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환불 공지도 안 보인다’ MLB 월드투어 파행 여파…집단 소송 움직임 [춘추 이슈]

-100년만의 한·미 올스타 만남 기대했던 야구팬들 “갑자기 대회 취소라니” -대회 취소됐는데 티켓링크 사이트엔 ‘공지사항 변경/취소’ 안내 없어 -팬들의 분노 “이대호 마지막 경기라고 항공권과 숙소까지 예약했다. 집단 소송해야” -이번 취소 사태로 지자체, 방송사도 큰 피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2022-10-31     김근한 기자
10월 31일 오전 기준으로 티켓링크 사이트에서 MLB 월드투어 취소 및 환불과 관련한 공지사항 혹은 안내 창이 나오지 않는다(사진=티켓링크 사이트 캡처)

[스포츠춘추]

‘MLB 월드 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 전격 취소 파행 여파가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티켓을 구매한 팬들이 대회 파행과 관련해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10월 29일 한국 프로모터와 계약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단 이유로 부산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월드 투어를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MLB 월드 투어는 KBO 리그 출범 40주년과 MLB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기획한 이벤트 경기다. 1922년 이후 100년 만에 MLB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한국에 방문해 KBO리그 대표 선수들과 총 4경기를 갖기로 해 큰 화제와 기대를 모았다. 짐 스몰 MLB 인터내셔널부사장도 9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형 MLB 스타 참석을 예고했다.

KBO도 이번 대회를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리허설 격으로 보고 초호화 팀을 꾸렸다.  

MLB와 KBO 올스타 선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단 기대에 부풀었던 야구팬들은 10월 4일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표 예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월드투어 개최가 다가올수록 기대했던 메이저리그 올스타 선수 명단은 나오지 않았다. 1차 명단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KBO리그 출신 김하성(샌디에이고)과 다린 러프(뉴욕 메츠) 등이었다. 2차 명단에서도 최지만, 박효준, 배지환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만 눈길을 끌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3차 명단에 포함된 투수들을 봤는데, 누군지 몰라서 이름을 검색해봤다. 유명한 선수가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애런 저지와 앨버트 푸홀스 등은 처음부터 이름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참가 선수들의 이름값이 확 떨어진 가운데 월드투어 티켓 가격도 입방아에 올랐다.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경기 티켓 가격은 가장 싼 외야 지정석이 7만 원부터 시작해 가장 비싼 중앙탁자석이 39만 원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금액 숫자를 자랑했다. 

10월 31일 오전까지 예매 사이트 내 취소·환불 공지 안 올라와…티켓링크 "오늘 안으로 예매 표 일괄 취소 계획"

MLB 월드투어 부산 사직 경기에 책정된 티켓 가격. 최고 39만 원까지 표값을 받고 있었다(사진=티켓링크 사이트 캡처)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품었던 티켓 구매자들에게 월드투어 전격 취소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까지 찾아왔다. 당장 티켓 환불 절차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31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티켓링크 사이트 내 MLB 월드투어와 관련한 대회 취소와 사과문, 그리고 환불 절차에 대한 어떠한 안내 창이나 메시지가 뜨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티켓링크 사이트 공지사항 변경/취소 관련 게시창에도 MLB 월드투어 관련 게시글은 없었다.

대회 준비 과정을 잘 아는 한 야구계 관계자는 “대회가 취소되고 프로모터 측과 티켓링크 사이에 빠른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듯싶다. 주말부터 티켓링크 측에서 티켓 구매자들 개개인에게 환불 관련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직 티켓링크 내 사이트에서 대회 취소나 환불 절차 창이 뜨지 않는 건 티켓을 구매한 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티켓링크 관계자는 “대회 취소와 관련해 지난 주 토요일(10월 29일)에 프로모터 측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았다. 티켓 구매자들에게 환불과 관련해 문자 발송을 했고, 오늘(10월 31일) 전체 예매된 표에 대해 일괄 취소할 계획이다. 사이트 내 관련 공지사항을 올리는 건 내용을 전달받은 게 주말이라 오늘 오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 오후 안으로 사이트 내 취소와 환불 관련 공지사항이 올라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앨버트 푸홀스가 MLB 월드투어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소식에 고무된 여러 팬이 고가의 MLB 월드투어 티켓을 샀다. 하지만, 푸홀스는 출전선수 명단에 한 번도 포함된바 없다. 누가 푸홀스 참가 소식을 어떤 의도로 외부에 흘렸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이 대회를 왜 열려고 했는지, 이 대회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처럼 갑작스러운 대회 취소 과정과 더불어 이미 부산 사직에서 열리는 경기 관전을 위해 숙박과 이동수단까지 예매한 일부 팬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투어 부산 경기 티켓을 예매한 한 팬은 “이대호 선수의 마지막 경기라고 해서 그 경기를 보기 위해 일부러 휴가를 쓰면서 비행기 표와 숙소까지 예약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대회 취소 결정이 나오니 당혹스럽다. 환불 절차까지 원활하지 않으니까 더 황당하다. 티켓 구매자들이 집단 소송을 걸어야 할 상황 아닌가. 그냥 넘어가선 안 될 문제”라고 목소릴 높였다.

덧붙여 "프로모터 측과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먹튀'하는 거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여러 언론사도 프로모터 측과 연락이 되지 않아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이번 취소 사태로 너무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팬, KBO, 선수는 기본이고 지자체, 방송사, 서브 스폰서 등이 큰 피해를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피해를 프로모터 개인에게 물어선 안 된다. 프로모터 배후가 누군지 밝혀 그 배후에게 책임을 물어야 정당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