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치지 말고 돌아오자.” 정철원·곽빈 ‘WBC 약속’ 꼭 지켜야 합니다 [춘추 피플]
3대회 연속 조별예선 탈락을 쓴맛은 남긴 WBC 한국 야구대표팀이 3월 14일 귀국한다. WBC 마운드 위에서 가장 고생한 투수들의 건강한 귀환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스포츠춘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한국 야구대표팀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특정 투수들의 과부하였다. 투구 컨디션 조절 실패, 공인구 부적응, 경험 부족, 등판 시 최소 세 타자 상대 등 복합적인 이유로 한국 대표팀 벤치에서 선택할 수 있는 마운드 카드가 한정적이었다. 결국, 몇몇 투수에게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또태인, 또철원, 또원중…WBC 대표팀 마운드 민낯 드러났다
특히 원태인, 정철원, 김원중은 그 누구보다도 대표팀 마운드에서 고생한 이들이었다. 먼저 원태인은 3월 9일 호주전 1.1이닝 26구, 10일 한일전 2이닝 29구로 구원 등판을 소화한 뒤 13일 중국전 선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6구를 던졌다. 연습경기 등판까지 고려하면 7일 동안 4경기 108구를 던진 고된 일정이었다.
전문 불펜 요원인 정철원과 김원중은 헌신적인 투구도 빛났다. 두 투수는 호주전, 한일전, 체코전에서 모두 전력투구로 공을 던졌다. 3경기 동안 정철원은 1.1이닝 33구, 김원중은 1.2이닝 30구를 소화했다. 만약 마지막 중국전이 타이트한 흐름 속에서 8강 진출이 걸려 있었다면 두 투수가 또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했다.
선발 보직을 소화한 고영표, 김광현, 박세웅, 그리고 3경기 등판을 소화한 곽빈은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하지만, 나머지 투수들에겐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투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짐을 나눴다면 마운드 과부하를 줄이면서 더 좋은 대표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렇게 마운드 위에서 고생한 몇몇 투수 소속팀 팬들의 여론이 뜨거워진 건 당연한 순서였다. 성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믿을 만한 카드만 꺼내야 했던 대표팀 벤치의 속사정과도 맞물렸다. 이제 WBC 마운드 위에서 헌신한 이들이 KBO리그로 건강하게 돌아오는 그림이 필요하다.
원태인과 정철원의 경우엔 WBC 마운드 투구 뒤 팔을 잡고 얼굴을 찡그리는 순간 장면이 잡혀 팬들의 우려를 일으키기도 했다. 만약 KBO리그 복귀 뒤 투구 컨디션을 제대로 못 올리거나 부상이 나올 경우 후폭풍이 상당히 심각할 전망이다.
"우리 다치지 말고 돌아오자." 정철원의 건강한 귀환을 소망한다
정철원은 팀 동료이자 친구 곽빈과 함께 소속팀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에서 WBC 대표팀 합류 각오를 다졌다. 당시 정철원과 곽빈은 서로에게 “우리 팔이 빠져라 공을 던지되 다치지 말고 팀으로 돌아오자”라고 격려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도 두 선수를 향해 “정철원과 곽빈 선수는 대표팀에 합류하는 순간 두산이 아니라 대한민국 소속 투수들이다. 팔이 빠져라 공을 던지면서 있는 힘을 다 쓰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그 각오와 이 감독의 말처럼 특히 정철원은 ‘또철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헌신적인 투구를 대표팀에서 보여줬다.
이미 정철원은 2022시즌 58경기에 등판해 72.2이닝 소화로 상당한 투구 페이스를 소화했다. 어떻게 본다면 2023시즌을 앞두고 관리가 필요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철원은 WBC 대표팀 합류로 시드니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몸 상태를 빠르게 끌어 올렸다. 소속팀에선 ‘너무 빠르다’라는 우려의 시선도 나왔지만, 정철원은 오직 태극마크를 위해 캠프부터 팔이 빠져라 공을 던졌다.
두산은 올 시즌 팀 불펜진 운영을 두고 가장 큰 고민이 많은 팀이다. 이승엽 감독도 불펜진 구축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그 과제에서 핵심 답안이 돼야 할 선수가 바로 정철원이다. WBC 대표팀에서 돌아온 정철원이 건강하게 시즌 개막을 준비해 지난해와 같은 활약상을 유지하길 기대한다. 곽빈과 서로 한 ‘우리 다치지 말고 돌아오자’라는 약속도 꼭 지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