰 용기를 얻었다.” 권 씨의 얘기다.
과거 ‘재벌 저승사자’에서, 지금은 ‘스포츠 전문 변호사’로, 그리고 이제 '고유민 법률 대리인'이 된 김 변호사로부터 고 선수 사건 관련 향후 계획을 들었다.
“조만간 법정에서 진실을 말해야 하는 순간 올 것…앞으로의 싸움은 외롭지 않을 거다”
고 고유민 선수 유족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미 활동하고 있다. 고 선수 어머니의 딱한 사정을 기사로 보고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 법률 대리인을 맡겠다고 했다.
선수협 사무총장을 그만둔 뒤에도 스포츠와 관련해선 여러 공익적 변론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안다.
그러고 싶어서 25년 전 사법고시(사법연수원 29기)에 붙은 거다.
2021년 5월 서울중앙지검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박동욱 전 구단주의 사기, 업무방해, 사자명예훼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유족은 “명백한 증거가 많은데도 수사기관이 대기업 회장의 눈치를 봤다”고 분개했는데.
앞선 고소는 다른 법률 대리인이 하신 거다. 그분이 최선을 다해 진행했다. 아쉬운 건 고 선수 죽음과 관련해 현대건설 배구단 소속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에서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다른 스포츠 사건도 그렇지만, 수사기관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증언자들을 적극 보호하지 않는 이상 실체적 사실을 밝힐 구체적 증언이 나오길 기대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대기업을 상대론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한 것으로 안다.
재정신청을 했다가 기각돼 대법원에 즉시항고한 상태다. 수사기관이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계약 구조나 규약 등을 잘못 이해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특히나 고유민 선수 죽음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임의탈퇴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그 중요성을 너무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게 불기소 처분의 직접적 이유가 됐다는 생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스포츠계에선 “대기업 구단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일반화해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복잡한 사건이라든가 전문가 영역에서 볼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기관이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제 민사소송을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조언하는 법조 관계자들이 있다.
고 선수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여러 불법적 행위를 형사적으로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밝힐 수 있을 거다. 민사소송을 하게 되면 직장(팀) 내 괴롭힘이라든가 고 선수에게 트레이드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일방적으로 임의탈퇴 처리한 일과 관련해 여러 사람이 나와 증언할 수밖에 없을 거다.
유족이 2년이 넘도록 민사소송에 돌입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형사고소를 통해 일단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자식 먼저 보낸 대부분의 부모가 그러지 않겠나.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엔 정서상 '민사소송'하면 '금전'을 떠올리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 분위기를 악의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범죄를 가리고, 상대를 공격하는 기회로 삼는 이들이 무척 많다. 고 선수가 왜 죽어야 했는지, 누가 죽음으로 이끌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민사소송에 들어가면 누군가 그런 식의 저열한 공격을 할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대기업의 불법, 탈법행위를 감시해왔다. 고 고유민 사건의 경우 여성단체, 스포츠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들과 연대가 필요하단 지적이 있다. 특히나 현대건설이 중대재해 등 노동자의 생명권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회사라, 더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도움 받을 생각이다. 유족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겠다. 앞으로의 싸움은 외롭지 않게 진행될 거다. 조만간 법정에서 진실을 말해야할 순간이 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