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이닝 1위’ 키움 후라도, 코로나19·팔꿈치 수술 이겨냈기에 더 빛난다 [춘추 피플]
-키움 우완 후라도,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최고 ‘이닝이터’ -전반기 18경기 선발 등판 111.2이닝, 평균자책 2.90 기록 -후라도가 한 시즌 100이닝을 넘긴 건 2019년 뒤론 올해가 처음 -최근 공백기, 코로나19 및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여파 때문 -후라도의 전반기 이닝 1위? 고난과 역경 이겨냈기에 가능했다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최고 ‘이닝이터’다. 전반기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111.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90을 기록한 것. 후라도의 이닝 소화는 현재 리그 단독 선두에 해당한다.
후라도가 한 시즌 100이닝을 넘긴 것 자체가 4년 만이다. 2019년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 때 던진 122.1이닝 뒤론 올해가 처음이다.
후라도의 이력서에 적힌 최근 ‘공백기’는 설명이 필요하다. 팬데믹이 있었고, 팔꿈치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라도, 최근 3년간 팬데믹-팔꿈치 부상 여파 겪었다
1996년생 우완 후라도는 파나마 출신으로 2012년 국제 유망주 계약을 통해 빅리그 무대를 두드렸다. MLB 데뷔는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거친 뒤 2018년 5월 성사됐다.
후라도는 텍사스에서 2018, 2019년 2시즌을 뛰며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해당 기간 기록은 45경기(27선발) 177이닝 12승 16패 54볼넷 103탈삼진 평균자책 5.85다.
2019년의 경우, 후라도의 이닝 소화(122.1)는 그해 마이크 마이너(208.1), 랜스 린(208.1), 애드리안 샘슨(125.1)에 이어 팀 내 4위였다.
텍사스는 2020년 후라도를 빅리그 개막 로스터에 포함하지 않았고, 결국 8월 1일 방출 대기 통보(DFA)를 받은 뒤 뉴욕 메츠로 자릴 옮겼다. 후라도가 마지막으로 MLB 마운드에 오른 건 메츠 소속으로 2020년 9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이었다.
팬데믹 여파로 그해 마이너리그마저 취소됐다. 그 뒤 후라도의 발걸음은 에스트레라스 오리엔타레스(도미니카 윈터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마이너리그)로 향했다.
악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2021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가 찾아온 것.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한 해를 통째로 쉰 후라도는 회복에 전념한 뒤 미네소타 산하 마이너 팀들 유니폼을 입고 2022년 총 57.1이닝만을 소화했다.
이처럼, 후라도가 겪은 공백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건재함 증명한 후라도, 후반기에도 이닝 먹방 보여줄까
“2020년엔 야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가 아예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선 다음 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겪었다. 그 뒤론 최대한 ‘내 팔이 건강하게 회복되는 것’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후라도의 말이다.
후라도는 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 합류해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한편으론, 부상 회복 뒤 첫 풀타임 시즌이기도 하다.
그런 후라도에게 전반기 ‘이닝 먹방’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기에 가능했다. 최다 이닝 소화는 일종의 이정표다. 그간 후라도를 옥죄던 부상을 딛고 건재함을 드러낼 수 있었기에 그렇다.
후라도의 매력은 단순히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스물일곱 젊은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멘탈’이 장점이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6월이 대표적이다. 후라도는 당시 5월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3승을 달성하곤 무려 한 달이 넘도록 승리 투수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후라도의 시즌 4승은 6월 1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야 성공했다. 꼬박 42일이 걸린 것. 그 사이 후라도는 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 4회를 기록했지만, 승리 없이 패전만 4차례 안은 바 있다.
후라도의 불운엔 동료들의 수비 실수도 포함된다. 참고로 후라도가 등판한 날엔 유독 수비 실책이 잦은 편이다. 후라도는 올 시즌 실책 출루 허용이 12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런데, 후라도는 그 어느 불운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경기 중 간혹 흥분할 때도 있지만, 결코 팀원들을 탓하지 않는다. 승리 투수 무산이나 동료들의 수비 실수에도 “야구에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호탕하게 웃을 따름이다.
소속 팀 키움은 전반기를 리그 9위로 마쳤다. 아쉬움을 삼킨 건 사실이지만, 향후 기세를 잘 탄다면 5위권 진입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후라도가 ‘건강함’과 ‘성숙함’으로 무장한 채로 후반기에 나선다. 그 옆엔 안우진, 최원태 등 국내 최고 투수들이 함께한다. 후라도가 이끌 키움 마운드가 주목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