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롯데 최다 홀드 ‘새 역사’ 쓴 구승민 “내가 막으면 이길 수 있다”
ㅣ롯데 필승조 불펜 구승민이 5월 26일 키움전에서 통산 97홀드를 달성했다. 강영식 불펜 코치(96홀드)를 뛰어넘어 롯데 구단 사상 최다 홀드 투수로 우뚝 선 것. 고척에서 만난 구승민의 얘길 들어봤다.
[스포츠춘추=고척]
‘통산 97홀드’, 롯데 자이언츠 구단 사상 최다 기록이다. 롯데 필승조 구승민이 팀 역사를 새로 썼다.
구승민은 5월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8회 말 2점 차 리드 상황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인 강영식(현 롯데 1군 불펜코치)의 96홀드를 뛰어넘어 구단 ‘새 역사’로 우뚝 섰다.
27일 더그아웃에서 만난 롯데 사령탑 래리 서튼 감독은 구승민의 ‘꾸준함’을 칭찬했다. 이날 기준, 구승민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20-20-26-11)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역시 롯데 필승조로 팀 상승세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젠 믿음이 생겼다. ‘내가 여기서 막으면, 팀이 이길 수 있단 확신’ 말이다.“ 롯데의 올 시즌 남다른 선전을 향한 구승민의 각오다.
“팀이 함께 만든 97홀드, 나를 향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26일 키움전, 통산 97홀드를 달성하면서 팀 ‘새 역사’를 썼다.
신인 때 아무것도 모르고 던지면서 시작한 게 어느새 이렇게 쌓였다. 그간 꾸준히 활약할 수 있어 기쁘다. 나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다. 팀 전체가 함께 만들었다. 특히, ‘홀드’는 상황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나를 향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이다. 팀에 감사할 따름이다.
(26일 키움전) 8회 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1, 2루 상황에서 나왔다.
위기였다. 타석에 들어선 (이)원석이 형은 득점권에 워낙 강한 타자라 계속 의식이 되더라. 그러면서 상황이 어렵게 흘러갔다.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짜릿함을 느꼈다
당시 마지막 공은 150km/h 속구였는데.
앞 타석(에디슨 러셀 볼넷 출루)이 끝나고, 배영수 코치님이 마운드 위에서 따로 말씀해 주신 게 있다. ‘지금 타자에만 집중하자’는 내용이었다. 잠깐이었지만, 배 코치님이 계속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 마음이 한껏 편해졌다(웃음). 중압감을 덜어내다 보니 볼 스피드가 잘 나오지 않았을까.
종전 기록(96홀드)을 보유했던 강영식 코치와는 불펜에서 항상 가깝게 지내지 않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항상 응원해 주셨다. 한편, 기록 관련해 직접적인 조언이나 대화는 피하셨다. 내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 듯싶다.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을 때 기억이 난다. 그때도 강영식 코치님은 투수진 최고 선참으로 많은 도움과 격려를 보내주셨다. 큰 힘이 됐다.
“강해진 롯데, ‘내가 막으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 생겼다”
마무리 김원중과는 각별한 사이다. 함께 뒷문을 책임진 지도 오래됐는데.
우린 팀의 8, 9회를 책임진다. 다만, 단순한 ‘파트너’ 그 이상이다(웃음). 경기장 밖 일상에서도 많이 어울리고, 그만큼 친하다. 잘될 때나 안 풀릴 때나 (김)원중이와 주고받은 얘기가 많다. 뭔가 난관이 생길 때마다 원중이와 나눈 대화들이 큰 도움이 됐다. 우리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건 서로의 존재 덕분이다.
배영수 코치의 합류 뒤 마운드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불펜 투수론 어떤 점이 있을까.
배영수 코치님이 많이 신경 써주신다. 가급적이면 ‘좀 더’ 편한 상황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말이다. 나를 포함해 모든 투수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무엇보다, 연투나 휴식에 있어선 철저하게 관리가 이뤄진다. 배 코치님, 강영식 코치님 두 분의 ‘섬세함’에 놀랄 때가 많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불펜엔 김상수를 비롯해 베테랑 선수가 대거 합류했다.
(김)상수 형, (윤)명준이 형, (신)정락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나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선배들이다. 형들은 원중이나 내게 없는 경험을 가졌고, 또 값진 조언을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 베테랑 형들이 합류하면서 팀 경기력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느낀다. 불펜이 더 두터워지고 강해진 까닭이다.
포수 유강남 ‘효과’가 궁금하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원래부터 팀에 있던 선수 같다(웃음). (유)강남이가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 투수가 더 잘 던질 수 있게끔 말이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놓치고 있는 부분 하나하나를 강남이가 잡아주곤 한다. 투수가 잘할 수 있는 걸 한 번 더 상기시켜 주고, 미처 생각 못 한 걸 ‘밖으로 끄집어내 준다’랄까. 강남이의 그런 점이 롯데 마운드를 더 안정감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롯데의 행보가 무척 좋다. 최근 팀 성적이 좋은 만큼, 등판도 잦아지고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팀에서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도 크다. 덕분에 체력적으론 문제없다. 한편으론, 팀 성적이 좋아 뿌듯하다. 이기는 경기가 늘어날 때마다 믿음이 생긴다. ‘내가 여기서 막으면, 우리 팀이 이긴다’는 신뢰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막을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이 많이 든다.
계속 등판할수록 ‘다음 기록’이 의식되진 않나.
마운드 내려와선 의식할 순 있어도, 등판할 땐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숫자에 너무 연연하면 ‘몇 개 남았지?’ 하는 그 중압감을 못 견디지 않을까.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기에 꾸준히 활약할 수 있었다. 쌓여가는 기록을 의식하진 않는다. 해왔던 대로 계속 내 역할에 집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