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군단 6연승, 신구 테이블세터 ‘문현빈·오선진’ 등장이 더 반갑다 [춘추 이슈]
-한화, 지난 9월 6일(대전 SSG전)부터 6연승 파죽지세 -그 가운데, 신구 테이블세터 ‘문현빈·오선진’ 활약 돋보여 -익숙한 자리인 2루수 ‘날개’ 단 문현빈, 연일 맹타 행진 -프로 16년차 오선진, ‘베테랑 품격’ 뽐내며 팀에 깊이 더해
[스포츠춘추]
한화 이글스가 남다른 기세를 내뿜고 있다. 지난 9월 6일 대전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을 기점으로 승전고의 연속이다.
그런 한화가 가장 최근 고척 원정 4연전을 모조리 잡아내며 6연승을 완성했다. 특히, 9일 더블헤더 일정에선 1차전(11-2), 2차전(3-1) 승리로 키움 히어로즈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독수리 군단의 최근 상승세엔 주목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키움과의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신구’ 테이블세터 듀오 문현빈, 오선진이다.
문현빈과 오선진이 선봉장으로 나선다. 그리고, 선구안을 강점으로 상대 마운드를 괴롭힌다. 간단명료한 과정이지만, 이는 한화가 새롭게 발견한 ‘승리 공식’이다.
‘골든글러버’와 주전 경쟁 중인 2004년 ‘당찬 신인’ 문현빈
문현빈은 2004년생 좌타 내야수로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이지만, 4월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1군에서 줄곧 생존 중이다.
마냥 꽃길을 걸었던 건 아니다. 시즌 초부터 외야와 내야를 넘나들며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 문현빈은 전반기 73경기에 출전해 3홈런 4도루 타율 0.250, 출루율 0.302, 장타율 0.339를 기록했다.
“프로야구는 ‘기술’이 전부 아니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깨닫게 된다. 고등학교 때는 항상 일주일에 한두 경기만 소화하면 됐다. 그래서 ‘기술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월요일을 제외하면 매일 경기가 있는 프로야구에선 그렇지 않다. 1년에 144경기를 소화하려면 멘탈(정신력)과 체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9일 고척 키움과의 더블헤더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만난 문현빈의 ‘깨달음’이다.
그런 문현빈이 최근 들어 ‘제 옷’을 찾았다. 그것도 두 개나 생긴 셈이다. 한화는 지난 8월 13일 이후로 문현빈에게 주로 리드오프와 2루수를 맡기고 있다. 해당 기간, 21경기에 출전해 18안타(1홈런) 5사사구 8삼진에 OPS(출루율+장타율)가 0.805에 달한다.
이에 문현빈은 “리드오프란 자리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간 ‘고정된’ 역할이 따로 있던 건 아니라, 그 어떤 순간에도 내게 주어진 역할에 집중하고자 했다”며 “아직은 ‘어느 타순이 더 편하다’고 말할 단계는 아닌 듯싶다.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다만, 고교 시절부터 주 포지션으로 활약해 온 ‘2루’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외야보단) 2루가 더 편하다. 지금 당장은 미흡할지 몰라도, 2루에서 더 좋은 활약을 선보일 자신이 있다.” 문현빈의 생각이다.
당초 한화엔 리드오프와 2루를 모두 맡았던 선수가 있다. 2년 전 KBO리그 2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정은원이다. 하지만, 올 시즌엔 공·수에 걸친 부진으로 주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8월 중순 2군에 한 차례 다녀온 게 단적인 예다.
정은원은 9월 1일 1군에 복귀했다. 말소된 지 14일 만이다. 그 뒤론 문현빈과 2루 자릴 두고 치열한 경쟁을 거듭 이어가고 있다.
9월 10일 경기 종료 기준, 한화의 정규시즌은 26경기가 남았다. 요컨대, 일종의 ‘오디션’인 셈이다. 올 시즌을 떠나 내년을 향한 궁금증이 생긴다. 한화의 2024년 개막전 선발 리드오프-2루수는 누구일까. 정은원과 문현빈의 경쟁에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베테랑 품격’ 오선진 “항상 ‘이 경기에서 내 역할이 뭘까’ 고민한다”
오선진은 ‘루키’ 문현빈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 가운데 한 명이다. 문현빈이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신다”며 “이뿐만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도 주시곤 한다. 경험이 부족한 내겐 값진 조언”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이처럼, 베테랑의 가치는 빛난다. 2008년에 데뷔해 한화에서만 14년을 뛴 오선진은 지난 2021년 6월 삼성 라이온즈에 트레이드돼 팀을 떠났다. 그런 오선진이 1년 반 만에 팀에 돌아왔다.
지난겨울 외부 FA(자유계약선수) 보강을 3명이나 가져간 한화다. 오선진의 복귀도 그렇게 성사됐다. 프로 16년차, 친정 팀에서 맞이한 역할은 ‘전천후 유틸리티’였다.
오선진은 올 시즌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 중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1루수(4경기), 2루수(7경기), 3루수(12경기), 유격수(37경기) 등을 소화하며 팀 내야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경기에 나서기 전마다 ‘해당 경기에서 내 역할이 뭘까’ 고민한다. 최근 팀이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내가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를 생각했다.” 최근 고척 원정에서 오선진이 밝힌 소회다.
이어 오선진은 “수비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 내 임무로 여겼다. 그런데, 더블헤더 2차전(9일 키움전)에서 실책을 해서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다만, 오선진은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타석에서 만회하고 있다. 9월 들어, 타격감이 무척 좋다. 지난 9경기에서 타율 0.316, 출루율 0.435, 장타율 0.316을 선보인 것. 특히, 리드오프인 문현빈과 상위 타선에서 찰떡궁합을 선보여 한화의 연승 행진에 크게 기여했다.
더블헤더 일정 종료 후 사령탑인 최원호 감독이 문현빈과 오선진을 따로 언급하며 “제 몫을 해줬다”고 언급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둘은 다음날 시리즈 마지막 경기(10일 키움전)에도 1, 2번 타선으로 선발 출전해 3득점을 책임져 팀 9-8 승리를 도왔다.
문현빈과 오선진은 이번 고척 4연전에선 30타석을 소화해 10안타(1홈런) 8타점 4사사구 1삼진 0병살 활약을 합작해 냈다. 선수가 성과를 내는 와중에, 벤치가 변화를 가져가긴 어렵다. 6연승 중인 한화가 상위 타선에서 ‘신구’ 조합을 중용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