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마지막에 웃었다…타이완 꺾고 AG 4연패 [춘추 AG]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이 10월 7일(이하 한국시각)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타이완(대만)을 2대 0으로 꺾고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2023-10-08     배지헌 기자
한국야구 대표팀(사진=KBO)

 

[스포츠춘추]

두 번은 안 당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이 10월 7일(이하 한국시각)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타이완(대만)을 2대 0으로 꺾고 대회 4연패 금자탑을 세웠다.

* 선발 문동주의 6이닝 무실점 역투가 빛났다. 문동주는 6회까지 3안타만 허용하고 삼진 7개를 잡아내는 역투로 타이완 타선을 잠재웠다.
* 타선도 초반에 선취점을 뽑아냈다. 2회초 선두 문보경의 2루타와 김주원의 희생플라이로 선취득점, 이어 김형준-김성윤의 연속안타에 타이완의 폭투가 맞물려 추가점을 올렸다.
* 문동주가 내려간 뒤엔 철벽 불펜이 뒷문을 지켰다. 7회 최지민, 8회 박영현, 9회 고우석이 차례로 무실점 계투를 펼쳤다. 9회 마지막은 한국야구 전통의 게임 엔딩 더블플레이로 장식했다. 

역대 AG 사상 가장 험난했던 우승

마지막 순간엔 웃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한국야구는 이번 대표팀을 꾸리면서 처음으로 ‘나이 제한’을 뒀다. 25세 이하 혹은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 21명과 30세 미만의 와일드카드 3명으로 팀을 꾸렸다. 여기에 대회를 앞두고 간판스타 이정후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초대형 악재가 닥쳤다. 대회 직전에는 에이스 이의리를 부상 핑계로 교체해 논란을 자초했다.

예선 첫 경기 홍콩전에서 진땀승을 거둔 뒤, 타이완 상대로 완패를 당했다. 비난 여론이 쏟아졌고 금메달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중국에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면서 다시 한국에 기회가 왔다. 슈퍼라운드 일본전 승리로 반등의 계기를 만든 한국은 중국을 가볍게 꺾고 자력으로 결승에 올랐다. 

하늘도 한국의 금메달을 도왔다. 결승전 당일 항저우엔 오전부터 많은 비가 내려 경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만약 경기가 열리지 못하면 8일 오전으로 미뤄지고, 8일에도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 대회 규정에 따라 경기 없이 타이완이 금메달을 가져가게 돼 있었다. 다행히 오후부터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경기가 시작됐고, 경기 초반 수중전 속에 어수선한 사이 타이완 선발 린위민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한국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2점을 먼저 뽑아 승기를 잡았다.

경기 내내 안정적으로 리드를 유지한 한국은 고우석이 올라온 9회말 위기를 맞았다. 안타 2개와 구심의 아쉬운 판정이 겹치면서 1사 주자 1, 2루의 동점 위기가 찾아왔다. 큰 것 한 방이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여기서 고우석은 힘 있는 공으로 우녠팅을 2루 땅볼로 잡아냈고, 1루 주자와 타자 주자가 차례로 아웃되며너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한국야구가 극적인 금메달 4연패를 달성한 순간이다.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사진=KBO)

 

이번 금메달이 갖는 의미

한국야구는 이번 AG에서 여러 문제점과 아쉬운 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편으로 희망적인 요소도 찾을 수 있었다. 투수진 세대교체에 성공한 건 분명한 수확이다. 결승전을 책임진 문동주, 최지민, 박영현 등 20대 초반 젊은 투수들의 활약은 앞으로 한국야구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병역 혜택과 함께 미국 무대에서 탄탄대로를 달리게 된 장현석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투수다.

한국야구는 과거처럼 정규시즌을 중단하거나, 올스타 멤버를 총동원하지 않으면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과감한 시도가 성공을 거두면서, 그간 풀리지 않는 숙제였던 ‘국가대표 세대교체’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번 대표팀 멤버들이 얻은 경험은 앞으로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커리어 단절 없이 프로 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리그와 10개 구단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물론 우승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한국야구의 성장이 정체된 사이 타이완 야구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타이완을 두고 ‘한 수 아래’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중국, 홍콩도 몰라보게 발전한 모습이다. 지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이어 이번 AG에서도 세계야구의 빠른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야구는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노력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한국야구는...

야구는 아시안게임(AG)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메달밭’으로 통했다. 한국은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 방콕 대회 이후 2006 도하 (동메달)를 제외한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까지 3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올랐고,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4연패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금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논란과 비판이 적지 않았던 이 대회에서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고도 냉랭한 여론과 마주해야 했다. 결국 이번 대회부터 선수 선발 방식에 변화를 줬다. 대표팀 감독도 공개채용 방식으로 뽑았다. 그 결과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 대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은 건 이번에도 한국야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