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상한가’ KT 손동현 “군복무 2년, 단 1초도 허투루 보내기 싫었다” [춘추 피플]
-KT 위즈 필승조 손동현, 후반기 평균자책 1.88 맹활약 -박영현-김재윤의 기존 필승조에 손동현 가세, 팀 상승세 견인 -“상무에서의 2년 군복무,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기 싫었다” -달라진 손동현, 그 비결은 ‘커브’의 발전…“온 신경 쏟았을 정도”
[스포츠춘추]
마법사 군단의 뒷문은 손동현으로 시작해 박영현을 거쳐 김재윤으로 끝난다.
KT 위즈 우완 불펜 손동현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이다. 때론 멀티이닝 소화로 궂은일을 도맡아 팀 마당쇠를 자처한다. 그와 동시에, 균일한 투구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필승조 다른 한 축인 박영현이 전력에서 잠시 이탈한다. 이에 후반기 ‘특급 불펜’ 손동현의 존재감은 더 치솟을 전망이다.
‘후반기 평균자책 1.88’ 손동현, 강철매직의 신뢰엔 이유 있다
손동현은 2001년생으로 서울 성남고등학교를 졸업해 2019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2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1군 무대는 열아홉 나이에 일사천리였다. 2019년 시범경기부터 시작해 선발과 불펜을 오간 손동현은 데뷔 시즌 34경기(3선발) 47.1이닝을 던져 2승 3패 5홀드 평균자책 4.75를 기록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렸다. 좋을 때와 나쁠 때, 그 차이가 꽤 심해 한 번 무너지면 더 쉽게 무너지곤 했다.”
최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손동현의 기억이다.
그랬던 손동현이 달라졌다. 2021년부터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2년간 군복무를 마친 뒤 올 시즌 1군에 복귀해 연일 상한가를 치는 중이다.
특히, 후반기에만 22경기를 등판해 109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0.179에 평균자책 1.88 ‘철벽’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로써, KT는 박영현-김재윤의 기존 필승조에 또 한 명의 믿을맨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KT 사령탑이 손동현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까닭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요즘 불펜은 손동현이 핵심이다. 이강철 감독님도 늘 ‘박영현 못지않게 든든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이와 관련해 묻자, 손동현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중요한 상황에 등판 중인데, 감독님께서 ‘그만큼 날 믿어주신다’고 생각한다”며 “덕분에 나 역시 던질 때마다 자신감이 붙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손동현은 달라진 비결로 지난 2년간의 ‘수련’을 손꼽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를 많이 되돌아봤다.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기 싫더라. 그렇게 정신적으로 강해진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2년 전 상무에 들어가면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앞으로 2년 안에 결정구 하나는 꼭 만들고 돌아오겠다’고. 그게 커브였다.”
“온 신경 쏟았다” ‘커브’의 발전, 지금의 손동현 만든 일등공신
손동현은 본래 ‘포 피치’ 투수다. 속구를 기반으로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을 던진다. 그런데, 올 시즌엔 제법 큰 폭으로 달라졌다. 결정구 구사 빈도 때문이다.
“올 시즌부터 네 구종 모두 결정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주로 장성우 선배 조언에 맞춰 던지는데, 또 그게 무척 효과적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손동현의 올 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구종 구사율’은 앞 2시즌 동안 보여준 모습들과는 차이가 뚜렷하다. 다채로워진 레파토리는 단연 손동현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커브의 약진이 돋보인다.
손동현의 올 시즌 커브는 ‘백미(白眉)’다. 볼 배합상 허를 찌르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지난 9월 17일 한화 이글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6회 말 정은원 상대로 보여준 루킹 삼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손동현은 “실은 고교 때도 커브를 던지긴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대로 던졌던 게 맞나 싶다. 가령 ‘슬라이더와는 어떤 차별화를 갖고 있는지’ 등 고민이 정말 부족했다. 상무에서의 2년은 ‘커브’만 온 신경을 쏟았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달라진 손동현이 올 시즌 KT 필승조로 우뚝 선 과정이다. 선수 개인에게도 커리어하이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즌 전만 해도 40경기 출전이 목표였다. 우리 팀 투수 뎁스가 워낙 탄탄하니 이마저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팀이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경기 수보단 한 경기 한 경기를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다.” 손동현이 힘줘 말했다.
그런 손동현이 진심으로 정조준하고 있는 건 바로 ‘가을야구’다. KT는 2020년부터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 연달아 진출한 바 있다. 2021년엔 한국시리즈를 밟아 창단 첫 우승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손동현은 그 자리에 없었다. 2020년엔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 2021년부터는 군복무를 수행했다. 이에 손동현은 “가을야구는 항상 TV로만 봤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더 간절하다.
“경험하지 못했기에 욕심이 솔직히 난다. 다만, 그게 중압감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오히려 설렌다. 어느 시점에 등판하든 (김)재윤이 형한테 마운드를 잘 넘겨주는 것, 그게 내 역할 아닌가. 지금처럼만 계속 팀에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멋 모르던 열아홉 루키 시절 모습은 이제 없다. 돌아온 손동현의 ‘첫’ 가을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