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루키’ 김민석의 단호함 “난 아직 부족한 외야수…과감함보단 안정감부터” [춘추 인터뷰]

ㅣ롯데 신인 김민석은 개막 뒤 두 달 만에 1군 중견수 자릴 꿰찼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한 지 1년도 채 지나질 않았다. 그런 김민석에게 부침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스포츠춘추가 김민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3-06-02     김종원 기자
롯데 신인 외야수 김민석(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열아홉 프로 1년차’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민석이 숨 가쁜 5월을 보냈다. 신인 김민석은 외야수 글러브를 낀 지 1년도 채 되질 않아 롯데의 중견수로 우뚝 섰고, 팀 리드오프 자릴 꿰찼다.

김민석은 오는 7월 KBO리그 올스타 베스트12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10개 구단 전체 120명 후보 가운데, 신인은 우완 사이드암 박명근(LG 트윈스), 김민석 둘뿐이다.

고교야구(서울 휘문고 졸업) ‘천재 타자’가 어느덧 프로 1군 무대 100타석을 넘겼다. 김민석이 지난 두 달간 늘 탄탄대로만 걸어온 건 아니었다. 부침이 있었기에 더 노력했고, 더 절실했다.

“최근까지 타구가 잘 안 나왔다. 나도 사람이라 그런지,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땐 초조하더라. 첫해다 보니 체력적인 여파였다. 잘 자고, 밥도 많이 먹고, 그렇게 이겨내려고 했다.”

스포츠춘추가 올 시즌 ‘신인답지 않은’ 당찬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김민석의 얘길 들어봤다.


‘운동 소년’에서 ‘야구 선수’로…그런 김민석을 못 볼 뻔했다?

롯데 외야수 김민석(사진=롯데)

야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 운동을 워낙 좋아했다. 축구, 야구 다 좋아했다. 처음엔 축구를 많이 했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난 꼭 축구를 해야겠어’라든지 말이다. 단지, 어린 시절 또래 사이에서 축구가 유행이기도 했고, 동네 친구들이 쉽게 모여 할 수 있는 스포츠라 그랬나 싶다.

‘그랬던’ 김민석이 훗날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초등학생 때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어릴 때, 근처에 축구부가 있는 초등학교가 없었다(웃음). 대신, 야구부는 있었다. 어떻게든 운동을 하고 싶었고 전학을 갔다. 그렇게 시작한 야구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 좋은 재능을 ‘야구에서 못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야구를 시작할 때 가족은 어떤 얘길 해주었나.

반대는 전혀 없었다. 내가 야구를 정말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나를 지원해 주셨다.

어렸을 때, 야구장을 자주 갔었나.

이곳 잠실에 몇 차례 왔던 기억이 난다. 잠실에서 열린 2011년 올스타전도 봤다.

보통은 국제대회라든지, TV나 야구장의 선수들을 보고 프로 선수 꿈을 키워온 경우가 많다.

그렇진 않았다. 물론 동경하는 선수라든지, 좋아하는 선수는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게 야구 선수를 향한 꿈을 키운 계기는 아니었다. 단지 운동하는 게 좋았고, 야구가 좋았다. 자연스럽게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든 까닭이다.


“난 여전히 많이 부족한 외야수…과감함보단 안정감부터 갖추고 싶다”

롯데 외야수 김민석(사진=롯데)

고교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로 무대에 선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사실 이렇게 빨리 1군에서 기회를 잡게 될지 몰랐다. 내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팀에서 나를 믿고 기회를 주셨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두 달 숨 가쁘게 달려왔다. 어땠나.

타격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건 역시 수비다. 아직 스스로 만족하긴 어렵지만, 개막 뒤 수비로 큰 실수를 한 적은 없었기에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했을 때, 중압감은 없었나.

중압감은 딱히 없었다. 다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수비까지 도달하려면 처음부터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팀에서 내가 ‘좋은 외야수’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안)권수 선배에게 평소 조언을 구하곤 한다. 전준호 코치님께서도 많이 가르쳐주셨다.

외야 수비를 할 때, 어떤 부분에서 ‘어렵다’고 느꼈나.

정면 타구가 떨어지는 위치다. 그게 앞인지, 뒤인지 판단하는 걸 더 노력해야 한다. 물론, 그 판단이 힘들다고 해서 타구를 포기한 적은 없다. 공이 떨어지기 전까진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날(5월 31일) (황)성빈이 형 호수비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그런 수비가 있기에 팀이 이길 수 있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하고, 최대한 끝까지 타구를 따라가야 하는 이유다.

외야수로 변신한 지 이제 1년도 되질 않았다. 그런 선수가 1군에서 중견수로 활약 중이다. 본인에게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점수를 매길 수 있는 단계조차 아직 못 된다. 외야 수비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외야에 설 때마다 항상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되, 너무 과감한 것보다는 지금 내가 처리할 수 있는 타구는 꼭 집중해서 잡아내자고. 최대한 안정감 있는 외야수가 되고 싶다.


“투쟁심을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주눅 든 모습,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아”

롯데 외야수 김민석(사진=롯데)

5월 말, 타격 부진이 잠시 왔다. 누군가에겐 참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 본인에겐 힘든 시간이었을 듯싶은데.

최근까지 타구가 잘 안 나왔다. 나도 사람이라 그런지,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땐 초조하더라. 늘 타격감이 좋을 순 없다. 이 또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극복하려고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첫해다 보니, 체력적인 여파였다. 잘 자고, 밥도 두 공기씩 많이 먹고, 그렇게 이겨내려고 했다.

타격에서 변화를 따로 가져간 건 없나.

타격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더그아웃에서 이병규 코치님과 자주 대화하면서 살짝 변화를 가져간 적은 있다.

가령, 어떤 것이 있을까.

타격할 때 중심이 뒤에 남아 있어 잘 맞을 땐 중심 이동이 원활한데, 간혹 안 맞을 땐 스탠스를 줄여서 앞에서 중심 이동을 가져가려고 했다. 매 순간 그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5월엔 ‘1번 타자’로 경기에 많이 나섰다.

어느 타순이든 내 마음가짐은 똑같다. 타석에 한 번 들어서면, 상대 투수에겐 주눅 든 모습을 결코 보이고 싶지 않다. 투쟁심을 보여야 한다. 또한 팀이 맡긴 역할을 가능한 그대로 수행하는 게 내 목표다.  아무래도 1번 타자는 안 좋은 공을 많이 골라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앞으로 보완할 부분이기도 하다.

올 시즌 변화구에 무척 강하다. 특히, ‘타석에서의 순간적인 대응 능력’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고 있는데.

변화구만 따로 노려서 친 타석은 한 번도 없다. 기본적으론 속구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해선 절대 안 된다. 속구와 변화구 타이밍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속구 타이밍을 알아야, 변화구 타이밍도 알맞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스타전 팀 베스트12 후보에 올랐는데, 팬들에게 따로 어필하고 싶은 건 없을까.

부끄럽다(웃음). 경기장에서 많은 응원을 받는 만큼, 이에 부응하고 싶다. 팬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다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