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함께할 결심? 두산과 ‘곰탈여우’ 8년 동행 끝인가요 [춘추 이슈분석]

-올 시즌 뒤 계약 만료되는 김태형 두산 감독 거취, 야구계 초미의 관심 -두산 잔류 가능성은 높지 않아…타구단 이적설 나온다 -최근 프로야구 흐름과는 다른 카리스마형 리더십, 프런트가 선호하는 유형은 아냐 -모기업, 구단주 차원의 결심이 변수…현역 최고 명장의 행선지는?

2022-09-13     배지헌 기자
김태형 두산 감독(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올 겨울 스토브리그는 두 명의 ‘곰탈여우(곰의 탈을 쓴 여우)’가 지배할 전망이다. 하나는 100억 원대 FA 계약이 유력한 포수 양의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명장 김태형 감독이다. 

선수 중에서 양의지가 FA 최대어라면, 감독 중에선 김 감독이 단연 최대어로 손꼽힌다. 김 감독과 두산 베어스의 3년 계약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지난 8시즌 동안 김 감독은 팀을 세 차례 우승과 4차례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13일 기준 1129경기 637승 19무 473패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기록한 0.574의 승률은 역대 KBO리그 1000경기 이상 감독 가운데 김영덕 감독(0.596) 다음으로 높은 승률이다. 역대 5시즌 이상 재임한 감독 가운데 팀을 매년 100% 가을야구로 이끈 사령탑도 김 감독 하나뿐이다. 카리스마와 지도력, 판단력과 결단력을 두루 갖춘 명장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두산 내부 구성원 피로도 높아…두산-김태형 8년 동행 끝?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위업을 이룬 김태형 감독(사진=두산)

앞서 두산과 김 감독은 두 차례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2016시즌 직후엔 구단 사상 최고액인 3년 20억에 재계약했다. 2019년 세 번째 우승 뒤에도 프로야구 역대 최고 대우에 해당하는 3년 2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당시엔 온 야구계가 김 감독의 두산 잔류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김태형 감독 이적’이나 ‘두산 후임 감독’ 같은 주제는 야구인들의 안줏거리가 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 시즌엔 분위기가 다르다. 김 감독과 두산의 동행이 올 시즌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예상이 조금씩 야구계에서 나오는 중이다. 최근 명절 연휴를 앞두고 만난 야구 원로들도 ‘김태형 감독은 어디로 갈까’ ‘김 감독이 A 구단으로 간다는 소문은 사실일까’ ‘후임 감독은 어디서 찾을까’ 같은 주제로 한참 논쟁을 펼치면서 김 감독과 두산의 결별을 기정사실처럼 이야기했다. 

야구계에서 김 감독과 두산의 결별을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팀의 노선 변화다. 두산 사정에 정통한 야구인은 “두산이 지난 7년간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지만 이제는 서서히 한계에 도달했다. 올 시즌을 기점으로 앞으로 2~3년은 팀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모은 유망주 중심으로 팀을 새로 짜야 하는데, ‘우승청부사’ 감독은 이런 팀 사정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8년을 함께하며 누적된 구성원들의 피로도도 ‘헤어질 결심’을 재촉하는 원인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특정 감독이 장기 집권하면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두산 역시 그동안 코칭스태프부터 프런트 직원들, 선수들까지 구성원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굉장히 컸던 것으로 안다”면서 “김 감독의 공은 인정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프로야구에서 보기드문 카리스마형 지도자다. 최근 프로야구 구단들은 감독 선임시 소통 능력, 부드러운 리더십, 프런트와의 협력 등을 중시하는데 김 감독의 스타일은 최신유행과는 반대편에 있다. 감독이 타격, 수비, 투수까지 모든 분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코치 권한을 존중하는 최근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앞의 야구 관계자는 “최근 프로야구 팀들은 구단이 설정한 방향성에 따라 함께 손발을 맞출 지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김 감독이 명장인 건 인정하지만 최근 프런트에서 선호하는 유형의 지도자는 아니다”라며 김 감독의 타 구단 이적이 생각처럼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하위권 그룹의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는 현 외국인 감독의 계약기간을 지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감독대행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도 대행 체제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나쁘지 않아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구단보다 더 윗선인 구단주 결단이 변수…잔류도 이적도 ‘주님’ 뜻이 좌우한다

김태형 감독은 현역 사령탑 최고 명장으로 꼽힌다(사진=스포츠춘추)

물론 구단보다 더 윗선인 모기업과 오너 차원에서 모종의 ‘결단’을 내리는 변수는 남아 있다. 구단의 의사나 계획과 관계없이 윗선에서 ‘우승 DNA를 심어줄’ ‘팀을 우승으로 이끌’ 감독을 찾는다면 김태형 감독은 최우선 후보가 될 것이다. 또 올해로 감독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상위권 팀 중에 김 감독을 원하는 팀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과거 김성근 감독 때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면서 “프런트에서는 껄끄러워해도 모기업과 구단주 생각은 다를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성적을 내야겠다는 팀이라면, 충분히 김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했다.

한편 두산 구단은 김 감독 재계약 여부에 철저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구단주 의지에 따른 ‘톱다운’ 방식으로 감독을 결정해온 팀. 이번 재계약 역시 구단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세간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