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가는 선두 SSG, 잊지 말아야 할 18년의 환희·19년의 악몽 [춘추 이슈분석]

압도적인 선두 SSG 랜더스에 조금씩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상 정규시즌 우승 도전 팀에 찾아오는 후반기 막판 위기일까. 2018년의 환희와 2019년의 악몽을 잊지 말아야 할 SSG다.

2022-08-19     김근한 기자
SSG가 '에이스' 폰트를 앞세웠던 2위 LG와의 맞대결에서 패하면서 7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사진=SSG)

[스포츠춘추=문학]

선두 SSG 랜더스가 2위 LG 트윈스에 추격의 불씨를 내줬다. “(선두를 따라잡을) 첫 번째 기회”라고 강조한 LG 류지현 감독의 바람대로 LG는 홈런 네 방을 앞세워 SSG 마운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SSG는 8월 18일 문학 LG전에서 ‘에이스’ 윌머 폰트가 무너지면서 4대 8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2연패에 빠진 SSG는 2위 LG의 7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여전히 선두 자리를 안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받은 SSG의 하루였다.

승리 보증 수표 폰트·김광현 흔들리자 SSG 타격·수비도 불안해졌다

최근 10경기 타율 0.211로 하락세인 유격수 박성한의 체력 저하가 우려스러운 분위기다(사진=SSG)

8월 들어 SSG의 가장 큰 아쉬운 요소는 폰트와 김광현 ‘원투 펀치’가 등판한 6경기에서 1승 5패를 기록했단 점이다. 전반기 승리 보증 수표였던 두 투수의 선발 등판 경기 승률이 떨어지는 흐름은 후반기 막판 SSG에 큰 비상 신호다. 특히 폰트의 경우 2경기 연속 대량 실점(7실점→6실점)으로 우려를 자아낸다. 

SSG 김원형 감독은 8월 18일 문학 LG전을 앞두고 “지금 시기 정도엔 선발 투수들이 지칠 때가 됐다. 김광현도 그렇고 폰트도 그렇다. 특히 폰트는 리그에서 가장 많이 공을 던진 선발 투수들 가운데 한 명이다. 체력적으로 떨어지면서 잠시 흔들리는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모든 경기를 다 잘 던질 수는 없다. 오늘은 달라진 투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기대와는 다르게 폰트는 2경기 연속 피홈런 허용과 더불어 매우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였다. 2022시즌 SSG 호성적의 기반인 선발진 ‘원투 펀치’가 흔들린다면 그 여파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선발 투수들도 불안 요소는 분명히 있다. 전반기 맹활약한 투수 이태양이 후반기 들어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가 재조정 기간을 보내고 있다. 시즌 중반 합류한 션 모리만도와 기복이 있는 오원석, 그리고 팔꿈치 수술로 긴 재활에서 막 돌아온 박종훈에게도 아직까지 폰트와 김광현만큼 안정화 된 투구를 기대하긴 어렵다. 

타격과 수비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균열이 느껴지는 분위기다. 외국인 타자 후안 라가레스는 타석에서 전혀 파괴력 있는 타구를 못 만들고 있다. 좌익수 수비도 ‘골드글러브 출신’으로 받았던 기대치를 생각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는 내야수 최주환도 8월 18일 경기에서 1회 초 흔들린 2루 송구로 병살타성 타구를 병살타로 못 만드는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사실상 제대로 된 휴식 없이 유격수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박성한도 이날 타격과 수비에서 지친 흐름을 보여줬다. 포수 이재원의 크게 빗나간 2루 송구도 불안감을 자아냈다. 타격과 수비 집중력에서 2위 LG에 완패한 장면을 보여줬기에 SSG는 더 큰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2018년의 환희·2019년의 악몽, 모두 잊지 말아야 할 SSG

2018년의 환희와 2019년의 악몽을 되돌아봐야 하는 SSG 벤치(사진=SSG)

이렇게 점점 지쳐가는 SSG는 2018년의 환희와 2019년의 악몽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저 2019년 후반기 막판까지 선두를 굳건히 지켰던 SSG는 30여 경기를 앞두고 최대 9경기 차까지 두산 베어스와 격차를 벌리기도 했다. 하지만, 타선 장기 침체 끝에 야금야금 추격을 허용한 SSG는 시즌 최종일에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이 충격 여파로 SSG는 플레이오프 탈락까지 맛봤다. 

선두 SSG와 2위 LG와의 경기 차는 8월 18일 기준으로 7경기다. 여전히 세 차례 맞대결이 남은 가운데 LG는 4경기를 SSG보다 덜 치렀다. 맞대결과 잔여 경기를 LG가 모두 이긴다고 가정했을 경우 3경기 차로 줄어들 여지가 있다. 2019년의 악몽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SSG가 방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만약 정규시즌 1위 자리를 수성했다고 해도 ‘우승 경쟁자’ LG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2018년 SSG는 당시 압도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거뒀던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업셋 우승으로 꺾었다.

2018시즌 2위 SSG와 14.5경기 차로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두산은 SSG와 당시 정규시즌 맞대결에선 8승 8패로 팽팽했다. 플레이오프 승리로 분위기를 타고 온 SSG는 정규시즌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친 두산을 상대로 자신감 있는 플레이 속에 4승 2패로 시리즈 업셋에 성공했다. 

2022시즌 SSG도 2018시즌 두산과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더라도 정규시즌 때 2022시즌 가장 힘들게 상대 중인 LG(시즌 7승 6패)와 한국시리즈 매치 업이 펼쳐진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22시즌 LG 팀 타선은 팀 홈런 1위(98개)·팀 장타율 1위(0.416)에 올라 있다. 홈런이 자주 나오는 문학구장에서 LG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2위 LG와의 남은 맞대결에서 얼마나 승리를 거두고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원래 흐름을 되찾을지가 관건이다. 정규시즌 1위를 빨리 확정해야 휴식을 줘야 할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정규시즌 맞대결을 복기하는 동시에 한국시리즈 대비도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렇기에 2018년의 환희와 2019년의 악몽을 잊지 말아야 할 SS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