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 찬사로’ 박해민 “3할 타율? 144G 건강히 완주가 내 몸값 증명하는 길” [춘추 인터뷰]

-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 이적 첫 해부터 공·수·주 맹활약 보여줘 -“원래 4월에 부진했지만 불안함도 있었어…이 정도로 타격감 올라올 줄 몰랐다.” -“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 있단 자신감 느껴, 잠실구장에서 수비 장점 더 잘 보여줄 수 있다.” -“시즌 3할 타율 욕심 없다, 144경기 건강히 완주하는 게 내 몸값 증명하는 길”

2022-08-18     김근한 기자
LG 외야수 박해민은 이적 첫 해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4월이 지날 때만 해도 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은 LG 팬들의 의심을 가득 사고 있었다. 4월 극심한 타격 부진에 ‘FA 이적 첫 해’를 보내는 박해민에게 향한 비판과 비난의 화살이 거셌다. 

하지만, 시즌 100경기를 넘어가고 8월이 된 시점에서 박해민을 향한 팬들의 목소리는 의심이 아닌 찬사로 바뀌었다. 8월 17일 기준으로 박해민은 시즌 10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 121안타/ 2홈런/ 36타점/ 74득점/ 21도루/ 출루율 0.366로 테이블 세터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 중인 까닭이다. 

이제 LG 팬들은 2022시즌 최고의 영입으로 박해민을 꼽는다. 잠실 중원을 누비며 결정적인 호수비를 보여주는 박해민이 없다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다. 호수비는 ‘기본 값’에 타격까지 커리어 하이에 도달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144경기 건강히 완주해 자신의 몸값을 증명하겠단 박해민의 각오를 스포츠춘추가 직접 들어봤다. 

해마다 찾아오는 박해민의 4월 보릿고개 "올 시즌엔 사실 불안했다."

4월 부진을 딛고 5월부터 완벽한 타격 반등에 성공한 박해민(사진=LG)

어느덧 LG 이적 첫 시즌도 100경기를 넘어섰습니다. 본인 활약상에 대한 셀프 평가를 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데 아직까지 제 점수를 매기는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남은 경기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144경기를 완주하고 포스트시즌까지 잘 치른 뒤에야 제 점수를 매기고 싶네요. 

4월 타격 부진(타율 0.183)을 극복하고 5월부터 놀라운 타격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 시절부터 비슷한 패턴이었기에 걱정은 없었을 듯싶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올 시즌엔 불안했습니다. 삼성에 있을 때는 해마다 비슷한 흐름이니까 후반기에 올라올 수 있단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올 시즌엔 팀 환경이 바뀌었으니까 예전처럼 반등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긴 했습니다. 4월 안 좋았던 흐름 그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타격 페이스가 엄청나게 올라올 줄은 예상 못 했어요.

타격 자세에 크게 손을 댄 건 아닌 것으로 압니다.

2020년 이후로 제 타격 자세에 손을 전혀 안 대고 있습니다. 팀이 바뀌었다고 제 타격 어프로치를 바꿔야겠단 생각도 전혀 없었고요. 지금 정립한 타격 자세가 저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스윙할 때 움직임이 가장 적은 자세라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마음에 듭니다.

스트라이크 존 변화에도 여파가 전혀 안 느껴집니다.

지난해보다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 넓어졌지만, 시즌 개막 전에 심판진이 설명해주시는 것만큼 크게 늘어난 건 아니라고 느낍니다. 타자들에게 많이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또 제가 선구안이 좋은 스타일이 아닌 데다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예민하지 않은 스타일이라 크게 신경 쓰이는 건 없었던 듯싶어요.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기록은 친정 팀 상대 기록입니다. 삼성을 상대로 타율 0.410/ 25안타/ 1홈런/ 8타점/ 14득점으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전혀 친정 팀이라고 의식하는 게 아닌데 성적은 가장 잘 나오더라고요(웃음). 오랫동안 알던 선수들이니까 맞대결이 더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성적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옛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반갑고 재밌고 그렇거든요.

잠실 중원 마음껏 누비는 '중견수' 박해민의 가치 "야구장이 넓으니까 내 장점 잘 보여줄 수 있다." 

박해민은 기존 LG에 없는 플레이 스타일로 새로운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다(사진=LG)

2022시즌 LG 팀 타격 성적(팀 타율 1위·팀 홈런 1위·팀 장타율 1위)이 대단합니다. 초구든 2구든 적극적으로 치라는 이호준 타격코치의 주문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초구를 쳐서 죽는다고 압박을 주시는 게 아니니까 타자들 관점에선 더 편안하게 자기 공에 확신을 느끼고 스윙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공을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과정이 줄어드니까 전반적으로 팀 공격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물론 타격은 사이클이 있으니까 누군가 부진하면 다른 누군가 메워주는 게 중요하죠. 시즌 끝까지 서로 보완해주면서 이 상승세를 잘 유지했으면 합니다. 

경기 초반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역전승(5회 이전 리드를 빼앗긴 경기에서 승률 2위·9승 27패)이 많이 나오는 것도 팀 타선의 힘이 커 보입니다.

확실히 타자들끼리 그런 걸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 시즌엔 지고 있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 그런 힘이 느껴져요. 경기 초반 1~2점 뒤지는 건 충분히 뒤집는단 자신감을 서로 느끼는 거죠. 

‘본업’인 수비 얘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잠실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해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확실히 외야가 크다 보니까 제 장점을 더 잘 보여드릴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만난 동료 외야수들과 호흡을 처음엔 걱정했는데 이제 경기를 많이 치르다 보니까 제 수비 범위를 어느 정도 잘 인지하더라고요(웃음). 호수비를 할 때마다 짜릿한 감정을 느끼는데 LG 팬들께서도 이제 상대 선수가 아닌 우리 선수로 보시니까 더 좋아하시는 게 느껴지고요. 

‘박해민 정말 잘 사왔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우선 올 시즌은 그런 분위기지만, 남은 3시즌 동안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엔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는 걸 걱정했는데 팀 동료들도 잘 도와주고 팬들께서도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또 평생 한 구단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구단의 문화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뜻깊죠. 야구를 그만둔 뒤에도 지금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시즌 타율 3할? 144경기 건강히 완주하는 게 내 몸값 증명하는 길"

박해민(사진 왼쪽)은 가장 눈에 들어오는 후배로 문성주(사진 가운데)를 꼽았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LG 야수 후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누군지 궁금합니다. 

야수 후배들이 가진 능력이나 받는 출전 기회를 보니까 어릴 때 저도 생각나고 정말 부럽더라고요. (김)현수 형이 항상 하는 얘기지만, 간절하게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조금은 더 필요하다고 보고요. 그런 면에서 (문)성주가 정말 노력하는 선수라고 꼽을 수 있을 듯싶습니다. 

문성주 선수는 김현수 선수도 엄청나게 칭찬을 하더군요.

노력뿐만 아니라 선배들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성주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처음엔 타격에만 집중했다면 제가 수비와 주루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해주니까 그런 부분도 점점 더 발전하더라고요. 형들이 예뻐할 수밖에 없는 선수죠. 많은 노력은 기본이고 형들이 하는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자기 걸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니까요.

후반기 남은 경기 동안 박해민이 보여주고 싶은 가치는 무엇입니까. 

다른 것보단 다치지 않고 144경기를 건강히 완주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제 몸값을 증명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요. 무더위에 2연전 일정까지 시작했지만, 전혀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144경기를 뛰고 싶고 144경기를 뛰어야 하는 선수니까요. 나중에 나이 들어선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잖아요. 나갈 수 있을 때 1경기라도 더 뛰어야죠.

2016시즌(타율 0.300) 이후 두 번째 시즌 타율 3할 달성도 욕심 날 법한 기록입니다. 

물론 제가 이적 첫 해 시즌 타율 3할이 된다면 좋겠지만, 원래 타율 3할을 기록하던 타자도 아니고요. 제가 3할 타자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타율을 신경 쓰다보면 타석에서 숫자를 떠올리면서 머릿속이 더 복잡해져요.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제 박해민 선수에게 찬사를 보내는 LG 팬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까. 

LG 팬들께서 정말 많이 환영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행복합니다. 삼성 시절에도 그랬지만, 어디에서든 항상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정말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이적 첫 해인데도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후반기에서 1승이라도 더 하는 게 가장 큰 목표고요. 개인 성적보단 팀 성적으로 LG 팬들에게 만족감을 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