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승 언저리라도…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양현종이 그린 ‘마지막 순간’ [춘추 인터뷰]
-KIA 타이거즈 양현종, ML 진출 뒤 KBO리그 복귀 첫 시즌 순항 중 -“꾸준한 선발 로테이션 소화는 긍정적, 개인적으로 구속 저하는 신경 안 쓴다.” -“안정적인 선발 기회 보장 된 이의리가 부럽기도…향후 팀 이끌 주축 투수될 것” -“욕심 같아선 송진우 선배님 210승 도전하고파, 그래서 건강과 이닝 소화도 중요” -“가을야구 진출로 팀이 더 강해지길 소망…광현이와 함께 2023년 WBC 출전도 목표”
[스포츠춘추=잠실]
‘레전드’ 송진우 전 감독이 보유한 개인 통산 210승은 말 그대로 범접하기 힘든 꿈의 기록이다. 이는 해마다 꼬박 10승씩 꾸준히 쌓는다 하더라도 20년을 넘겨야 달성 가능한 기록이다. 이강철 감독이 보유한 10년 연속 10승이 KBO리그 유일한 기록인 만큼 200승 고지를 넘는 과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물론 200승 고지를 향한 목표 의식이 확고한 선수는 분명히 있다. 이미 리빙 레전드의 길을 걷는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의 시선이 바로 송진우 전 감독의 어깨를 향해 있다. 개인 통산 157승을 달성한 양현종은 이미 구단 통산 최다승 기록(이강철 전 감독·152승)을 경신했다. 이제 양현종의 눈앞에 놓인 기록은 정민철 단장의 161승과 송진우 전 감독의 210승이다.
정민철 단장의 기록 경신은 사실상 확정적인 분위기인 가운데 송진우 전 감독이 보유한 210승에 도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향후 4년 이상 선발 투수로서 꾸준히 승리를 쌓아야 200승 언저리 도달할 가능성이 생긴다.
양현종이 남은 현역 시간 동안 건강함과 이닝 소화를 가장 강조하는 것도 200승 도전과 연관돼 있다. 스포츠춘추가 대기록에 도전할 현역 마지막 순간을 잠시 그려본 양현종의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꾸준한 선발 로테이션 소화는 긍정적…170이닝 소화가 첫 번째 목표다."
메이저리그 도전 뒤 한국 복귀 첫 시즌에도 시즌 10승 달성으로 여전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점수를 내릴 수 있을까요.(양현종은 2022시즌 10승 6패 평균자책 3.76 110탈삼진 40볼넷 WHIP 1.22를 기록 중이다)
복귀 첫 시즌 아프지 않고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건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팀이 이겨야 할 중요한 상황에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을 못 해준 점이 미안해요. 달랐던 시즌 준비 과정이나 한국 복귀 시즌이라고 해서 성적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싶진 않습니다. 아프지만 않으면 항상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해요. 힘들더라도 복귀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해마다 이닝 소화 숫자를 항상 강조하는데 2022시즌도 170이닝을 넘길 수 있는 흐름입니다.(양현종은 2022시즌 24경기에 등판해 141.1이닝을 소화 중이다)
확실히 승리 숫자보단 이닝 소화 숫자를 더 많이 생각하고요. 아프지 않고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는 건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즌 170이닝이 가장 첫 번째 목표고요. 180이닝도 넘으면 좋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넘어섰던 170이닝이 중요한 숫자라고 봅니다.
2020시즌(144.2km/h)과 비교해 2022시즌(142.3km/h) 속구 평균 구속이 다소 떨어졌습니다. 속구 비중(57.4%→51.2%)도 줄었는데 이를 의식하는 요소가 있는 걸까요.
저는 구속이나 구종 비중을 크게 의식하진 않고 있습니다. 구종 비중은 포수 리드를 따라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고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팀 승리 상황을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죠. 구속이 달라졌다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안 쓰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숫자일 뿐이고요.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과거와 몸 상태가 크게 달라진 점도 없고요. 상황에 맞춰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투구를 하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돌아왔기에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까.
한국이든 미국이든 야구는 똑같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메이저리그 마운드 위에서도 그렇고 얼마나 자신감이나 준비가 확실한지가 중요한 거죠. 제가 원하는 공을 마운드 위에서 던질 수 있다면 상대가 메이저리그 타자든, KBO리그 타자든 상관없는 듯싶어요. 그래서 항상 마운드 위에서 확신을 느끼고 제 공을 던지려고 노력합니다.
양현종이 바라보는 이의리 "내가 어릴 때와는 상황이 달라, 건강만 하면 오랫동안 팀 주축 선발 될 것"
양현종 선수의 후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팀 후배 이의리 선수와 시즌을 보내는 건 처음입니다. 어떤 투수라고 느꼈습니까.
선배로서 봤을 때 정말 야구를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떤 선수로 더 성장할지 미래가 더 기대가 되는 투수예요. 저에게 많이 질문을 던지기도 해서 최대한 아는 걸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하고요. 구위 하나만큼은 제가 평가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말 대단한 투수죠. 향후 오랫동안 팀 주축 선발 투수로 뛸 능력이 되는 선수입니다.
양현종 선수의 어렸을 적 시절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지금 안정적인 선발 등판이 보장된 (이)의리와 달리 저는 어렸을 때는 마땅한 보직 없이 한 경기 한 경기 1군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의리는 자기가 계획한 대로 딱 자신의 야구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부러운 것도 있어요. 의리가 당차게 공격적으로 공을 던지는 걸 보면 옛날 생각도 나긴 하죠. 어렸을 때 저를 보는 듯싶단 얘기를 들으면 저도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웃음).
그렇다면 이의리 선수에게 가장 하고 싶은 조언이 무엇입니까.
앞서 말했듯 제가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다른 느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선발 투수로서 보직이 명확하게 잡혔기에 걷는 길이 조금 다른 거죠. 예전 저와 비교해 조언을 건네는 건 와 닿지 않을 것으로 봐요. 그냥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던지는 걸 1순위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지금 이대로만 가도 꾸준히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는 투수입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 양현종 "송진우 선배님 210승 언저리라도…"
여담이지만, 최근 걸그룹 소녀시대가 데뷔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양현종 선수도 같이 프로 입단 15주년인데요. 그 세월의 흐름이 느껴집니까.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를까 생각이 듭니다. 옛날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단 마음도 있고요. 이제 야구를 해온 날보다 해야 할 날이 훨씬 적잖아요. 함께 같은 시대에 뛰었던 박용택 선배님이나 이대호 선배님 은퇴 소식을 들었을 때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단 걸 많이 느꼈죠. 제 시간만 멈췄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웃음).
자신의 시간이 멈췄으면 할 정도로 달성하길 바라는 기록 목표가 있습니까.
욕심 같아선 아프지 않고 꾸준히 공을 던지면서 송진우 선배님의 기록(210승) 언저리라도 갔으면 좋겠습니다. 200승을 넘어서는 게 남은 선수 생활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그 위치라도 가고 싶은 게 현역 마지막 순간 210승 언저리까지 가서 정말 깰 수 있냐 없냐는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게만 해도 좋지 않을까요. 아프지 않고 많은 이닝 소화를 바라는 것도 그 기록과도 연계가 된 거죠.
200승은 향후 최소 4년 이상은 선발 투수로서 꾸준히 활약해야 달성 가능한 흐름입니다. 최대한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해야겠습니다.
지금 40대인 (오)승환이 형도 몸 관리가 정말 대단하시잖아요. 저희 팀에 (최)형우 형도 나이를 먹었다고 실력이 떨어졌단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하시고요. 저도 저런 형들처럼 나이를 먹더라도 실력으로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죠. 40대가 되더라도 실력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2023년엔 WBC와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대표팀 승선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선수에게 태극마크는 꿈입니다. 불러만 주신다면 당연히 가고 싶고요. 가서도 배우는 게 정말 많고요. 특히 WBC 대회에선 (류)현진이 형과는 함께 못 할 듯싶어서 아쉽지만, (김)광현이와는 함께 대표팀에서 공을 던져보고 싶죠. 직전 WBC 대회나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아쉬움이 컸고 야구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 뒤로 올림픽 대회에도 못 나갔기에 다가오는 대표팀에선 꼭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고 깊습니다.
4년만의 가을야구 도전하는 KIA…양현종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될 것"
2022시즌 팀 순위가 5위로 고착화 되는 가운데 4년 만에 가을야구 출전도 유력해지는 분위기입니다. 다시 우승을 향해 도전할 기회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어떤 팀이든 어떤 선수든 시즌을 준비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우선 가을야구에 초대받아야 우승에 도전할 수 있잖아요. 우승도 당연히 큰 목표지만, 저희 팀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입니다. 솔직히 팀 선수들 가운데 가을야구를 경험한 선수가 거의 없거든요. 다들 가을야구를 한 경기라도 해보고 싶은 열망이 큽니다.
그런 큰 경기 경험이 향후 우승 도전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2017년 통합 우승 전 2016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경험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 큰 경기 경험을 통해 저희 팀이 더 강해진다고 봅니다. 얼마 전 강팀인 LG 트윈스와 타이트한 경기를 펼쳐서 결국 이겼는데 그런 경험으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다고 봐요. 실제로 가을야구를 경험한다면 그 효과는 더 큰 거죠.
오랜만에 느껴본 KIA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큰 힘이 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릴 뿐입니다. 날씨가 무더운데도 홈이든 원정이든 정말 많은 KIA 팬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도 해주시니까요. 어쨌든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어서 오시는 거잖아요. 저희 선수들도 매일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KIA 팬들의 응원과 성원에 보답하도록 올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이기는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가을야구를 꼭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