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홀드’ 빛 속에 ‘70이닝’ 육박한 어둠…정철원을 조금만 아껴 씁시다 [춘추 이슈분석]

두산 베어스 투수 정철원이 쓰라린 블론 세이브를 경험했다. 이 또한 겪어봐야 할 일이지만, ‘20홀드’ 빛 속에 ‘70이닝’으로 육박한 어둠도 무시할 수 없다. 남은 시즌 이제 두산은 정철원을 조금만 아껴 써야 하지 않을까.

2022-09-28     김근한 기자
두산 투수 정철원이 쓰라린 블론 세이브를 맛봤다(사진=두산)

[스포츠춘추=수원]

쓰라린 역전패와 더불어 가을야구 트래직 넘버가 ‘1’로 줄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던 두산 베어스가 가을야구 진출 좌절을 눈앞에 뒀다. 두산 투수 정철원의 블론 세이브의 충격이 컸던 두산의 하루였다. 

냉정한 평가 내리는 김태형 감독도 정철원에겐 엄지 척…"리그 우완 불펜 톱이다."

1군 데뷔 시즌부터 70이닝에 육박하는 이닝 소화 흐름을 보여주는 정철원(사진=두산)

9월 27일 수원 KT WIZ전은 두산의 저력을 보여주는 듯한 경기였다. 리그 3위 탈환을 위해 남은 경기 전승에 가까운 성적을 거둬야 하는 KT는 이날 웨스 벤자민을 선발 마운드에 올려 두산을 꼭 잡고자 했다. 

하지만, 두산 선발 투수 최원준의 쾌투가 더 빛났다. 이날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최원준을 두고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 역시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구속도 그렇고 선발 투수로서 이겨내야 할 부분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 감독의 우려를 씻듯 최원준은 6회까지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고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1회 초 선취 득점으로 시즌 9승 요건 갖췄던 최원준은 7회 말 2사 뒤 김준태에게 통한의 동점 홈런을 맞았다. 그래도 두산 타선이 8회 초 3득점으로 다시 최원준에게 승리 요건을 선물했다. 

8회 말 필승조 정철원이 올라오면서 최원준의 시즌 9승은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 20홀드’ 고지에 오른 정철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철원은 2루타와 볼넷으로 허용한 1사 1, 2루 위기에서 강백호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고 쓰라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두산은 4대 4로 맞선 9회 말 1사 2, 3루 위기에서 마무리 투수 홍건희가 배정대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릎을 꿇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5위 도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트래직 넘버 ‘1’에 도달한 두산은 1패를 더하거나 5위 KIA 타이거즈가 1승을 더할 경우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0’으로 사라진다. 

이제 두산의 시선은 2022년이 아닌 2023년으로 향해야 한다. 특히 중고 신인왕 수상이 유력해진 투수 정철원의 장기적인 활용 방향성이 눈길을 모은다. 정철원은 2022시즌 55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20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 3.26 44탈삼진 23볼넷 WHIP 1.19를 기록했다. 

평소 선수를 향한 냉정한 평가가 확실한 김태형 감독이 정철원을 향해선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다. 김 감독은 “정철원의 경우 1군에서 공을 던질수록 점점 더 좋아지더라. 필승조 역할까지 맡으니까 경기 운영까지 향상됐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이렇게까지 잘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이 정도면 리그에서 우완 불펜 ‘톱’ 아닌가. 향후 마무리 투수 역할까지 맡을 가능성도 보인다”라며 칭찬했다. 

시즌 20홀드 빛 속에 시즌 70이닝 육박 어둠도…이제 정철원 아껴 써야 할 때

2022시즌 두산 마운드의 가장 큰 히트 상품이 된 곽빈(사진 왼쪽)과 정철원(사진 오른쪽). 두산 팬들은 이 두 투수의 케미스트리를 오랜 기간 보고 싶다(사진=두산)

마땅한 신인왕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철원은 1군 데뷔 첫 시즌 20홀드까지 달성하면서 신인왕 수상 굳히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철원의 기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건 20홀드가 아닌 이닝 소화 숫자다. 

정철원은 2022시즌 55경기 등판 동안 무려 69이닝을 소화했다. 2022시즌 리그 불펜 투수들 가운데 팀 동료 김명신(63경기 등판 75이닝)과 KT WIZ 김민수(72경기 등판 73.2이닝)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2022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소화한 3경기 등판 11.1이닝까지 고려한다면 시즌 전체로 봐선 80이닝 소화를 넘기는 흐름이다. 

정철원의 시즌 70이닝 소화 돌파가 유력한 가운데 두산에서 2015시즌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시즌 7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투수는 김강률(2017시즌 89이닝, 2018시즌 76이닝), 홍건희(2021시즌 74.1이닝), 박치국(2020시즌 71.2이닝), 이용찬(2017시즌 71.2이닝)이다. 이들도 70이닝 소화를 넘긴 여파를 각자 부상과 수술, 그리고 다음 시즌 부진 등으로 겪었다. 

거기에 특정 시즌 과부하가 심했던 이형범(2019시즌 67경기 등판 61이닝)과 이승진(2020시즌 33경기 등판 51.1이닝)도 2시즌 연속으로 좋은 투구 흐름을 보여주지 못했다. 1군 데뷔 첫 시즌부터 ‘관리’와는 동떨어진 정철원의 이닝 숫자에 일각에서 우려가 쏟아지는 것도 과한 걱정은 아니다.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정철원도 시즌 20홀드 달성으로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한 분위기다. 정철원을 더는 무리하게 활용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1군 경험이 부족한 2군 투수 유망주들의 활용 폭을 더 넓힐 시기기도 하다. 선수 본인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결국 원칙과 시스템 안에서 과한 의욕을 조절해줘야 하는 것도 구단과 벤치의 할 일이다. 

정철원은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곽빈과 함께 두산 마운드 미래를 이끌어야 할 핵심 자원이다. 최근 현장에선 두 투수의 동반 WBC 대표팀 승선 가능성까지 나오기에 정철원에게 더 세심할 관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남은 시즌 정철원을 조금만 아껴 씁시다.’ 대부분 두산 팬이 외치고 싶은 구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