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 자격 박탈이 실수? 조직적 부정행위였다”…유능의 상징에서 무능의 대명사로 전락한 리틀야구연맹 [춘추 아마야구]

-한국리틀야구의 ‘2023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본선 진출 무산 배경? -12세 이하 대표 ‘남서울 A팀’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 우승하고도 자격 박탈 -‘부정선수’ 적발돼 월드시리즈 진출 자격 잃은 한국리틀야구 -리틀야구계 시선 “우승에 집착한 나머지 편법 쓴 것” 아니냔 지적

2023-07-10     김종원 기자
한국리틀야구 대표 남서울 A팀은 6월 26일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 결승에서 대만 대표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사진=한국리틀야구연맹)

[스포츠춘추]

한국리틀야구의 ‘2023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한국 12세 이하 리틀야구 대표팀이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 우승을 차지하고도 본선 진출 자격이 박탈됐기 때문이다. 자격 박탈 사유는 ‘부정선수 기용’으로 밝혀졌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가장 유능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단 소릴 듣던 한국리틀야구연맹이 회장 한 명이 바뀐 뒤로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장면이라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부정선수’ 적발돼 월드시리즈 진출 자격 잃은 韓 리틀야구

‘2023 세계리틀야구 아시아-퍼시픽&중동지역대회’ 개막식(사진=한국리틀야구연맹)

‘리틀야구 월드시리즈’는 해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다. 한국리틀야구는 1984, 1985, 2014년 대회에서 총 3번 우승했다.

시계를 돌려보자. ‘2023 세계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가 6월 20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화성 드림파크에서 열렸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남서울 A팀은 26일 결승에서 타이완 대표 구이-산 팀을 2-1로 꺾고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남서울 A팀은 우승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우승하고서 5일 뒤 우승승과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본선 진출 자격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남서울A 팀에 졌던 대만이 아시아-태평양 우승팀 자격으로 ‘윌리엄스포트’로 향하게 됐다. 그렇다면 어째서 남서울 A팀은 꿈에 그리던 윌리엄스포트행이 좌절된 것일까.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사무국은 7월 1일(한국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남서울 A팀이 부적격선수를 기용해 모든 경기를 몰수패로 처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정선수 문제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서부터 시작됐다. 4월 국내 예선에서 탈락한 남서울 B팀 소속 선수 2명이 아시아-태평양 예선에선 남서울 A팀에 합류한 것.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친 대만은 이 사실을 간파하고서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사무국에 항의했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사무국은 “남서울 B팀 소속 선수 둘이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에서 남서울 A팀 선수로 출전한 것을 확인했다”며 대만의 항의를 받아들였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같은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맹은 해당 사과문에서 “국내 예선전 우승팀인 남서울 A에서 부상선수가 나와 교체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유권해석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 선발 때 ‘학교와 거주지 둘 중 하나만 충족시키면 그 지역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세계리틀야구연맹의 룰북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세계연맹의 판단은 달랐다. 예선전에 뛴 선수가 다른 팀 선수로 뛸 순 없으며 '원소속팀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연맹의 얘기다.

연맹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학생 선수들과 선수 가족을 위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힘 쏟겠다”고 약속했다.


리틀야구계 시선 “우승에 집착해 편법 쓴 것” 아니냔 지적

한국리틀야구연맹은 2021년부터 유승안 회장 체제가 출범했다(사진=한국리틀야구연맹)

한국리틀야구연맹 유승안 회장은 스포츠춘추에 “선수 선발 때 오해 받을지 몰라 나는 애초부터 그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기존 팀에 부상 선수가 발생했고, 추가로 선수를 뽑는 과정에서 ‘좋은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공통 의식만 있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큰 피해를 봤다. 해당 학생선수들을 도울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그에 따른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확정되기 전까진 당장 말씀드리긴 어렵다.”

선수 선발 당시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부평 리틀야구단 김홍집 감독도 “문제가 발생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 기술위원 모두가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라며 “룰 숙지에 분명히 미숙함이 있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연맹은 하루 뒤인 4일 “선수단 김수길 단장, 김홍집 위원장을 포함해 기술위 13명은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전원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은 대회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연맹의 실수에 한순간 자격을 잃고 ‘부정한 팀의 일원‘이 됐다. 많은 리틀야구인은 “규정을 알고도 우승에 집착한 나머지 ‘안 걸리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부정선수를 뽑은 것”이라며 유 회장과 기술위원들을 가리켜 ‘한통속’이란 비판을 내놓고 있다. 

리틀야구 관계자는 “가장 걱정스러운 건 이번 일로 학생선수들이 야구를 향한 꿈을 잃게 되는 것”이라며 목소릴 높였다.

현역 리틀야구 지도자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지도자는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창피한 일이 일어났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취재에 응한 한 야구인은 “한국리틀야구연맹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능이라는 말도 사치다. 전원 사퇴하는 게 아이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어른들 실수로 아이들이 잃은 게 많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