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세광고와 ‘핵타선’ 대구고, 봉황대기 결승은 ‘얼음과 불의 노래’ [춘추 아마야구]

-제51회 봉황대기 결승, ‘철벽’ 세광고와 ‘핵타선’ 대구고 맞대결 -세광고, 창단 첫 봉황대기 결승 진출…그 다음은 ‘첫 우승 도전’ -봉황대기 ‘전통 강호’ 대구고, 5년 만에 4번째 우승 트로피 노린다

2023-09-09     김종원 기자
봉황대기 결승 진출 당시 세광고 선수단(사진 왼쪽부터), 대구고 선수단(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

봉황을 품게 될 팀은 어디일까. ‘난공불락’ 세광고등학교와 ‘불방망이’ 대구고등학교가 올해 전국대회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격돌한다.

바로 제5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이다.

먼저, 세광고는 1955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밟아본 봉황대기 결승이다. 그런 세광고의 시선은 좀 더 위로 향한다. 내친김에 대회 ‘첫 우승’까지 달려갈 기세다.

이에 맞서는 대구고는 봉황대기 ‘전통의 강호’다. 지난 3차례(2008, 2010, 2018년)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이젠 네 번째 우승을 정조준한다.


‘철벽’ 마운드 자랑하는 세광고, 결승에선 타선 분발 필요해

세광고 야구부 방진호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세광고는 앞서 원주고, 순천효천고BC, 마산고, 제물포고, 대구상원고를 차례로 꺾고 제51회 봉황대기 결승에 진출했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마운드’다.

세광고 투수진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활약은 대단했다. 5경기 동안 46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1.76을 기록 중이다.

올해 봉황대기엔 총 95개 팀이 출전했고, 평균자책 1점대를 유지한 마운드는 총 7팀이다. 그중에선 세광고가 유일하게 3경기 이상 대회 일정을 소화한 팀이다.

“우린 투수력으로 버티는 팀이다. 하지만, 타선도 나쁘진 않다. 세광고의 장점이라면, 역시 ‘뽑을 점수는 뽑고, 지킬 때 지키는’ 야구 아닐까.”

올해로 부임 1년차인 세광고 방진호 감독의 말이다.

타선을 향한 사령탑의 믿음엔 다 이유가 있었다. 세광고 타자들은 지난 6일 준결승에서 대구상원고 상대로 10안타를 기록하며 연장 승부치기 접전 끝 5-4 신승을 견인한 것.

그런 타선이 대구고와의 결승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핵심 투수인 2학년생 좌완 권민규, 3학년생 우완 김연주가 투수로는 대회를 마감했기 때문.

권민규는 준결승 대구상원고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78구를, 김연주는 후속 투수로 88구를 던졌다. 둘은 고교야구 투구수 규정상 사흘(76~90개) 동안 의무 휴식을 갖는다. 따라서, 세광고는 에이스 없이 결승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에 방 감독은 “팀 타격감이 대회를 거듭할수록 올라오고 있다. 대구고와의 결승전은 야수들을 믿고 가야 한다”며 신뢰와 함께 기대를 내비쳤다.

물론, 에이스 둘을 빼도 세광고의 마운드는 두터운 편이다. 김민성, 김진서, 안치호, 이윤재, 최석진 등이 합쳐 이번 봉황대기 23.1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 1.54를 뽐냈다.

“선수들에게 ‘우린 해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1차 목표(결승 진출)를 달성했으니, 부담을 느끼지 말고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큰 무대에서 더 즐겼으면 좋겠다.” 결승을 앞둔 방 감독의 당부다.


4할 가까운 ‘핵타선’ 대구고, 마운드에선 물량공세로 맞선다

대구고 야구부 손경호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제51회 봉황대기 ‘최강 화력’은 단연 대구고다. TNP베이스볼아카데미, 경민IT고, 경기고, 덕수고, 경남고, 경동고를 상대해 팀 타율이 4할에 육박한다.

대구고는 이번 대회에서 64득점(1위), 65안타(1위), 20도루(2위)를 선보이고 있다. 95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6)를 소화하면서도, 타율이 0.399로 1위에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1.107로 으뜸이다.

대구고 타선의 강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삼진(19개) 대비 사사구(58개)가 어마어마하다. 바로 ‘선구안’ 능력이다.

사령탑인 손경호 감독은 그런 대구고 타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칭찬했다.

“첨단 장비를 이용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분석을 통해 선수들이 선구안 능력을 많이 끌어올린 듯싶다. 이번 대회가 그 성과다.”

하지만, 결승전 상대인 세광고 상대로 방심은 없다. 손 감독은 “(세광고는) 짜임새가 상당히 좋은 팀이다. 투수들은 제구력이 상당하고 야수진 컨택 능력 또한 수준급”이라고 경계한 까닭이다.

한편, 대구고 마운드는 ‘물량 공세’를 자랑한다. 지난 6일 경동고 상대로 치른 준결승(13-5 승리)이 대표적이다. 이날 대구고는 투수 6명을 기용해 9이닝을 채웠다. 전원 50구 안으로 끊어 3일 뒤인 결승전 등판엔 문제가 전혀 없을 정도.

손 감독은 “2학년생 핵심 좌완 배찬승이 청소년 국가대표 출전으로 빠졌지만, 다른 선수들이 워낙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어느 한 명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여러 투수가 힘을 합쳐 여기까지 왔다. 결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고는 손 감독의 지휘 아래 2018년 봉황대기 세 번째 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대구고의 그해 전국대회는 말 그대로 ‘발군’이었다. 전국대회 우승 2차례(대통령배, 봉황대기), 준우승 1차례(황금사자기)를 선보인 것.

이에 손 감독은 활짝 웃으며 “우승을 아무리 많이 해도 거기서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까. 항상 하고 싶다. 봉황대기는 올해 전국대회 마지막 일정이라 의미가 깊다. 특히, 3학년생들이 자극을 받았는지 정말 열심히 준비하더라. 선수들 믿고 결승에 임하겠다”고 했다.

세광고와 대구고의 봉황대기 결승전은 오는 9일 정오 목동 야구장에서 펼쳐진다. ‘마수걸이’일까, 아니면 ‘네 번째’일까.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