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정착’한 최준용 “이제는 집 나간 속구 구위 되찾아야죠” [춘추 피플]

-프로 데뷔 4년차 롯데 최준용, 올 시즌 세컨피치 체인지업 돋보여 -본래 ‘속구·커브’ 투피치, 뚝 떨어지는 공의 필요성 느껴 -‘포크볼 군단’에 뜬 희귀종 체인지업 투수? “형들과 차별성 갖고 싶었다” -‘속구 구위 저하’에 지적엔 “잠시 외출했다고 생각해…다시 회복할 것”

2023-10-09     김종원 기자
롯데 우완 필승조 최준용(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 우완 필승조 최준용에게 ‘9월 7일’은 쓰라린 기억이다. 울산 문수 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얘기다.

이날 7회 초 2대 1 리드 상황, 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최준용은 삼성 간판 타자 구자욱 상대로 속구 승부 끝에 역전 2타점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다음 날 최준용이 ‘설욕’을 위해 꺼낸 무기는 체인지업이었다. 8일 팀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6회 초 재회한 구자욱 상대로 헛스윙 탈삼진을 만들어 낸 것. 최준용의 결정구 선택은 5구째 낙차 큰 체인지업. 말 그대로 ‘체인지 오브 페이스’ 순간이었다.

“신인 때부터 체인지업을 배웠다. 속을 참 많이 썩인 변화구다. 드디어 확실히 던지는 감을 잡았다. 이제야 온전히 ‘내 것’이 됐다.”

장착이 아닌 ‘정착’이다. 체인지업은 최준용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포크볼 군단’ 롯데의 희귀종…최준용 “형들과 차별성 갖고 싶었다”

롯데 최준용의 체인지업 그립(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경남고등학교 재학 때만 해도 속구와 커브밖에 몰랐던 최준용이다. 그런 최준용이 마침내 ‘투피치’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록만 봐도 확연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3년 전 최준용의 입단 첫해 체인지업 구사율은 3.9%에 불과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구사율의 경우, 27.5%로 세컨피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고등학생 때는 오로지 속구와 커브만 던졌다. 체인지업을 처음 배운 건 프로 입단 후다. 신인 시절 조웅천 코치님(현 SSG 2군 투수코치)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셨다.” 최준용의 기억이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의 필요성을 느낀 지 무려 4년째다. 최준용의 갈증은 올해야 비로소 풀렸다. 사실 롯데는 자타공인 ‘포크볼 사관학교’다. 최준용 역시 한때는 포크볼을 구사하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선 과거의 일이다.

포크볼은 던지기 쉬운 구종이 아니다. 지난 7월 말 대체 외국인 투수로 롯데에 합류한 애런 윌커슨이 대표적이다. 당시 윌커슨은 포크볼 장착 불발 배경으로 “완벽히 터득하기엔 난이도가 상당한 구종”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포크볼의 경우, 아무리 던지고 싶어도 손에 안 맞는 선수들이 있다. 공을 쥐는 그립을 고려하면 악력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묻자, 최준용은 “악력 문제는 아니”라며 방긋 웃었다.

“오히려 악력은 자신 있는 편이다. 필승조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구)승민이 형, (김)원중이 형 둘 다 포크볼러다. 형들과 스타일을 좀 다르게 가져가고 싶었다. 속구-포크볼 레파토리로 7~9회를 던진다면, 우리 셋 모두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팔 스윙 궤도 때문이다.”

이른바, ‘터널링’ 문제가 포크볼 장착을 막은 셈이다. 최준용은 “속구 던질 때와 투구 폼이 다르다면, 포크볼을 던져야 할 메리트가 전혀 없다”고 했다.

결국 최준용의 선택은 포크볼이 아닌 체인지업이었다.


최준용 “속구? ‘잠시 외출했다’고 생각해…위력적인 속구 다시 던질 것”

최준용은 올 시즌 체인지업 구사율을 큰 폭으로 올렸다(사진=롯데)

다만, 체인지업과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의도한 코스로 제구는커녕, 제대로 된 움직임마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 지금의 체인지업을 완성하기까지 각고의 노력이 뒤따랐다. 한 롯데 관계자는 “최준용이 그간 많은 시도를 해온 걸 다들 안다. 올해 드디어 선수 본인에게 맞는 공을 찾은 것 같더라. 완성도가 확실히 높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관해 최준용은 “내게 맞는 구종이 될 때까지 그립도 정말 많이 바꿨다”며 “2021년부터 배운 체인지업 그립이 있는데, 올해부터는 좀 더 변형을 줬다. 이젠 약지와 중지를 더 벌려 잡는다. 낙차도 커지고 마음에 든다. 던질수록 결과가 나오니까 그만큼 자신감이 계속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R&D 팀은 최준용의 발전을 돕고 있는 조력자들이다. 체인지업 장착에도 큰 도움을 줬다.

최근엔 체인지업 이외에도 스위퍼 관련 노하우 및 자료를 최준용에게 전달했다. 기자가 스위퍼에 대해 묻자, 최준용은 손사래를 치며 “내가 던지는 공을 스위퍼라고 할 수 있을까. 완성도가 많이 부족해 부끄럽다. 그냥 혼자서 ‘슬리퍼’라고 농담처럼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최준용은 “스위퍼를 처음 배운 건 친구인 한승주(한화)를 통해서다. (한)승주와는 초등학교(부산수영초)부터 중학교(대천중)까지 동고동락한 사이다. 승주한테 달라붙어서 많이 배웠는데, 결과물이 미흡하다. 최근엔 R&D팀에서 많이 추천을 해주셔서 공부를 하고 있다. 체인지업이나 커브만큼의 자신감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준용이 변화구를 던질 때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 있다. 바로 속구와의 연계성이다. 앞서 포크볼을 포기한 이유와도 이어진다.

“변화구를 던질 때는 늘 팔 스로윙을 가능한 한 속구 때와 비슷하게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내겐 그게 정말 중요하다. 속구 던질 때와 투구 폼 차이가 나면 안 된다. 내 속구를 더 돋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는 게 최준용의 생각이다.

최준용은 입단 초부터 강력한 속구로 많은 이목을 끌었다. 선수들 사이에선 리그 정상급 빠른 공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그런 최준용을 향해 아쉬움을 표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속구 위력이 현저히 떨어진 듯싶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고갤 끄덕이다가도 “일정 부분 생각이 다르다”고 한 최준용은 “내 속구는 잠깐 외출 중”이라는 답을 내렸다.

최준용은 “그런 지적을 잘 안다. 나 역시 최근 속구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내 강점을 아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항상 변화구보다 더 욕심나는 게 속구였다. 여기서 좋았던 속구를 되찾는다면, 지금 변화구들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더 위력적인 공을 다시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